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여인 형상, 미녀봉을 오르다
임신한 여인 형상, 미녀봉을 오르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09.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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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를 닮은 가조 들녘과 주위 산이 있는 곳

 

백두산 천지를 닮은 가조 들녘과 주위 산들이 한폭의 그림 갗다. 이승호 기자
백두산 천지를 닮은 가조 들판과 주위 산들이 한폭의 그림 같다. 이승호 기자

미녀봉은 거창군 가조면에 있다. 가조면 동쪽을 둘러친 오도산, 미녀봉, 숙성산으로 이어진 산맥은 거창군과 합천군의 경계를 이룬다. 미녀봉의 호적상 이름은 문재산이다. 임신한 여인이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하늘을 보고 누워있는 형상이라 해서 미녀봉이란 애칭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하늘을 보고 누워 있는 형상의 미녀봉. 이승호 기자
하늘을 보고 누워 있는 여인의 모습을 닮은 미녀봉. 이승호 기자

거창은 거창한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을 병풍처럼 두른 땅이다. 기름진 옥토의 젖줄은 황강과 위천이다. 높은 산과 맑고 물이 어우러져 경관이 좋고 풍요로운 고장이다. 산지가 많으므로 빛깔도 고운 산지 사과가 유명하며, 근래에는 거창국제연극제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가을을 느끼기에 제격인 명승 중의 명승, 수승대와 강동마을도 가볼 만한 곳이다. 거창군에 소속된 가조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도읍지로 생각했을 정도로 주위 산세가 수려하고 아름답다.

미녀봉을 탐하려는 속설로 가득한 산들이 동쪽으로부터 남-서-북쪽으로 두무산(1,030m), 오도산(1,120m), 미녀봉(931m), 숙성산(907m), 박유산(712m), 금귀봉(837m), 보해산(911m), 장군봉(956m), 우두산(1,046m), 비계산(1,130m)이 원형을 이루며 솟아 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 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산세와 비슷하다고 한다. 즉 가조 들판이 백두산 천지라 가정하면 비슷한 모양이다. 그리하여 가조에는 '백두산 천지온천'이 있다. 이 온천은 물 좋기로 소문난 전국 제일의 강알칼리성(pH 9.7) 온천으로 피로회복, 신경통, 류머티즘, 알레르기성 피부염, 만성습진 등에 탁월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수승대. 여름에는 물놀이 가능하다. 이승호 기자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수승대. 여름에는 물놀이도 가능하다. 이승호 기자

수승대(搜勝臺)

거창군청 소재지에서 위천면사무소를 지나 서쪽으로 약 1㎞ 지점에 있다. 수승대는 우거진 노송과 옥빛 맑은 물, 신선이 놀았을 듯한 그림 같은 정자가 어우러진 멋진 곳이다. 명승 제53호이며 예부터 원학동계곡의 안의삼동(安義三洞)으로 불리는 함양 화림동, 용추계곡 심진동과 함께 경관이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중종 때 요수 신권(樂水 愼權'1501~1573)이 이곳에 은거하면서 구연서당(龜淵書堂)을 건립하고 후학을 양성했다. 바위 모양이 거북을 닮았다 하여 암구대(岩龜臺), 구연동(龜淵洞) 혹은 수송대(愁送臺)라 불렸다.

1543년 퇴계 이황이 안의현 삼동을 유람차 왔다가 신권을 만나기로 했으나 임금의 부름을 받고 급히 올라가면서 만나지 못했다. 퇴계가 '근심 어린 마음으로 보낸다'는 뜻의 수송(愁送)이 아름답지 못하다 하여, 수승대로 고칠 것을 권하는 오언율시를 남겼다. 요수가 답시(答詩)를 보내고 바위에 새겨 그때부터 수승대라 부른다.

퇴계가 남긴 시는 다음과 같다.

