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경주 금오산을 오르다
[우리 산하] 경주 금오산을 오르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04.1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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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유산의 보고-경주 금오산

경주 금오산(金鰲山)을 오르다!

불교유산의 보고 경주 금오산. 아승호 기자
불교 유산의 보고 경주 금오산. 아승호 기자

 

진달래 피고 새싹 움트며 만물이 생동하는 봄은 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봄을 느낄 수 없다. 야속하게 길어지는 '코로나19' 사태는 봄꽃 구경의 낭만마저 앗아가 버렸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봄인데 봄이 아니다)이다. 그래도 나를 찾기 위해 경주 남산, 금오산(金鰲山)을 찾았다.

기암괴석과 송림이 잘 어울리는 경주 남산에 진달래가 반겨준다. 이승호 기자
기암괴석과 송림이 잘 어울리는 경주 남산에 진달래가 반겨준다. 이승호 기자

 

아침 기온은 다소 쌀쌀하지만 쾌청한 날씨였다. 경주는 천년 신라의 도읍지였다. 형산강의 지류인 남천, 북천, 서천이 대지를 적시고, 북쪽은 소금강산, 서쪽은 선도산 단석산, 동쪽은 토함산, 남쪽은 금오산으로 둘러쳐진 분지이다.

남쪽에 있는 남산의 원래 이름은 금오산이다. 금오산•남산 지명은 지금도 혼용해서 쓴다. 국립공원 제2호이며, 유네스코 등재 세계문화유산이다. 사육신이 아닌 생육신인 김시습이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인 금오신화를 저술한 곳으로도 알려진 곳이다. 이 산은 신라인들의 신앙의 대상이었다. 최고봉은 금오봉(468m)이 아니라 고위봉(494m)이다.

두 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40여 개의 계곡과 산줄기들로 이루어져 있는 불교유산의 보고(寶庫)이다. 남북 8km, 동서 4km로 남북으로 길게 뻗어내린 타원형이면서 약간 남쪽으로 치우쳐 정상을 이룬 직삼각형 모습을 취하고 있다. 국보 18점, 보물 35점, 사적 65곳, 명승 5곳, 지방문화재 68점이 있다. 100여 곳의 절터, 80여 구의 석불, 60여 기의 석탑이 산재해 있는 남산은 진정, 지붕 없는 야외박물관이다.

금오산에서는 미세먼지로 선명하지 않지만 경주 시가지 동쪽이 보인다. 이승호 기자
금오산에서는 미세먼지로 선명하지 않지만 경주 시가지 동쪽이 보인다. 이승호 기자

 

불교 유적 뿐만 아니라 남산은 자연 경관도 뛰어나다.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울창한 계곡들로 이루어져 있는 풍요로운 산이다. "남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경주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할 만큼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금오산은 자연의 아름다움에다 신라인의 미의식과 종교의식이 예술로서 승화된 곳이 바로 이곳이라 할 수 있다.

나무에 가려져 경관이 잘보이지 않은 금오산 최정상 고위봉. 이승호 기자.
나무에 가려져 경관이 잘 보이지 않은 금오산 최정상 고위봉. 이승호 기자

 

이번 산행은 서출지에서 출발하여 금오봉을 오르고 고위봉을 돌아오는 코스로 정했다. 예전 삼릉계곡을 통해 금오봉에 오른 적이 있었기에 무량사 코스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곧 나의 무지가 드러났다. 통일전에 차량을 주차(주차료는 무료) 후 남산 순환도로를 따라 이영재까지 약 1시간이 소요되었다. 여기서 금오봉이 약 2km이다. 다시 돌아와서 이영재에서 봉화대 능선을 따라 고위봉까지 2km이다. 도저히 하루만에는 양쪽을 돌아볼 수 없어 금오봉을 포기하고 고위봉으로 갔다.

소나무가 많은 산, 간간이 진달래가 반겨주는 산길을 구비구비 돌고 오르기를 반복한 끝에 약 2시간만에 고위봉에 도착했다. 금오산 최고봉에 올랐지만, 주위의 나무들에 가려서 주위 경관은 시원하게 보이지 않는다. 산꼭대기에는 일반인의 무덤이 있는 점이 특이하다. 돌아오는 길에 경주 남산 마애불상군을 찾았다. 봉화골 정상 가까운 곳이다.

칠불암에는 부처님 일곱 분이 조각되어 있는 특이한 형태의 국보 제312호 마애불이 있다. 가파른 산비탈을 평지로 만들기 위해서 동쪽과 북쪽으로 높이 4m가량 되는 돌축대를 쌓아 불단을 만들고 이 위에 사방불(四方佛)을 모셨다. 1.74m의 간격을 두고 뒤쪽의 병풍바위에는 삼존불(三尊佛)을 새겼다.

삼존불은 중앙에 여래좌상을 두고 좌우에는 협시보살입상을 배치하였다. 화려한 연꽃 위에 앉아 있는 본존불은 미소가 가득 담긴 양감 있는 얼굴과 풍만하고 당당한 자세를 통해 자비로운 모습이었다. 좌·우 협시보살은 크기가 같으며, 온몸을 부드럽게 휘감고 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삼존불 모두 당당한 체구이며 조각수법이 뛰어나다. 어떻게 이 가파른 절벽에 정교하고 섬세하게 조각했는지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조각 기법 및 양식적 특징으로 미루어 보아 이 칠불은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비구니 스님이 주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운치있는 대숲길로 하산했다.

우리나라 유일의 칠면불은 경주 남산 칠불암에 있다. 이승호 기자
우리나라 유일의 칠면불은 경주 남산 칠불암에 있다. 이승호 기자

 

8km 이상의 등산길, 오늘 여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힘들고 지쳤지만, 솔 향기 가득하고 진달래와 생강나무꽃이 반기는 덕에 무사히 마무리했다. 삼릉계곡과 금오봉을 가지 못한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하며 흡족한 마음으로 집을 향했다.

자연 경관도 수려하고 아름다운 국립공원 제2호 경주 금오산. 아승호 기자
자연 경관도 수려하고 아름다운 국립공원 제2호 경주 금오산. 아승호 기자
금오산을 상징하는 금오봉이 있는 능선이 멀리 보인다. 이승호 기자
금오산을 상징하는 금오봉이 있는 능선이 멀리 보인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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