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 진산 치악산 정상 비로봉. 이승호 기자](/news/photo/202004/21207_24339_4841.jpg)
중앙고속도로를 자주 다니면서 늘 바라만 보았던 원주 치악산을 드디어 찾아간다. 먼 길이라 일찍 출발했다. 3월이지만 아침 기온은 제법 춥다. 맑고 상쾌한 날씨이지만 오늘도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다.
![치악산에서 내려다 본 원주. 물 맑고 산이 높은 고장이다. 이승호 기자](/news/photo/202004/21207_24340_518.jpg)
원주는 강원도에서 강릉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였다. 원주 간현유원지에 있는 소금산 출렁다리는 몇번 갔다. 입장료는 성인 3천원이며 갈 때마다 인산인해였다. 지금은 코로나19로 통제되고 있다. 문화유적답사로는 흥법사지, 문학기행으로는 박경리문학관을 찾았던 때가 떠오른다. 원주는 군사도시이자, 산이 높고 물이 맑은 산고수청(山高水淸) 고장이다.
![치악산 최고봉 비로봉은 암석의 핵 덩어리로 구성된 지질용어로 '토르'다. 이승호 기자](/news/photo/202004/21207_24341_5347.jpg)
치악산(雉岳山)은 강원도 원주를 상징하는 산이다. 국립공원 제16호이며, 원래 이름은 붉은 단풍이 아름다워, 붉을 적(赤)자와 산 악(岳)을 써서 적악산(赤岳山)이었다. 이후 치악산 남대봉 상원사(上院寺)에 전해지는 무착조사(無着祖師)와의 구렁이에 잡아먹힐 뻔 한 꿩(雉)을 살려준 보은설화(報恩說話)로 치악산(雉岳山)이라 바뀌었다. 그래서 치악산은 보은(報恩)의 산이라 부른다. 선현들은 살아가면서 베풀며 살라고 가르치지만 베풀기는커녕, 많은 이들에게 은혜를 입었음에도 은혜를 값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번 치악산 산행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른다.
![치악산 비로봉에 오르는 마지막 계단, 경사가 심하다. 이승호 기자](/news/photo/202004/21207_24342_5537.jpg)
치악산의 주봉은 비로봉(1,282m)이다. 비로봉을 위시하여 매화산(1,084m)·향로봉(1,043m)·남대봉(1,182m) 등 1,000m 이상의 산이 남북으로 10km 이상 길게 뻗어 웅장한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산 동쪽에서 발원하는 물이 주천강으로 흘러들고, 서쪽에서 흐르는 물은 섬강으로 흘러들어 대지를 적신다. 이 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경관이 뛰어나며 울창한 숲과 사다리골·상원골·산성골·범골·입석골 등의 계곡, 구룡·세렴 폭포, 바위 틈에서 솟아나는 약수 등이 있는 명산이다. 북쪽면에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용 9마리가 살던 못을 메우고 지었다는 천년고찰 구룡사가 수량이 풍부한 계곡과 울창한 송림 속에 있다.
![송림과 계곡에 갇힌 치악산 북서 방향에 있는 천년고찰 구룡사.](/news/photo/202004/21207_24343_5738.jpg)
등산 코스는 가장 많이 오르는 다는 구룡사 코스를 택하지 않고 가장 짧다는 황골 코스로 오른다. 입장료는 없으며 주차료 5천원이다. 황골탐방지원센터부터 신선대 즉 입석사까지 1.6km는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이다. 약간의 경사도가 있다. 신선대는 바위 절벽에 우뚝 선 선바위(입석)로 위태로이 서 있다. 입석사 뒷 계단을 오르면 세련되지 않은 마애불도 있다.
![깍아지른 절벽에 우뚝솟은 신서대 입석. 이승호 기자](/news/photo/202004/21207_24344_5921.jpg)
입석사에서 황골삼거리까지가 1.2km가 너덜지대로서 마의 구간이다. 경사가 아주 급한 끝없는 오르막길이다. 이 구간을 두고 '치를 떨며 오르고 악을 쓰며 내려온다'고 해서 치악산이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 구간엔 소나무는 많이 없고 활엽수와 다래나무, 산죽이 산허리를 감싸고 있다. 곧이어 나오는 쥐넘이전망대에서는 원주 시내가 나즈막한 산들에 둘러싸여 올망졸망하게 보인다.
![비로봉 가기전에 바위에 새겨진 황장목 벌채 금지 표시. 이승호 기자](/news/photo/202004/21207_24345_144.jpg)
옛날 질 좋은 소나무, 즉 황장목을 함부로 벌채하지 못하게 바위에 새겨진 황장목 금표석을 지나면 정상인 비로봉의 큰 바위 산이 나타난다. 계단으로 된 급경사이다. 비로봉 정상에는 소원을 비는 돌탑이 3개 있다. 멀리 남대봉, 향적봉 능선과 온 산하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음 치악산 산행 때는 상원사와 남대봉을 가 봐야겠다.
![10km가 넘는 치악산 능선, 남대봉과 향로봉이 보인다. 이승호 기자](/news/photo/202004/21207_24346_344.jpg)
정상에 서면 늘 뿌듯하고 벅차다. 이 황홀한 전경을 볼 수 있음에 기쁘고, 산에 올라올 수 있음에 고맙고,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 짧은 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음에도 은혜를 값지 못한 게 한스럽다. 시들어가는 진달래를 보면서 서둘러 하산했다.
![정상에서면 늘 벅차고 황홀하다. 이승호 기자](/news/photo/202004/21207_24347_527.jpg)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간현유원지 출렁다리. 이승호 기자](/news/photo/202004/21207_24348_645.jpg)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한 박경리 선생 생가. 이승호 기자](/news/photo/202004/21207_24350_95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