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명승 십이폭포의 내연산을 오르다
[우리 산하] 명승 십이폭포의 내연산을 오르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08.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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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최고의 피서지 폭포박물관 청하골

 

청하골에서 최고의 절경인 관음폭포와 연산폭포. 이승호 기자
청하골에서 최고의 절경인 관음폭포와 연산폭포. 이승호 기자

내연산(內延山)은 국립공원도, 도립공원도 아닌 군립공원이지만, 경관은 국립공원이다. 경북 포항시 송라면에 있다. 보경사 안쪽에 있는 산이다. 동해안을 따라 7번 국도를 가다가 월포해수욕장을 지나 화진해수욕장 가기 일보 전에 왼쪽 보경사 방면으로 끝까지 가면 된다. 내연산은 남쪽에 비학산, 북쪽에 칠보산 줄기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해발고도만 따지면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다. 하지만 해안 가까이에 솟아 있어 내륙의 높이가 같은 산보다는 훨씬 더 높게 느껴진다.

내연산 정상은 삼지봉(710m)이 아니라 향로봉(930m)으로 해야 한다. 삼지봉, 문수산(622m), 향로봉, 삿갓봉(718m), 천령산(775m) 등 높은 준봉들이 반달 모양으로 둘러 있어 이 청하골은 여느 심산유곡보다도 계곡이 깊고 시원하며 경관이 뛰어나다. 청춘 남녀들이 신비스런 내연산 계곡에 오면 삼신할미의 도움으로 결혼을 하게 되고, 또 결혼 후 방문하면 아들을 얻는다는 속설이 전해오고 있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결혼을 못한 청춘 남녀들은 다녀 가길 권한다. 이곳에는 폭포와 소(沼)가 많다. 이 내연산 안쪽을 굽이굽이 감돌며 40리 가량 흘러내리는 골짜기가 바로 청하골(옛날에는 청하현 소속, 지금은 송라면. 청하면도 있다)이다. 이 골짜기에 12개의 폭포를 숨겨놓고 있다. 폭포의 갯수도 많을 뿐더러 이곳처럼 다양한 형태의 폭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도 드물 것이다. 청하골은 폭포박물관이다. 

시원한 쌍폭포라 부르는 상생폭포. 이승호 기자
시원한 쌍폭포라 부르는 상생폭포. 이승호 기자

내연산 12 폭포의 멋진 경관에 대한 옛 기록도 많다. 조선시대 유학자 정시한(1625∼1707)은 '산중일기'에서 내연산 폭포에 대해 "기이한 경치이며 금강산에도 없다"고 했으며, 1733년 청하 현감으로 부임해 2년 동안 재임했던 겸재 정선은 '내연삼용추(內延三龍湫)' 등 내연산 폭포를 소재로 한 그림 4점을 남겼다. 겸재는 진경산수화의 걸작인 '금강전도'를 청하에서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진경산수화풍이 완성된 곳도 내연산에서라고 한다.  

고즈넉한 사찰 보경사 진입로. 이승호 기자
고즈넉한 사찰 보경사 진입로. 이승호 기자

내연산 입구에는 천년고찰 보경사(寶鏡寺)가 있다. 이 절은 신라 진평왕 때에 지명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데, 스님이 중국에서 가지고 온 불경과 팔면보경(八面寶鏡)을 연못에 묻고 지은 절이라 해서 보경사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고즈넉한 산사 경내에는 처진 소나무 형태의 노송이 운치를 더 한다. 문화재는 고려 고종 때의 고승인 원진국사의 비석(보물 제252호)과 부도(보물 제430호)가 있다. 사찰 입구의 큰 소나무 숲, 주변의 울창한 수림(樹林)과 시원하게 흐르는 냇물과 콸콸 내려가는 도랑물이 한 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준다. 

떨어져 부서지는 물보라가 은하수 같은 은폭포. 이승호 기자
떨어져 부서지는 물보라가 은하수 같은 은폭포. 이승호 기자

내연산 십이폭포를 보려면 보경사에서 물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자연석으로 만든 편편하지만은 않은 길을 따라가야 한다. 절에서 1.5km쯤 오르면 제1폭포인 상생폭포(쌍생폭포)가 나온다. 그리 우람하지는 않지만 두 물길이 나란히 떨어지는 모양이 단아하기 그지없다. 이 폭포를 지나면 잇따라 보현폭포(제2폭포), 삼보폭포(제3폭포), 잠룡폭포(제4폭포), 무봉폭포(제5폭포)가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잠룡폭포 주변의 골짜기는 영화 ‘남부군'의 한 장면으로 지리산의 어느 골짜기에 모인 남부군 대원들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발가벗고 목욕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라 한다.

