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여덟 봉우리, 영덕 팔각산을 오르다
험난한 여덟 봉우리, 영덕 팔각산을 오르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09.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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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계곡을 품은 팔각산
7봉에서 돌아본 바위로 뭉쳐진 3,4,5,6봉. 이승호 기자
영덕 팔각산 7봉에서 돌아본 바위로 뭉쳐진 3, 4, 5, 6봉. 이승호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람을 만날 수도 없고, 식당에 가는 것도 부담스러워 못 가고, 사무실에 계속 있기도 답답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 갈 곳도 마땅치 않다. 답답한 마음 달래려고 산으로 간다. 운동 겸하여 사람을 가장 적게 만나는 곳, 경북 영덕 팔각산을 찾았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요산요수(樂山樂水)란 말은 영덕(盈德)에 어울리는 고사성어이다. 이곳은 푸른 동해, 청정한 옥계계곡, 기암괴석의 아름다운 팔각산, 복사꽃 흐드러진 오십천을 품고 있으며, 유명한 명사이십리 고래불해수욕장이 있고, 대게의 고장이기도 하다.

시간 여유가 있어 인량리 전통마을과 괴시리마을을 잠시 들렀다. 코로나19 여파인지 인적은 드물고 외지인들의 방문을 반가워하지 않는 듯하다.

반촌 중에 반촌인 인량리전통마을. 이승호 기자
반촌 중에 반촌인 인량리전통마을. 이승호 기자

인량리 전통마을은 5대 성씨 8종가가 집성촌을 이룬 '선비의 고장'이다. 영해에서 창수면 방향 2㎞ 거리에는 꽤 넓은 들판과 송천이 가로지르는 곳에 5대 성씨(재령 이씨, 영양 남씨, 안동 권씨, 무안 박씨, 대흥 백씨)의 8종가가 집성촌을 이루는 인량리 전통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포근하고 정겨운 분위기의 나라골 보리말이라 불리기도 한다. 날개를 양쪽으로 펼쳐 놓은 것 같은 형국의 산세와 그 날개깃에 마을이 달린 듯하다고 해 나래골(翼洞)이라 불렸다.

예부터 풍속이 맑고 예절과 덕행이 올바르며, 학문이 높고 어질고 인자한 선비가 많아서 인량리(仁良里)라 불리었다. 이 마을에는 1400~1700년대 사이에 건축된 전통 고가가 20여 채나 있다. 5대 성(姓) 8종가가 거주하면서 고려시대 이후 현재까지 훌륭한 인물과 석학을 많이 배출한 마을이라 한다. 이문열 소설 '선택'에서 장씨 부인의 배경 마을이기도 하다. 이 마을은 자세히 둘러 보기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괴시리 전통마을은 목은 이색을 낳은 마을이다. 영양 남씨의 400년 세거지인 괴시리마을은 인량리 전통마을에서 동쪽으로 영해읍 소재지 동해바닷가 방향 높지 않은 산자락 아래 있다. 이 마을은 고려 말 대표적인 충신이자 학문과 인품이 높았던 목은 이색(李穡, 1328~1396) 선생이 태어난 외가마을이다. 고려 공민왕 8년 이색 선생이 원나라에서 유학한 후에 귀국길에 잠시 들른 중국 구양박사방(歐陽博士坊)의 괴시마을과 고향인 이곳 호지촌((濠池村)이 유사하다고 하여 괴시(槐市)라고 이름지었다. 마을 앞에는 동해안의 3대 평야(영해, 평해, 흥해)인 영해평야 푸른 들녘이 넓게 펼쳐져 있다. 대부분의 고택이 서남향을 바라보고 있으며, 기와 토담으로 만들어진 긴 마을길은 이색적이고 정감이 간다.

이 마을이 영양 남씨(南氏) 괴시파의 400여 년 세거지가 된 것은 인조 8년(1630년)부터이다. 영양 남씨가 처음 정착하여 집성촌을 이루고 큰 문필을 형성하여 38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남씨는 시조가 영의공(英毅公) 남민(南敏)이며 고려 중기에 와서 영양, 의령, 고성 남씨로 분파(分派)되었다. 눈여겨볼 건물은 17세기 남붕익(南鵬翼)이 창건한 'ㅁ'자형의 정침과 사당으로 구성된 영양 남씨 괴시파 종택과 조선조 좌승지 남택만(南澤萬)의 손자 남유진이 건립한 물소와고택, 해촌고택 등이다. 마을 뒤편 높은 곳에는 이색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목은기념관이 건립되어 있다.

고흥 팔영산, 태안 팔봉산, 홍천 팔봉산 등, 산 이름에 팔(八)자가 들어가는 산은 봉우리가 여덟개이며, 험준한 바위산이다. 영덕 팔각산(八角山)은 정상이 해발 628m로 높지 않은 산이다. 뿔처럼 생긴 8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바위산이다. 2봉과 3봉은 위험하다고 통제를 한다. 밧줄과 철계단이 곳곳에 있고 어지러울 정도의 험한 등산길이다. 3봉에서 8봉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은 암벽등반 훈련이다. 산 아래 계곡은 옥계계곡이다. 이 계곡은 천연림으로 뒤덮인 팔각산과 바데산, 주왕산이 만든 기암절벽이 이루어낸 깊고 아름다운 계곡이다. 상류는 청송 얼음골이다. 풍부한 계곡물은 인적이 없는 바위 틈 사이를 지나 오십천으로 흘러간다. 옥같이 맑고 투명하다. '옥계(玉溪)' 이름에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맑고 깨끗하며,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돌아드는 풍경은 한폭의 아름다운 산수화 같다.

옥계계곡 안쪽 청송 얼음골 인공폭포. 이승호 기자
옥계계곡 안쪽 청송 얼음골 인공폭포. 이승호 기자

등산코스는 옥계계곡 팔각산장에서 출발→1, 2, 3, 4, 5, 6, 7, 8봉까지 2.6km이다. 약2시간 소요된다고 하나, 3시간 30분 걸렸다. 하산은 올라가는 길 반대 방향으로 무난한 1.9km이다.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 탓에 처음에는 팔팔하게 출발했으나 하산길은 파김치가 되었다. 최고봉은 8봉이다. 능선길에는 주왕산, 내연산, 바데산, 동대산이 눈 아래 수려하게 펼쳐진다.

tip:

•팔각산, 옥계계곡, 인량리마을, 괴시리마을, 얼음골은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다.

•식사는 영덕군청 소재지에서 가능하다.

•영덕대게는 강구항에 가면 된다.

•숙박 및 위락시설은 삼사해상공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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