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억새와 진달래로 유명한 '불뫼' 화왕산을 오르다!
[우리 산하] 억새와 진달래로 유명한 '불뫼' 화왕산을 오르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05.16 2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야가 확 트인 화왕산 정상. 이승호 기자
시야가 확 트인 화왕산 정상. 이승호 기자

화왕산(火旺山·757m)은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에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창녕을 상징하는 진산이다.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언급된 금관가야, 비화(非火)가야, 대가야, 성산가야, 소가야 중 비화가야의 고장은 창녕이라 했다. 창녕은 북으로 화왕산을 병풍 삼고, 남으로 낙동강을 끼고 발달한 넓은 농토를 바탕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는 풍요로운 고장이다.

정상에서는 낙동강과 창녕읍이 보인다. 이승호 기자
정상에서는 낙동강과 창녕읍이 보인다. 이승호 기자

이 지역은 양파의 최초 시배지이며, 1천213㎢로 국내 최대의 자연생태 늪인 우포늪, 산토끼 노래동산, 교동•송현고분군와 국보 2점이 있다. 얼마 전 대학교 신입생에게 우리나라 국보 5점이 무엇인가? 라고 물었다. BTS, 페이커, 김연아, 손흥민, 봉준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생각지도 않은 중국 시나닷컴에서 선정한 5대 국보(나라를 빛낸 자랑스런 한국의 인물)을 말한다. 원하는 답은 숭례문, 원각사지십층석탑, 북한산신라진흥왕순수비, 고달사지부도, 법주사쌍사자석등이었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낮다는 증거일 것이다.

창녕에 있는 국보 2점을 소개한다.

국보 제34호인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 이승호 기자
국보 제34호인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 이승호 기자

국보 제33호 신라 진흥왕 척경비(眞興王 拓境碑)

창녕읍 교상리 만옥정 공원에 있다. 원래 이 비(碑)는 화왕산 기슭에 있었는데 소풍 온 학생이 발견하여 1924년 이 공원으로 옮겨 왔다고 한다. '561년 신라 진흥왕은 새로이 영토에 편입한 비화가야(창녕)의 옛 터전인 이곳에 몸소 행차하여 넓혀진 국경을 확인하고 점령지에 대한 새로운 정책과 생각을 신하들 앞에 밝힌다'는 내용 등을 기록하여 세운 기념비가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이다. 신라 진흥왕이 영토를 확장하고 현지를 순회하면서 세운 비를 순수비라 한다. 마운령비(함남), 황초령비(함남),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서울), 창녕 척경비가 있다.

이 비를 순수비라 부르지 않는 이유는 다른 진흥왕 순수비에 나타나는 '순수관경'(巡狩管境)이라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척경비는 받침돌이나 지붕돌 없이 화강암 몸돌로 이루어져 있다. 높이 1.78m, 너비 1.75m, 두께 30~50㎝로 순수비치고는 좀 큰 편이다.

국보 제34호 술정리 동삼층석탑

척경비에서 15분 정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술정리 동삼층석탑이 있다. 넓은 잔디밭에 외로이 서 있는 이 탑은 경주 불국사 석가탑, 다보탑의 수려하고 아름다운 용모에 버금가는 당당하면서도 기품있는 삼층석탑이다.

불국사 석가탑을 닮은 술정리 동삼층석탑. 이승호 기자
불국사 석가탑을 닮은 술정리 동삼층석탑. 이승호 기자

◆ 화왕산은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을에는 억새, 봄에는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하다. 중부내륙 고속도로 현풍 방향에서 보면 큰 학이 날개를 펼친 형국이다. 불뫼 혹은 큰불뫼로 불린다. 이 산은 예부터 불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매년 장마로 넘치는 낙동강을 다스리기 위해 불 기운이 왕성하다는 의미로 이름 지었는지, 봄에 산에 불을 질러 놓은 듯 진달래가 붉게 피어서인지는 모른다.

진달래 능선에 핀 진달래. 이승호 기자
진달래 능선에 핀 진달래꽃. 이승호 기자

2009년 2월12일 정월대보름 억새태우기 축제 때 큰 불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당일 현장에 갔었던 사람으로서 평생 잊지 못한다. 그전 몇 번의 억새태우기 행사에 갔었지만, 그날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추워서 행사가 끝나기 전에 일찍 내려왔다. 큰 사고 이후 축제는 취소되었다. 큰불뫼란 말이 실감났다. 이 산은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정상에는 화왕산성이 있다.

