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산(臥龍山)이란 명칭의 산은 경남 삼천포를 비롯해 전국에 여러 곳 있다. 오늘은 대구 서쪽에 있는 와룡산(대구 달성군 다사읍)을 오른다. 개구리 소년들이 실종된 곳, 쓰레기 매립장이 있는 악취나고 독한 냄새가 나는 산이라는, 별로 좋지 못한 이미지의 산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구 근교에 있지만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손에 닿기 힘든 먼 곳의 것을 귀하게 여기고 가까운 것을 천하게 여긴다'는 말인 귀곡천계(貴鵠賤鷄)였던가 보다.
와룡산은 도심에서 가깝고, 고속도로 금호분기점 방향에 있는 용미봉에는 매년 4월이면 진달래가 장관이다. 진달래 군락지 아래쪽은 영산홍이 온 산허리를 붉은 색으로 물들인다. 와룡산은 오명을 벗고 대구 시민들이 사랑을 받는 새로운 힐링 명소이다.
이 산은 용이 또아리를 틀고 누워 있는 형국이며, 대구 시가지와 돌아 앉아 서북쪽이 틔어 있다. 그래서 한때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되었다. 정상은 해발 299.6m로 높지 않은 산이다. 대구 서구, 달서구와 달성군에 속한다. 용의 몸체 일부와 꼬리에 해당하는 용미봉, 할아버지봉, 손자봉, 상리봉(해맞이공원이다)은 서구에, 헬기장과 와룡산 정상은 달서구, 용의 머리 용두봉은 달성군에 속하며 서재 방향에 있다. 테니스장 팔각정에서 용두봉까지 6.47km로 약2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아주 오랜 옛날에 산 아래에 옥연(玉淵)이 있어 용(龍)이 노닐다가 그 못에서 나와 막 승천하려고 하는데, 지나던 아녀자가 이를 보고 놀라서 "산이 움직인다"하고 소리치자 이 소리를 들은 용이 승천하지 못하고 떨어져서 산이 되었다'고 하여 와룡산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서구, 달서구, 달성군에서 오르는 다양한 등산로가 있으며 조망도 좋다. 산길 내내 고속도로, 팔공산, 가산, 금호강, 낙동강, 대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등산이 아니라 산책이라 생각될 정도로 힘들지 않은 편한 길이다.
올 봄! 3번이나 와룡산을 찾았다. 첫 번째는 우연하게, 두 번째는 진달래 구경하러, 세 번째는 영산홍을 보기 위해서였다. 가면 갈수록 정이 가는 와룡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