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초례봉을 오르다
[우리 산하] 초례봉을 오르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04.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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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전설을 간직한 초례봉

 

투구 모양의 환성산 정상 투구봉. 이승호 기자
투구 모양의 환성산 정상 투구봉. 이승호 기자

 

대구는 지형적으로 북쪽 팔공산, 동쪽 환성산, 동남쪽 대덕산, 남쪽 앞산•비슬산, 서쪽 와룡산이 둘러싼 분지를 이루고 있어 여름은 다른 지역 보다 많이 덥다. 그래서 대구의 여름 더위를 '대프리카'라고도 한다. 오늘은 대구 동쪽에 솟아 있는 환성산과 초례봉을 오른다.

낙타봉에서 바라본 환성산. 이승호 기자
낙타봉에서 바라본 환성산. 이승호 기자

 

환성산(環城山)은 산의 모양이 고리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팔공산 관봉과 초례봉을 연결하는 지점에 있다. 예부터 하양, 안심 지역의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산이다. 이 산 아래에는 신라 헌덕왕의 왕자인 심지왕사가 창건하였다는 고즈넉한 천년고찰 환성사가 자리하고 있다.

새미기재에 주차 후 0.9km 거리의 환성산 정상을 오른다. 솔 숲으로 이루어져 산길은 크게 힘들지 않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산길의 푹신한 느낌이 좋다. 40여 분 등산 후 정상에 도착하니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은 해발 811.3m로 감투봉이다. 먼 곳에서 보면 감투를 쓴 모습이라 한다. 팔공산과 갓바위, 대구 시내와 하양 들판의 전경이 시원하다. 이어서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서 낙타봉, 초례봉으로 향한다.

낙타봉 오르는 길은 깍아지른 바위 절벽을 수 없이 반복된다. 이승호 기자
낙타봉 오르는 길은 깎아지른 바위 절벽이 수없이 반복된다. 이승호 기자

 

새미기재에서 2.5km 산길을 가야 한다. 초반에는 평범한 능선길이나 조금 지나자 암벽 등반 못지 않은 바위들이 나타난다. 바위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여기가 'M자' 형태의 낙타봉이다. 쌍봉이라고도 부른다. 해발 658m이며 모두 바위로 똘똘 뭉친 봉우리다.  새미기재에서 출발 후 2시간여 만에 오늘의 최종 목적지 초례봉에 도착한다.

초례봉 혹은 초례산으로 부른다. 이 봉우리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927년 고려 태조(왕건)가 공산전투에서 후백제 견훤에게 패한 후 다음 전투에서는 꼭 이기게 해달라며 이 산에 올라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또 공산전투에서 후백제군의 추격을 피하다 기진맥진해 쓰러져 있던 왕건이 나무꾼의 도움을 받아 기운을 차린 뒤 왕으로서의 위엄을 갖추고 처음으로 산 정상에 올라 사방을 살폈는데 그곳이 바로 초례봉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무렵 초례봉 아래 7부 능선에 자리한 한 집에서 왕건은 28번째 부인과 신방을 차렸는데 그 건물이 초례청이 됐고 계곡의 이름은 신방골이 됐다고 한다. 

초례봉 정상에서 초례를 지내면 아들을 낳는다는 말도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임에도 제법 많은 등산객이 있다. 온 산하가 눈아래 보이고 탁트인 시야, 많은 전설을 간직한 초례봉에도 기도해 본다. 코로나여 빨리 사라지라고.

대구 시내에서도 보이는 낙타 등 처럼 생긴 낙타봉 혹은 쌍봉이라고 한다. 이승호 기자
대구 시내에서도 보이는 낙타등처럼 생긴 낙타봉. 쌍봉이라고 한다. 이승호 기자

 

초례봉은 다시 오기 어려울것 같아 여러 컷의 사진을 찍을 때 실수로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액정이 바위에 살짝 찍혔다. 아! 그런데 핸드폰 모든 기능이 사라져 버렸다. 제 기능을 할때는 몰랐는데 너무 답답하다. 이튼날 일찍 서비스센터에 갔다. 액정을 교환하는데 30만원이나 들었다. 초례봉 사진은 비싸게 치였다. 사진 찍을 때 핸드폰 조심해야 한다. 

'가팔환초'의 종착지 초례봉에서도 코라나가 사라지길 기도해 본다. 이승호 기자
'가팔환초'의 종착지 초례봉에서도 코라나가 사라지길 기도해 본다. 이승호 기자
모든 산하가 발아래 펼처지는 경관 좋은 환성산. 이승호 기자
모든 산하가 발아래 펼쳐지는 경관 좋은 환성산. 이승호 기자
하양, 안심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초례봉. 이승호 기자
하양, 안심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초례봉.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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