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치악산을 오르다!
[우리 산하] 치악산을 오르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04.27 16: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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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의 산, 원주 치악산

 

원주의 진산 치악산 정상 비로봉. 이승호 기자
원주의 진산 치악산 정상 비로봉에서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중앙고속도로를 자주 다니면서 늘 바라만 보았던 원주 치악산을 드디어 찾아간다. 먼 길이라 일찍 출발했다. 3월이지만 아침 기온은 제법 춥다. 맑고 상쾌한 날씨이지만 오늘도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다.

치악산에서 내려다 본 원주. 물 맑고 산이 높은 고장이다. 이승호 기자
치악산에서 내려다 본 원주 시내. 물 맑고 산이 높은 고장이다. 이승호 기자

 

원주는 강원도에서 강릉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였다. 원주 간현유원지에 있는 소금산 출렁다리는 몇번 갔다. 입장료는 성인 3천원이며 갈 때마다 인산인해였다. 지금은 코로나19로 통제되고 있다. 문화유적답사로는 흥법사지, 문학기행으로는 박경리문학관을 찾았던 때가 떠오른다. 원주는 군사도시이자, 산이 높고 물이 맑은 산고수청(山高水淸) 고장이다.

치악산 최고봉 비로봉은 암석의 핵 덩어리로 구성된 지질용어로 '토르'다. 이승호 기자
치악산 최고봉인 비로봉은 암석의 핵 덩어리로 구성된 지질용어로 '토르'다. 이승호 기자

 

치악산(雉岳山)은 강원도 원주를 상징하는 산이다. 국립공원 제16호이며, 원래 이름은 붉은 단풍이 아름다워, 붉을 적(赤)자와 산 악(岳)을 써서 적악산(赤岳山)이었다. 이후 치악산 남대봉 상원사(上院寺)에 전해지는 무착조사(無着祖師)와의 구렁이에 잡아먹힐 뻔 한 꿩(雉)을 살려준 보은설화(報恩說話)로 치악산(雉岳山)이라 바뀌었다. 그래서 치악산은 보은(報恩)의 산이라 부른다. 선현들은 살아가면서 베풀며 살라고 가르치지만 베풀기는커녕, 많은 이들에게 은혜를 입었음에도 은혜를 값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번 치악산 산행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른다.

치악산 비로봉에 오르는 마지막 계단, 경사가 심하다. 이승호 기자
치악산 비로봉에 오르는 마지막 계단, 경사가 심하다. 이승호 기자

 

치악산의 주봉은 비로봉(1,282m)이다. 비로봉을 위시하여 매화산(1,084m)·향로봉(1,043m)·남대봉(1,182m) 등 1,000m 이상의 산이 남북으로 10km 이상 길게 뻗어 웅장한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산 동쪽에서 발원하는 물이 주천강으로 흘러들고, 서쪽에서 흐르는 물은 섬강으로 흘러들어 대지를 적신다. 이 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경관이 뛰어나며 울창한 숲과 사다리골·상원골·산성골·범골·입석골 등의 계곡, 구룡·세렴 폭포, 바위 틈에서 솟아나는 약수 등이 있는 명산이다. 북쪽면에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용 9마리가 살던 못을 메우고 지었다는 천년고찰 구룡사가 수량이 풍부한 계곡과 울창한 송림 속에 있다.

송림과 계곡에 갇힌 치악산 북서 방향에 있는 천년고찰 구룡사.
송림과 계곡에 갇힌 치악산 북서 방향에 있는 천년고찰 구룡사.

 

등산 코스는 가장 많이 오르는 다는 구룡사 코스를 택하지 않고 가장 짧다는 황골 코스로 오른다. 입장료는 없으며 주차료 5천원이다. 황골탐방지원센터부터 신선대 즉 입석사까지 1.6km는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이다. 약간의 경사도가 있다. 신선대는 바위 절벽에 우뚝 선 선바위(입석)로 위태로이 서 있다. 입석사 뒷 계단을 오르면 세련되지 않은 마애불도 있다.

깍아지른 절벽에 우뚝솟은 신서대 입석. 이승호 기자
깎아지른 절벽에 우뚝 솟은 신선대 입석. 이승호 기자

 

입석사에서 황골삼거리까지가 1.2km가 너덜지대로서 마의 구간이다. 경사가 아주 급한 끝없는 오르막길이다. 이 구간을 두고 '치를 떨며 오르고 악을 쓰며 내려온다'고 해서 치악산이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 구간엔 소나무는 많이 없고 활엽수와 다래나무, 산죽이 산허리를 감싸고 있다. 곧이어 나오는 쥐넘이전망대에서는 원주 시내가 나즈막한 산들에 둘러싸여 올망졸망하게 보인다.

비로봉 가기전에 바위에 새겨진 황장목 벌채 금지 표시. 이승호 기자
황장목 벌채 금지 표시가 비로봉 가기 전 바위에 새겨져 있다. 이승호 기자

 

옛날 질 좋은 소나무, 즉 황장목을 함부로 벌채하지 못하게 바위에 새겨진 황장목 금표석을 지나면 정상인 비로봉의 큰 바위 산이 나타난다. 계단으로 된 급경사이다. 비로봉 정상에는 소원을 비는 돌탑이 3개 있다. 멀리 남대봉, 향적봉 능선과 온 산하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음 치악산 산행 때는 상원사와 남대봉을 가 봐야겠다.

10km가 넘는 치악산 능선, 남대봉과 향로봉이 보인다. 이승호 기자
10km가 넘는 치악산 능선, 남대봉과 향로봉이 보인다. 이승호 기자

 

정상에 서면 늘 뿌듯하고 벅차다. 이 황홀한 전경을 볼 수 있음에 기쁘고, 산에 올라올 수 있음에 고맙고,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 짧은 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음에도 은혜를 값지 못한 게 한스럽다. 시들어가는 진달래를 보면서 서둘러 하산했다.

정상에서면 늘 벅차고 황홀하다. 이승호 기자
정상에 서면 늘 벅차고 황홀하다. 이승호 기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간현유원지 출렁다리. 이승호 기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간현유원지 출렁다리. 이승호 기자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한 박경리 선생 생가. 이승호 기자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한 박경리 선생 기념관.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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