청하골의 열두 폭포 가운데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은 관음폭포(제6폭포)와 연산폭포(제7폭포) 주위이다. 쌍폭인 관음폭포 주변에는 선일대, 신선대, 관음대, 월영대 등의 천인단애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신일대 맞은 편 절벽 위에는 최근에 만든 소금강전망대가 만들어져 위에서 폭포계곡을 감상할 수 있다. 관음폭포가 만들어 놓은 소(沼) 옆에는 오랜 기간 폭포가 많들어 놓은 기이한 모습의 동굴이 여러 개 있다. 이 폭포 위에는 철재로 만든 일명 구름다리가 있다. 이 다리 끝에는 높이 약 30m, 길이 40m에 이르는 연산폭포가 숨어 있다. 이 폭포는 청하골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폭포인데, 학소대라는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커다란 물줄기가 쉼 없이 쏟아지는 위용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물보라를 머금고 불어오는 계곡바람은 엄청 시원하다.

관음폭포 앞쪽 암벽의 벼룻길을 지나 다시 15분 가량 물길을 따라가면 은폭포를 만나게 된다. 12폭포 중 8번째 폭포인 '은폭포'는 원래 여성의 음부를 닮았다 하여 음폭(陰瀑)이라 부르다가 상스럽다 하여 은폭(隱瀑)으로 고쳐 불렸다고 하기도 하고, 용이 숨어 산다고 하여 흔히 '숨은 용치'라고 하는데 이에 근거하여 은폭으로 부른다고도 한다. 금폭포가 아닌 은폭포는 많은 이야가가 전해올 만큼, 많은 수량을 힘차게 쏱아내는 물줄기는 현란한 군무처럼 보인다. 떨어져 부서지는 물보라는 은하수보다 아름답고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하다. 신이 만든 명소이다. 이곳 위쪽으로도 시명폭 제1복호폭, 제2복호폭, 제3복호폭이 이어지지만, 거기까지 찾아가는 이는 드물고, 일반 관광객은 관음폭포까지, 조금 더 관심 있는 사람은 은폭포까지 간다. 보경사에서 연산폭포까지 다녀오는 데에는 대략 2시간(왕복 약5km)가량 걸리는 데, 등산로가 잘 정리되어 있어 노약자들도 힘들지 않게 다녀 올 수 있다. 

아스라한 천길 절벽위에 있는 선일대. 이승호 기자
아스라한 천길 절벽 위에 있는 선일대. 이승호 기자

등산은 보경사를 출발하여 문수암→문수봉→삼지봉→은폭포→소금강전망대→관음폭포→연산폭포→잠룡폭포→보현폭포→상생폭포→보경사 코스 12.8km로 8시간이 소요되었다. 12폭포를 모두 구경하고자 시작했으나 내려오는 길을 잘못 선택하여 은폭포까지만 보았다. 12폭 병풍을 만들려다 잘못하여 8폭 병풍을 만든 모양새가 되었다. 문수암에서 문수봉까지는 경사가 심하나, 이후는 평탄한 길이라 힘들지 않다. 삼지봉 가는 능선길에서 동해가 보일 줄 알았으나 높고 우거진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내연산은 청하골을 제외하고는 바위가 보이지 않으므로 육산이며, 소나무는 간혹 보이고 대부분 참나무 종류의 잡목들로 어우러져 있다. 2년 전 봄에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긴 시간 더운 날씨 때문에 힘든 산행이었지만, 한편 뿌듯하다. 눈 덮인 겨울에 한번 더 올 것을 다짐해본다.

관음폭포 위에 있는 연산폭포의 위용. 이승호 기자
관음폭포 위에 있는 연산폭포의 위용. 이승호 기자

 tip:

 •절에 들르지 않고 산에만 가도 보경사 입장료는 성인 3천500원이다. 주차료는 무료이다. 

•주차장에서 일주문 사이에 다양한 메뉴의 대형식당들이 여러 곳 있다.

•내연산과 산줄기가 이어진 평균해발 650m에 경상북도수목원이 있다. 높은 곳에 2천727ha의 국내 최대 면적을 가진 수목원으로서 쉽고 재미있게 관찰할 수 있도록 고산식물원, 울릉도식물원, 침엽수원 등 24개 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2천88종의 희귀수종과 향토수종의 자생식물이 있다. 입장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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