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퇴계가 무척 사랑했던 청량산 축융봉을 오르다(2)
[우리 산하] 퇴계가 무척 사랑했던 청량산 축융봉을 오르다(2)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1.12.23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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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육봉을 오르지 않고 청량산은 안다고 하지마라

[우리 산하] 퇴계가 무척 사랑했던 청량산 축융봉을 오르다(2)

조망이 좋은 눈 내린 청량산 축융봉, 멀리 장인봉과 하늘다리가 보인다. 이승호 기자
조망이 좋은 눈 내린 청량산 축융봉, 멀리 장인봉과 하늘다리가 보인다. 이승호 기자

 

퇴계(李滉, 본관:진성(진보) 1501~1570 관료•성리학자•철학자•시인)는 가고 없지만 청량산인(淸凉山人)이라 부르는
퇴계의 시 한수를 읊고 가자

나 먼저 그림 속으로 들어가네(先入畵圖中)
                        /퇴계
산봉우리 봉긋봉긋,
물소리 졸졸
(烟巒簇簇水溶溶)/
새벽 여명 걷히고 해가 솟아오르네
(曙色初分日欲紅)
강가에서 기다리나 임은 오지 않아
(溪上待君君不至)
내 먼저 고삐 잡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네
(擧鞭先入畵圖中)

청량산 축융봉 정상에서는 낙동강가 안동댐이 보인다. 아승호 기자
청량산 축융봉 정상에서는 낙동강가 안동댐이 보인다. 이승호 기자

 

○조망 좋은 청량산 축융봉
청량산 최고봉인 장인봉을 오른 후 맞은 편 남쪽에 있는 축융봉을 오르겠다고 다짐했기에 21년이 몇일 남지 않았으므로 급히 일정을 잡아 서둘러 떠났다. 이른 새벽 공기는 제법 춥지만 청량한 아침이다. 길 떠날려고 밖을 나오니 대구에는 눈이 조금 왔다. 많은 눈이 아니었기에 출발했다. 안동댐 가기 전에 있는 임청각 지붕 위와 산에 흰눈이 제법 보인다.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청량산 입구까지 갔다. 여기에는 눈이 많이 왔다. 힘들게 일정 잡아서 도착했건만 차량 통행금지란 표시에 입구가 막혔다. 들어 갈 수 없다. 어쩌란 말인가 먼길을 새벽 같이 왔는데..
눈도 많고 안전사고도 걱정되고 어떻게 해야할까 망설이다가 차량은 둔채 가는데 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청량산 안쪽 도로는 차량이 다니지 않아서 미끄러운 눈길이다. 청량폭포를 지나고 선학정을 지나서 입석까지 갔다. 여기에서 마음을 달리 먹었다. 눈길이라 힘들고 위험도 따르지만 축융봉을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인적은 없다. 단 눈 길위에 한사람이 올라간 흔적이 있다. 반가운 이 발자국을 따라서 오른다.

천혜의 자연적인 조건을 갖춘 눈 덮힌 공민왕산성. 이승호 기자
천혜의 자연적인 조건을 갖춘 눈 덮힌 공민왕산성. 이승호 기자

 

○천혜의 지리적 요건을 갖춘 청량산성
청량산성(淸凉山城)은 크게 3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청량산 뒷편 장인봉을 위시한 여러봉우리들로 이루어진 청량산성, 남쪽 축융봉을 중심으로 날개 모양으로 쌓은 공민왕산성, 청량산성과 공민왕산성을 이어주는 동쪽에 있는 오마도산성을 포함하고 있다. 이 산성은 둘레가 16km이며 천혜의 지리적 요건을 구비한 자연을 활용하여 쌓은 산성이다. 1595년(선조 28)에 경상도 관찰사 이원익이 봉화군수에 명하여 개축하고 2009년에 334m를 새롭게 복원하였다고 한다.
입석에서 산성을 따라 축융봉 가는 길 700m 지점에는 천길 바위 낭떨어지 위에 평평한 곳에는 2층 누각인 밀성대가 있다. 밀성대(密城臺)에서는 청량사, 응진전, 금탑봉, 연화봉, 자소봉, 장인봉 등 청량산 북쪽 많은 봉우리들이 한눈에 보이는 조망 좋은 곳이다.

