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가야산을 오르다!
[우리 산하] 가야산을 오르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04.20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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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은 큰절을 품고 있다-가야산

가야산(伽倻山)을 오르다!

가야산 최고봉우리 칠불봉은 성주다. 이승호 기자
가야산 최고 봉우리 칠불봉은 성주에 걸쳐 있다. 이승호 기자

 

날씨는 쾌청하지만, 미세먼지가 많은 3월 중순 가야산을 찾았다. 아직은 코로나 확진자가 숙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임에도 쉼 없이 힘들게 산을 오르는 이유는 지치고 힘들어 하는 분들과 고통을 분담하고 그들에게 용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러 곳의 가야산 등산 코스 중 체력을 배려해서 다른 코스에 비해 힘들지 않다고 하는 해인사 코스를 택했다. 새벽 같이 차를 달려 해인사 입구에 도착했다. 예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코로나로 사찰 출입 통제란 소식은 알고 갔다. 절에는 들르지 않고 산길로 등산만 하리라 생각했다.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일주문에는 출입통제 현수막은 물론,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자에 앉으신 스님 두 분과 국립공원 관리 직원들이 차량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이 큰 절에서 이렇게 철저히 하리란 상상을 못했다. 잠시 당황했으나, 다른 한편 고마운 마음도 든다.

이 코로나19 난국에도 일부 종교에서는 집회를 고집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비교하면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지나온 오랜 역사 속에서도 나라가 어려울 때 국가를 위해 헌신해온 '호국불교'란 말이 맞는것 같다.

가야산을 상징하는 우두봉은 소머리를 닮았다. 상황봉으로도 불린다. 이승호 가자
가야산을 상징하는 우두봉은 소머리를 닮았다. 상황봉으로도 불린다. 이승호 가자

 

한번은 가야겠다고 다짐했던 가야산(伽倻山)은 정상의 모습이 소머리를 닮았다고 우두산(牛頭山)산으로도 불린다. 산이 높고 수려하여 꼭 가야만 하는 산이 가야산인지, 천년 전 가야왕국에서 가장 신성시 되었던 산이라서 가야산인지는 모르겠다.

이 산은 경남 합천군 가야면과 거창군 가북면, 경북 성주군 가천면을 포함하고 경북과 경남의 경계에 걸쳐 있다. 국립공원이며 합천군에 속한 정상 우두봉은 해발 1,432.6m, 200m 거리에서 성주군에 속한 정상 칠불봉은 해발1,433m이다.

주봉인 상황봉(우두봉)을 비롯하여 주위에 두리봉·이상봉·매화산·남산·단지봉 등이 연이어 있다. 화강암과 화강편마암이 대부분이며, 해인사 방면을 제외한 모든 사면이 바위로 이루어진 급경사이다. 여기서는 낙동강의 지류인 가야천이 발원한다. 웅장하면서도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며 해인사, 청량사를 비롯한 많은 사찰이 있다.

예로부터 '대한팔경'과 '12대 명산'의 하나이다. 해인사 오기 전 약 4km에 이르는 홍류동계곡은 가야천을 이루는 계곡이다. 폭포를 이루는 절벽, 맑은 물, 울창한 소나무숲과 진달래·철쭉·단풍 등이 어우러져 사계절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이곳이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소리길'이다.

우리의 자랑 세계유산인 해인사 장경판전. 19년 봄 촬영. 이승호 기자
우리의 자랑 세계유산인 해인사 장경판전. 2019년 봄 촬영. 이승호 기자

 

큰 산은 큰 사찰을 품고 있듯이 가야산은 통도사, 송광사와 함께 우리나라 조계종 3대 사찰인 해인사를 품고 있다. 이 일원은 사적 및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유네스코 등재 세계유산인 장경판전과 세계기록유산인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은 호국의 정신이 깃들어 있으며, 세계적 자랑이자 우리의 자긍심이다. 문화재는 팔만대장경판(국보 제32호)·해인사대장경판전(국보 제52호)·마애석불입상(보물 제222호)·석조여래입상(보물 제264호)·반야사원경왕사비(보물 제128호) 등이 있다. 앞쪽 매화산 기슭에 있는 청량사에는 석등(보물 제253호)·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265호)·3층석탑(보물 제266호)이 있다.

세계기록유산인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수다라전에 연꽃이 그림자로 나타난다.19년 봄 촬영. 이승호 기자
세계기록유산인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수다라전에 연꽃이 그림자로 나타난다. 2019년 봄 촬영. 이승호 기자

 

해인사 서쪽 비봉산 기슭에는 원당암이 있으며, 원당암다층석탑 및 석등(보물 제518호)과 금선암, 백련암, 지족암이 있다. 일정을 변경하여 백운동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백운1교부터 5교까지 물길과 동행한다. 이어 너덜지대를 네발로 기다시피 올라 2시간 여 만에 2.6km 거리의 서성재에 도착했다.

서성재에서 산죽 군락지 위쪽에 보이는 바위로 된 가야산 위용. 아승호 기자
서성재에서 산죽 군락지 위쪽에 보이는 바위로 된 가야산 위용. 아승호 기자

 

돌아가고픈 마음을 억누르고 왼쪽으로 가야산성을 끼고 조릿대가 물결을 이루고 있는 푸른 대숲을 지나자마자, 보기에도 아찔한 경사 75도 이상되는 철계단의 연속이다. 가다 쉬다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백운동에서 출발하여 3.8km를 약 4시간만에 칠불봉에 도착했다. 나의 조그마한 소원 하나 이루었다. 흡족하다. 힘든 만큼 경관 좋고 많은 것을 품고 있는 큰 산이란 생각이 든다. 한숨을 쉬고 내려다 본 성주 방면 산하는 선명치는 않지만 시원하고 장쾌하다.

칠불봉에서 본 성주 방면 시야가 밝지 못하다. 아승호 기자
칠불봉에서 본 성주 방면 시야가 밝지 못하다. 이승호 기자

 

이어서 가야산을 상징하는 우두봉에 올랐다. 저 멀리 남산제일봉 등 수많은 산줄기와 해인사가 산수화처럼 희미하게 보인다. 만물상 코스로 내려오겠다는 계획은 포기했다. 당분간 산을 오르는 일은 쉬고, 체력을 길러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순간 봄바람에 진달래 꽃잎이 휘날린다.

정상부근 생각만 해도 몸서리 치는 아찔한 철계단. 이승호 기자.
정상 부근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아찔한 철계단. 이승호 기자
상황봉에 기원한다. 코로나가 빨리 물러나라고. 이승호 가자
코로나19가 빨리 물러나라고 상왕봉에 기원한다 . 이승호 가자
기기묘묘한 모습의 만물상이 희미하게 보안다. 난코스 중 난코스이다. 이승호 기자
기기묘묘한 모습의 만물상이 희미하게 보안다. 난코스 중 난코스이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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