수승이라 이름하여 새로 바꾸니 / 봄을 맞이한 경치는 더욱 아름답다. 숲 속의 꽃들은 꽃망울 터트리려는데 / 그늘진 골짜기 눈은 아직도 덮여 있네. 먼 곳에서 수승대를 그윽이 바라보니 / 오로지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 더하기만 하구나. 언젠가는 한 두루미의 술을 가지고 / 큰 붓 들어 단애의 아름다움을 그려볼까 하노라.

퇴계와 요수가 서로에게 가진 신의와 큰 믿음을 느낄 수 있는 시(詩)이다. 수승대에는 식당과 편의점, 안내소, 주차장 등 부대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겨울철에는 눈썰매장도 개장한다고 한다.

한 없이 포근함으로 다가오는 이름난 동계 정온의 강동마을. 이승호 기자
한없이 포근함으로 다가오는 이름난 동계 정온의 강동마을. 이승호 기자

강동마을

금원산 아래에는 동계 정온의 고택이 있다. 금원산자연휴양림에서 15분 정도 내려오면 왼쪽 금원산 아래 나지막한 산 앞에 옛 고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이 보인다. 이 마을이 강동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정면에 가장 먼저 솟을대문이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동계고택이다. 동계 정온(桐溪 鄭蘊'1569~1641)은 광해군 때 영창대군의 처형을 반대하다가 10여 년간 귀양살이를 하였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사가 남한산성을 포위하자 명나라를 배반하고 청나라에 항복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하려고 남한산성에서 내려가자 스스로 칼로 배를 찔러 죽으려 하였다. 그의 아들이 급히 창자를 배에 넣고 꿰맸더니 한참 후에 깨어났다고 한다. 정온은 청나라 군사가 돌아가자 시골로 내려와서 다시는 조정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집은 마을 가운데 자리잡고 이웃한 고택들을 양쪽으로 거느리는 듯 당당히 서 있다. 솟을대문 위 붉은색 바탕에 흰 글씨로 쓰인 정려문(旌閭文)이 특이하다. '文簡公桐溪鄭蘊之門'(문간공동계정온지문)이라 쓰여 있다. 왕조시대에 충신, 효자, 열녀의 곧은 풍속을 널리 알리고 본받고자 나라에서 내리던 표창이다. 끝까지 목숨으로써 절의를 지킨 충신을 기리는 표식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옛 고가가 즐비한 황산전통한옥마을에서 고택체험도 해볼 만하다. 강동마을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미녀봉에서 보이는 가조 들녘과 안개에 가린 산하는 그림 같다. 이승호 기자
미녀봉에서 보이는 가조 들녘과 안개에 가린 산하는 그림 같다. 이승호 기자

○등산코스는 석강공단 가기 전 가남정보화마을에서 출발하여 정자나무→유방샘→머리바위→유방봉→805봉(883m)→미녀봉을 오른 후 음기마을로 회귀하는 코스를 택했다. 왕복 거리는 약 10km, 5시간30분 소요되었다. 올라가는 초입은 임도이며 임도 끝지점에는 오래된 참나무의 정자나무가 있고 조금 더 오르면 끊임없이 솟아나는 유밤샘이 있다. 여기서 유방봉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과 바로 미녀봉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805봉에서 미녀봉 가는 능선길에서는 가조 들판과 백두산 천지를 감싸고 있는 듯한 산봉우리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정상 인근에는 요즈음 산에 많지 않은 소나무 군락이 햇볕을 가려주고 시원함도 준다. 힘들지 않은 등산코스이다. 가조를 알고 이에 반하여 장군봉, 오도산, 우두산, 비계산 등을 오르리라 다짐해 본다.

해발 500m가 넘는 곳임에도 끊임없이 물이 솟아나는 유방샘. 이승호 기자
해발 500m가 넘는 곳임에도 끊임없이 물이 솟아나는 유방샘. 이승호 기자

tip:

•식사는 수승대 인근이나 거창휴게소(상•하), 가조면 소재지에서 해결할 수 있다.

•미녀봉은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다.

•수승대와 강동마을은 입장료가 없다. 단, 수승대는 주차료가 있다.

•가조 백두산천지온천 입장료는 어른 6천5백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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