축융봉 자락 입석 뒷쪽 경관 좋은 곳에 위치한 밀성대. 아승호 기자
축융봉 자락 입석 뒷쪽 경관 좋은 곳에 위치한 밀성대. 이승호 기자

 

○공민왕의 흔적이 있는 청량산
그 옛날 고려말 홍건족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피신한 공민왕이 청량산으로 들어와 산성을 쌓고 군사들을 훈련하며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에서 명령을 듣지 않은 군졸이나 백성들을 밀어서 처형했다고 밀성대라 이름 붙었다고 한다. 축융봉 아래 약 400m 지점에는 공민왕의 동신(洞神)을 모신 사당인 공민왕당이 있다. 안동과 영주, 봉화 지역에는 아직도 공민왕과 관련된 흔적이 많이 전해 오고 있다. 공민왕 일행이 홍건적의 침입을 피해 안동에 왔을때 노국 공주가 부녀자들의 등을 밟으며 강을 건넜다는 데서 유래된 안동 놋다리밟기 민속놀이와 공민왕이 쎴다는 현판은 1362년 안동의 지위를 안동 대도호부로 올리면서 쓴 ‘안동웅부’, '영호루',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 봉화 청량사의 ‘유리보전’ 이 있다. 또한 축융봉과 연계되어 있는 왕모산이 있다. 이 산은 이육사문학관이 있는 원천리에 걸쳐 있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몽진했을 때, 안전한 곳을 찾아 왕의 어머니를 모신 곳이라하여 왕모산(王母山)라 부른다고 한다. 정상은 해발 648m이며 산 중턱에는 자연석으로 축조된 왕모산성과 왕모당(성황당)이 있다.

청량산 축융봉에서 본 청량산박물관 있는 마을과 낙동강. 이승호 기자
청량산 축융봉에서 본 청량산박물관 있는 마을과 낙동강. 이승호 기자

 

○청량산 축융봉 등산코스
청량산박물관→학소정→청량폭포→선학정(청량사 입구)→입석→3km 산성입구→밀성대→2km 축융봉(해발 845.2m)→학소정→3.1km 청량산박물관으로 순환했다. 총 산행거리 8.1km를 약 6시간 30분 소요되었다.
축융봉 산행은 새로 축조된 산성을 따라서 오르면 된다. 오르는 길 내내 조망이 좋다. 대신 산성에 여장(女墻)이 없어 위험하다. 특히 눈, 비 올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눈 덥흰 산성을 조심해서 오르고 올라 충융봉 정상에 올랐다. 정말 장관이다. 어느 누가 말했던가 '축융봉을 오르지 않고는 청량산을 안다'고 말하지마라고 해던가. '피사의 사탑' 처럼 생긴 두개의 산봉우리이다. 두봉우리 사이의 철계단을 오르면 비슷한 높이의 두 봉우리 꼭대기를 오를 수 있다. 낮이 짧은 시기의 오후 햇살에 보석처럼 반짝이며 휘돌아 가는 낙동강, 눈 덥흰 일월산, 만리산, 가까이 청량사, 응진전, 하늘다리, 장인봉, 자소봉 등이 지척에 보인다. 힘들게 오른 보람을 느낀다. 벅찬 감동이다. 속살을 훤히 들려낸 눈 내린 겨울산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봄 여름 가을의 풍경도 멋있지만 겨울산의 담백함도 좋다. 힘들어도 이 맛에 산을 오르는것 같다.
아이젠 등 겨울철 등산장비를 갖추지 못한 준비되지 않은 눈길 산행은 길고 춥고 힘들었다. 여러번 미끄러지고 넘어졌다. 그렇지만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씨 덕에 눈 덮흰 산하를 시원하게 볼 수 있었어 감사하고 탈없이 청량산 축융봉에 오르게 해주어 고맙다는 마음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새싹 움트는 청량산 봄 풍경을 보려 또 와야겠다.

축융봉 등산길은 오르는 내내 경관이 좋다. 눈덮힌 일월산도 선명하게 보인다. 이승호 기자
축융봉 등산길은 오르는 내내 경관이 좋다. 눈덮힌 일월산도 선명하게 보인다. 이승호 기자

 

tip:
•청량산 '쉼터민물매운탕'(054 673-2694)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 입구에 있다. 여기는 청량산박물관, 캠핑장, 호텔, 민박, 식당이 모여있는곳에 있는 식당이다. 민물고기 요리로 소문난 음식집이다. 강원도 아우라지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직송해서 요리한다고 한다. 동자개, 통걸, 쏘가리, 꺽지 등으로 만든 잡고기매운탕은 약간 칼칼하면서도 비린내가 전혀 나지않는다.
옛 고향 생각도 떠오를 것이다. 잡고기매운탕 2인 이상, 1인분 1만5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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