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민족혼(魂)의 진원지, 태백산을 오르다!
[우리 산하] 민족혼(魂)의 진원지, 태백산을 오르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08.05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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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의 최고봉은 장군봉이다.
태백산은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이다.

 

좋은 기운이 가득한 태백산 천제단(영봉). 이승호 기자
좋은 기운이 가득한 태백산 천제단(영봉). 이승호 기자

태백산(太白山)은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이다. 도립공원이었다가 2016년 뒤늦게 22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한국의 12대 명산으로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와 나라를 세운 산으로 알려져 오랜시간 우리 민족의 가슴에 깊이 새겨진 민족혼(魂)의 진원지이다. 심지어 영주 부석사 일주문에도 '소백산 부석사'가 아닌 '태백산 부석사'란 현판이 있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소문난 영험한 산이다.

백두대간의 중심이며, 낙동정맥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바위가 거의 없는 육산의 대표적인 산이다. 최고봉은 장군봉으로 해발 1,566.7m이다.  이곳에서 소백산맥이 갈라져 나와 남서쪽으로 산맥이 뻗어 나간다. 이 산 능선은 북서, 남동방향으로 뻗어 있으며,  천연의 숲과 깊은 계곡들이 있다. 태백산은 남한 제1의 부존자원지역으로 삼림자원이 풍부하며, 석탄·석회석·흑연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여 광업이 발달했다. 한반도 척량 산맥인 이 산은 흰모래와 자갈이 쌓여 마치 눈이 덮인 것 같다 하여 태백산이라 불렀다고 하며, '크고 밝은 뫼'라는 뜻도 품고 있다. 신라시대는 5악 중 북악으로 중요시되었다.

이 산을 중심으로 함백산(1,573m)·청옥산(1,277m)·구룡산(1,346m) 등과 함께 주위 20㎞ 내외에 1,000m 이상의 봉우리들이 100여 개나 연봉을 이루고 있어 하나의 거대한 고산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산 정상 부근에는 중생대 말기 이후 지반의 상승운동으로 형성된 비교적 넓은 고위평탄면이 나타난다. 북쪽과 북서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나, 나머지 사면은 급경사이다. 서쪽에서 발원한 계류는 남한강의 지류인 옥동천으로 흘러들며, 동쪽·남쪽·북쪽 사면에서는 황지천의 지류로 낙동강의 상류가 된다. 수 많은 종류의 나무•야생화와 90여 종의 조류, 25종의 포유류, 340여 종의 곤충이 서식하는 태백산은 남한 제1의 부존자원지역이다.

이곳은 또한 예로부터 계룡산과 함께 민간신앙의 중심지로, 산신당을 비롯한 기도처가 곳곳에 많았는데 1970년대 토속신앙을 정화할 때 대부분 철거되었다. 문화유산은 백단사·덕원사·망경사·유일사·단종비각 등이 있다. 또한 이 산은 높이에 비해 산세가 비교적 부드럽고 경관이 장쾌하고 힘들지 않은 등산코스이므로 많은 등산객이 찾는 명산 중의 명산이다.

등산코스는 유일사 코스, 백단사 코스, 당골코스, 백천계곡 코스가 있다. 등산객이 가장 선호하는 유일사코스는 비교적 산행하기가 쉽다. 유일사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입구에는 낙엽송과 고랭지 배추밭의 푸르름이 눈맛을 좋게 한다. 2.4km의 편안한 임도를 따라 유일사까지 갈 수 있다. 비는 오지 않지만 습기가 많은 무더운 날씨에 무척 덥고 땀이 많이 난다. 태백지역의 유일한 비구니 사찰인 유일사는 태백산 백단사에서 이소선이 백일기도를 하던 중 사찰을 창건하라는 부처님의 현몽을 받아 창건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동차가 갈 수 없는 아담하고 조용한 외딴 절에는 마침 비구니 스님이 예불을 드리고 있다. 돌아나가려는데 법당에 들어 오라고 스님이 손짓한다. 오래되지 않은 대웅전에는 입체적인 모습의 목각탱화가 눈길을 끈다. 스님의 예불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서둘러 나오니 그 짧은 시간에 한 줄기 소나기가 내려 더위를 식혀준다. 부처님의 은덕인가 스님의 마음인지? 유일사에서부터는 좁은 산길이다. 죽어 있는 듯한 나무에 잎을 피우고 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산다는 주목이다. 죽은 모양도 신기하다.

태백산 유일의 비구니 스님들이 있는 유일사. 이승호 기자
태백산 유일의 비구니 스님들이 있는 유일사. 이승호 기자

주목나무 군락지를 지나 1.3km를 오르면, 천하가 내 발 밑인 양 온 산하가 훤히 보이는 태백산 최고봉 장군봉(1,567m)이다. (혹자는 태백산 최고봉은 함백산이라고 하나, 이는 태백산 국립공원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바위는 보이지 않고 수많은 야생화가 천상의 꽃밭을 이루고 있다. 돌로 만든 천제단도 있다.(옛스럽지 않음)

가까이 천제단(영봉, 1,560m), 멀리 부쇠봉(1,514m), 더 멀리 문수봉(1,517m)이 안개속에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한 폭의 산수화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신령스럽고 영험한 산이 분명하다. 장군봉, 천제단, 부쇠봉,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높이 1,500m 이상의 긴 능선의 태백산 구름 위에는 노루오줌, 동자꽃, 어수리, 모시대, 섬말나리, 이질풀, 배향초, 바위채송화, 사스래나무, 주목 등등 수많은 야생화가 꽃을 피운 천상의 식물원이다. 흡족하고 행복하다. 여한이 없다.

쉼없 올라오는 운무는 신비롭다. 태백산 천제단에서. 이승호 기다
쉼 없이 올라오는 운무는 신비롭다. 태백산 천제단에서. 이승호 기자

장군봉에서 약400m 거리에는 많이 알려진 오래된 천제단이 있다. 정성껏 기원해 본다. 여기서 내려 올려다 욕심을 부려본다. 2.6km 거리에 있는 문수봉을 가기로 했다. 산등선의 오솔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숲과 나무가 사람 키보다 높아 가는 길 내내 주위 산하는 보이지 않는다. 약1시간 40분만에 드디어 문수봉에 도착했다. 힘들었지만,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장군봉 보다 시야가 더 많이 보인다. 여기서는 동해 일출도 보인다고 한다. 오늘은 안개 때문에 볼 수 없다. 함백산, 태백산 장군봉과 만경사가 보인다. 경관이 너무 좋고 시원해서 더 머무르고 싶지만 유일사 주차장까지 6.6km 가야만 한다. 시간도 촉박하고 돌아 갈 길을 생각하니 앞이 깜깜하다. 그래도 가야만 한다. 단종비각, 망경사(깔끔한 텃밭과 전망이 멋짐)를 들려 산행한지 8시간만에 출발장소에 도착했다. 힘드고 긴 여정이었지만, 꼭 가고 싶었던 우리민족 혼(魂)의 진원지 태백산을 다녀왔다는 자부심에 마음 뿌듯하다. 앙상한 주목에 상고대가 환상이라는 겨울에 다시 오리라 기약해 본다.

죽은 듯 살아 있는 주목, 주목하면 떠오른 태백산. 이승호 기자
죽은 듯 살아 있는 주목, 주목하면 떠오른 태백산. 이승호 기자

*주위에 가 볼만한 곳: 낙동강 발원지 황지, 용연동굴, 추전역, 현불사, 정암사, 신리너와집 등등

*식사는 당골광장 혹은 황지 인근에 다양한 메뉴의 식당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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