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쑥부쟁이 어린 순이 ‘부지깽이나물’
나이 드신 분에게 좋은 '약선(藥膳)'
달빛 기운 한밤중에 하얗게, 새하얗게 발광(發光)하는 자태를 보았다. 계절은 찬바람을 몰고 와 서걱거리건만 그에게 무한정 빠져들었다. 부지깽이나물이라고 하였다. 국화과 식물이 그러하듯이 따스한 계절의 꽃이 지고 난 후, 찬 기운 속에서 편평하게 피어나 모양이 편평꽃차례, 산방꽃차례라는 이름을 붙였다.
울릉도에서 자라는 섬쑥부쟁이, 어린 순을 먹는데 이를 ‘부지깽이나물’이라고 한다. 마침 울릉도가 고향인 지인과 나물 향이 좋아 가꾸고 있는 지인 덕분에 몇 포기씩 얻어올 수 있었다. 텃밭에 몇 해 동안 기르며 뿌리나누기를 하였고, 언덕배기에 옮겨심은 후에는 수시로 물을 뿌려주며 관리했다. 밤이 되면 빛을 발하는 그 꽃을 작년에는 무한정 즐겼다. 그뿐만 아니다. 순을 따 주어야 가지가 번진다는 이웃의 말을 좇아, 아깝지만 나물의 순을 꺾었다. 꽃을 보기 위함이었으나 나물은 입맛을 살려주는 덤이었다. 울릉도 자생 나물 못지않은 향이 흐른다.
울릉도 나물의 유래가 그렇듯이 부지깽이나물도 과거 개척민의 춘궁기를 버티게 해 주던 식재료 중 하나였다.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해 주는 풀이라는 ‘부지기아초(不知飢餓草)’에서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겨울에 울릉도에 들르면 차운 해풍에 잎이 시들지 않은 섬쑥부쟁이의 연한 부분을 뜯어와 데쳐 먹곤 했었다. 봄부터 나물 채취를 해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하다며, 나물만 뜯어도 먹고 사는 데 걱정 없으니 돈 벌러 오라고 현지인이 너스레 떤다.
동의보감에 섬쑥부쟁이의 효능이 실려있다. 풍 제거와 해열, 해독, 담 제거, 기침을 멎게 한단다. 나이 드신 분을 위한 식품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묵나물로 저장할 만큼은 되지 않으나, 앞으로 두어 차례 정도 식탁에 부지깽이나물을 차려낼 것 같은 행복한 예감이 든다. 부지깽이나물은 향을 즐기며 먹어야 한다. 마늘을 넣으면 향이 감해진다. 일반 산채는 된장과 들기름을 넣어 무치지만, 부지깽이나물은 살짝 데친 후에 간장이나 소금으로 간하여 참기름을 넣고 담백하게 무치는 게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