[우리 산하] 주사암을 품은 경주 오봉산을 오르다
[우리 산하] 주사암을 품은 경주 오봉산을 오르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1.07.2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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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오봉산 등산은 선덕여왕의 예지 여근곡과 건천 편백나무 숲을 곁들어 볼 수 있다

주사암(朱砂庵)을 품은 경주 오봉산을 오르다

뛰어난 절경으로 선덕여왕 등 드라마 촬영지가 된 오봉산 마당바위. 이승호 기자
뛰어난 절경으로 선덕여왕 등 드라마 촬영지가 된 오봉산 마당바위. 이승호 기자

 

○경주 주사암 오봉산
산 봉우리가 5개인 오봉산(五峰山)은 우리나라에 여러 곳 있다. 대구 북구에도 있다. 오늘은 경주시 서면에 있는 오봉산(해발 685m)이다. 봉우리가 닭벼슬 같다 하여 '닭벼슬산'이라고도 부른다. 여기는 산보다는 정상에 있는 주사암(朱砂庵)이 더 유명하다. 주사암은 주사산에 있지 않고 오봉산에 있다. 주사사(朱砂寺)라고도 하며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義湘大師)가 창건할 때는 주암사(朱巖寺)라 하였다고 한다.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경주 오봉산 정상에 있는 주사암. 이승호 기자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경주 오봉산 정상에 있는 주사암. 이승호 기자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 절의 내력과 관련된 재미있는 설화가 있다.
'신라시대의 한 도인(道人)이 이곳에서 신중삼매(神衆三昧)를 얻고, 스스로 말하기를 “적어도 궁녀가 아니면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귀신의 무리들이 이 말을 듣고 궁녀를 훔쳐 새벽에 갔다가 저녁에 돌려보내고 하였는데, 궁녀가 두려워하여 임금에게 아뢰니, 임금이 가서 자는 곳에 붉은 모래로 표시하게 하고 이어 갑사(甲士)에게 명령하여 찾게 하였다. 오랜 수색 끝에 이곳에 이르러서 보니, 단사(丹砂)의 붉은 흔적이 바위 문에 찍혀 있고, 늙은 승려가 바위에 한가로이 앉아 있었다. 임금이 그의 요괴하고 미혹한 행위를 미워하여 용맹한 장졸 수 천명을 보내 죽이고자 하였으나, 그 승려가 마음을 고요히 하고 눈을 감은 채 한번 주문(呪文)을 외우니 수만의 신중(神衆)이 산과 골에 늘어섰으므로 군사들이 두려워 물러갔다. 임금은 그가 이인(異人)임을 알고 궁궐 안에 맞아들여 국사(國師)로 삼았다고 한다.' 이 살찰의 문화재로는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522호인 석조삼존불좌상이 영산전에 있다.
주사암은 해발 685m인 오봉산 정상 바로 아래에 큰 바위를 배경으로 절벽에 붙은 듯이 몇 채의 건물이 있다. 절 앞마당에서는 건너편 주사산 정상 고랭지 약초밭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크고 작은 산들이 산수화 그림 같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주사산에서 본 주사암이 있는 오봉산. 이승호 기자
주사산에서 본 주사암이 있는 오봉산. 이승호 기자

 

○선덕여왕 촬영지 마당바위
유명세를 타는 마당바위(지맥석)는 절 앞 우측 아래에 있다. 깎아지른 천길 절벽 위는 100여 명이 앉을 수 있을 만큼 넓고 편평하다. 꼭 비슬산 대견사 앞 석탑이 있는 위치와 흡사하다. 경관이 좋고 특이한 곳이라 많은 드라마  선덕여왕, 동이, 밤을 걷는 선비, 신사임당, 왕이 된 남자, 역적, 대박, 달이 뜨는 강이 촬영된 장소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신라 김유신 장군이 바위 위에 쌓아둔 보리로 술을 빚어 군사들에게 먹였다는 전설도 있다.

신라 27대 선덕여왕의 예지에 나오는 여근곡에는 옥련지 샘이 있다. 이승호 기자
신라 27대 선덕여왕의 예지에 나오는 여근곡에는 옥련지 샘이 있다. 이승호 기자

 

○선덕여왕의 예지(睿智) 여근곡(女根谷)
여근곡은 삼국유사 ‘지기삼사(知幾三事)’편. 서기 636년 신라 27대 선덕여왕 5년, 동장군이 엄습한 겨울인데도 경주 서쪽 옥문지에 사나흘 동안 개구리 떼가 운다는 보고를 받은 선덕여왕은 여근곡에 백제군이 매복한 것을 알고 군사를 보내 이들을 섬멸했다고 한다. 선덕여왕의 예지력에 대한 대목이다. 여성의 중요 부분을 닮았다는 여근곡은 건천읍 오봉산 북동쪽 산비탈에 크고 작은 두 개의 둥근 원이 포갠 모습을 하고 있다. 여성이 보고도 고개를 내젓는 참 생뚱 맞게 이름 붙여진 곳이다. 최초의 여왕을 신격화하는 일화라 해도 웃을수 밖에 없다.
경부속도로나 건천읍에서 보인다. 입구에는 유학사라는 오래되지 않은 조그마한 절이 있고 여근곡을 조금 오르면 물이 조금 나오는 엉성한 옥문지도 만들어 놓았다.

주사암에서 보이는 주사산 정상 고랭지 약초밭. 이승호 기자
주사암에서 보이는 주사산 정상 고랭지 약초밭. 이승호 기자

 

○오봉산 등산코스
경주 오봉산 등산코스는 건천편백림에서 5.6km, 여근곡에서 3.4km를 오르는 길이 있다. 자동차로 가는 길은 서면 천촌리마을회관에서 약 4km를 오르면 부소성이 있는 주사암 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승용차로 가는 길은 권하고 쉽지 않다. 승용차 한 대가 겨우 가는 길은 산꼭대기까지 지그재그 길이 계속 이어진다. 몇 군데의 커브 길은 한 번에 회전하기도 어렵다. 경사도도 심하고 차량이 오면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한 길이다. 도로 옆은 낭떠러지라 겁도 나서 가슴 조이며 다녀왔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길이다.

규모는 작지만 정자와 산책 할 수 있는 테크로드를 조성해 놓은 건천 편백나무 숲. 이승호 기자
규모는 작지만 정자와 산책할 수 있는 테크로드를 조성해 놓은 건천 편백나무 숲. 이승호 기자

 

tip:
•건천 편백나무숲은 '편백나무 숲내음 길'이란 이름으로 건천에서 청도가는 20번 국도 변 경부고속철로 위에 있다. 나무와 식물들은 해충이나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스스로 만들어서 발산하는 휘발성 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를 가장 많이 나무가 편백나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숲치유의 목적으로 편백림을 찾고 있다. 편백림하면 대표적인 곳이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이다. 이곳은 몇 번 다녀왔으나 경주 건천에 편백나무 숲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정자와 산책 할 수 있는 길지 않은 데크로드가 조성되어 았다. 주차장이 없으므로 고속철도 밑이나 마을 입구에 주차해야만 한다. 여기서 그늘이 없는 도로를 약 15분 정도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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