자연적 지세와 돌로 만든 화왕선성. 이승호 기자
자연적 지세와 돌로 만든 화왕선성. 이승호 기자

◆ 화왕산성(火旺山城)은 화왕산 정상에 자연적인 지세를 활용해 인위적으로 돌로 쌓은 성이다. 처음 쌓은 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삼국시대 이전 가야시대에 축성된 산성으로 알려져 있다. 창녕은 낙동강 중류에 넓게 펼쳐진 곡창지대의 중심지이며 서부 경상남도 지방에 대한 교통·군사상의 요충지이기에 화왕산성은 당시 매우 중요한 군사적 기능을 하고 있었다.

험준한 북쪽의 바위산을 등지고 남쪽 봉우리 사이의 넓은 부분을 둘러싼 산성으로 둘레는 2,7km 넓이는 약 5만6천평이다. 현재 동문과 서문과 남문 흔적과 연못이 있다. 성문을 쌓은 석재는 높이 1.6m, 폭 1m나 되는 큰 돌을 사용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의병활동의 근거지로 삼아 왜군의 진출을 막았던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산성이다. 억새는 많이 보이지 않고 남서쪽 배바위 근처에는 진달래 군락지가 보인다. 황금빛 억새바다를 만들어 줄 가을에 한번 더 와야겠다.

화산산성 남문 쪽에는 창녕 조씨 시조에 관한 표식이 있다. 이승호 기자
화산산성 남문 쪽에는 창녕 조씨 시조에 관한 표식이 있다. 이승호 기자

◆ 화왕산성 아래쪽 남문 안쪽에는 물이 가득찬 연못이 있다. 이렇게 높은 산에 물이 샘솟는 게 신기하다. 이 샘에는 창녕 조씨 시조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신라시대 한림(翰林) 벼슬을 하던 이광옥에게 예향(禮香)이란 딸이 있었다. 그녀가 뱃병을 앓았는데 만 가지 약이 소용없었다. 어떤 사람이 이르길 '화왕산의 못이 영험하니 그 샘에 기도를 하면 병이 나을 것이라 했다' 그 말대로 기도를 하니 문득 구름이 걷히고 안개가 앞을 가려 예향이 간 곳을 알 수 없더니, 잠시 후 구름 걷히고 안개가 걷히고 못 속에서 솟아 올랐다.

이후 병은 나았고 수태하여 아들을 나았는데 겨드랑이 밑에 조라는 글자가 있었다. 어느 날 밤 한 사나이가 나타나 '그대는 이 아이의 아비를 아느냐? 옥영이 이름이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무릇 옥영은 신룡의 아들이다. 광옥이 이런 연유를 임금께 아뢰니 예향의 아들에게 조(曺)씨 성을 하사했다. 용과 예향 사이의 아들 계룡은 자라서 진평왕의 사위가 되었으며 창성군에 봉해졌다고 '창녕읍지'에 기록되어 있다. 못 옆 바위에는 '창녕조씨 득성지지'란 표석이 있다. 남명 조식, 매계 조위, 조만식, 조봉암이 창녕 조씨이다.

지대가 높은 산성안 우물에는 물이 가득하다. 이승호 기자
지대가 높은 산성안 우물에는 물이 가득하다. 이승호 기자

◆ 등산코스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창녕읍 방향으로 잡았다. 자하곡 매표소에서 출발→체육공원→탱크바위→환장고개→서문→정상코스로 크게 힘들지 않고 거리는 약 2.6km, 약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시간 여유가 되면 배바위를 돌아 진달래 능선에 있는 허준 촬영지 세트장까지 가면 된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배바위 주위는 억새 보다 진달래가 많다. 이승호 기자
배바위 주위는 억새보다 진달래가 많다. 이승호 기자
진달래 능선에 있는 허준 촬영지 세트장. 이승호 기자
진달래 능선에 있는 허준 촬영지 세트장. 이승호 기자
화왕산 북쪽 사면은 급 낭떨어지다. 이승호 기자
화왕산 북쪽 사면은 낭떠러지다. 이승호 기자
화왕산은 불뫼, 쿤 불뫼라 부른다. 이승호 기자
화왕산은 불뫼 또는 큰불뫼라고도 부른다. 이승호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