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다섯 번 찾으면 좋은 산, 오대산을 오르다
[우리 산하] 다섯 번 찾으면 좋은 산, 오대산을 오르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08.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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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오대산으로 떠나다!

 

동해 바다가 보이는 오대산 정상인 비로봉. 이승호 기자
동해 바다가 보이는 오대산 정상 비로봉. 이승호 기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으나, 1박2일 일정으로 오대산을 찾았다. 원주를 지나서 영동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억수 같이 비가 내린다. 차들은 엉금엉금 기어간다. 2시간30분 이상 도로에 갇혀 있었다. 아침에 출발하여 오후 3시에 구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했다. 오대산은 갈 수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대관령 능경봉(해발 1,123m)을 올랐다. 비는 그치지 않고 안개에 바람까지 분다. 무서울 만큼 인적이 드물다. 약 2시간 동안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한 외로운 산행이었다. 힘들지 않은 짧은 코스이므로 여유롭게 다녀왔다.

블공들이는 부지런한 불자들이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인 오대산 상원사 기원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인 오대산 상원사에서 부지런한 불자들이 기원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이튿날 아침 일찍 오대산을 오르기 위해 월정사 입구에 도착하여 매표를 하는데 매표원이 산에 가느냐고 묻는다. 비가 많이 와서 입산 통제라고한다. 돌아서 나오다 생각하니 먼 길 온 것이 너무 아까워 적멸보궁(寂滅寶宮)까지 가기로 하고 입장했다. 월정사와 상원사는 내려올 때 구경하기로 하고 서둘러 사자암(중대)을 지나 적멸보궁에 도착했다. 단아한 건물 한 채와 건물 뒷편 둔덕에 조그마한 비석이 있다. 이곳이 불탑인 듯하다. 뒷편 멀리 안개에 덮인 오대산 정상 비로봉이 보인다. 여기에 있는 적멸보궁은 양산 통도사, 정선 정암사, 영월 법흥사, 인제 설악산 봉정암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한 곳이다.

이곳 적멸보궁은 석가모니의 머리뼈 사리를 모신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으므로 불상이 없는 사찰이다. 5개 봉우리가 연잎처럼 둘러친 가운데 부분, 즉 꽃술에 해당되는 곳으로 이 곳은 길지(吉地) 중에 길지라고 한다. 월정사에서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곳이기도 하다. 깊은 산 속, 이른 시간임에도 기도하는 불자들이 있다. 대단한 열성에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적멸보궁에서 돌아오는 길, 적멸보궁 계단을 내려 오다가 왼쪽에 비로봉 가는 등산로가 그 새 개방되어 있다. 참 운이 좋다.

서둘러 산행에 올랐다. 비로봉까지 1.1km 거리다. 다소 경사가 가파르다. 오르는 길에는 오래된 고목과 울창한 숲이 운치를 더한다. 30여 분 후 꿈에도 가 보고 싶었던 오대산 정상 비로봉에 올랐다. 대구의 낮 기온은 엄청 무더운 35도라고 하지만, 여기는 바람이 많이 불어 추울 정도로 시원하다. 못 올 뻔했던 곳이기에 마음은 벅차고 가슴은 터질 듯 기쁘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안개가 몰려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정상에서는 발왕산, 동대산, 노인봉, 주문진 바다, 두로봉, 상왕봉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우리나라 산하(山河)는 포근하고 멋스럽고 아름답다.

오대산은 봉우리대 5개, 암자도 5개, 대(臺)도 5개가 있어 오대산(五臺山)이라 부른다. 오대산은 계곡이 깊고 울창한 천년의 숲과 사계절 맑은 물이 쉼 없이 흐른다. 바위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 산 중 육산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이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홍천군 내면 그리고 강릉시 연곡면에 접해 있다. 우리나라의 큰 산줄기인 백두대간의 중추로 서남쪽으로 산세가 뻗은 형국이다. 태백산맥에 솟아 있으며, 주봉인 비로봉(毘盧峰·1,562m)을 중심으로 동대산(1,434m)· 호령봉(1,042m)·상왕봉(象王峰·1,493m) ·두로봉(1,422m) 등 5개의 봉우리가 있다.

다섯 봉우리 아래 산중턱에는 중대(지공대)·동대(만월대)·서대(장령대)·남대(기린대)·북대(상삼대) 등 5개의 평평한 대지로 둘러싸여 있고, 중대·동대·서대·남대·북대에는 월정사(月精寺)의 부속암자인 관음암·수정암·지장암·미륵암·사자암 5개 암자가 있는데 여기에는 문수보살·관음보살·대세지보살· 지장보살·아라한 등이 상주하면서 설법하던 곳이라 한다. 웅장한 산세에서는 월정천과 내린천이 발원해 깊은 협곡을 이루면서 남한강의 지류인 오대천에 흘러든다. 동대산과 노인봉 사이에 있는 진고개는 오대천의 지류와 연곡천의 분수령이다.

이 산은 한국의 대표적인 산림지대로 동식물의 종류도 다양하고 풍부하다. 식물은 수령이 1천 년 정도 된 전나무를 비롯해 약 217종, 동물은 17종, 담수어 20종, 조류 35종, 곤충 474종 등이 서식한다고 한다. 월정사 앞 계곡, 금강연(金剛淵)에는 천연기념물인 열목어를 비롯해 메기, 뱀장어 등이 서식한다고 한다. 부드러운 느낌마저 감도는 우아한 산세, 뛰어난 계곡미, 울창한 수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문화유산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소금강 지역을 포함하여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오대산 국립공원은 총 면적 298.5㎢로 크게 오대산 지역과 청학동 소금강 지역으로 구분된다.

전나무숲길로 소문난 월정사에는 귀한 탑인 팔각구층석탑이 있다. 이승호 기자
전나무 숲길로 소문난 월정사에는 귀한 탑인 팔각구층석탑이 있다. 이승호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 끝에 있는 월정사는 643년(신라 선덕여왕 12)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대웅전 앞 마당에는 국보 제48호인 8각9층석탑(月精寺八角九層石塔)이 있다. 다각다층인 이 탑은 고려시대 유행하던 탑의 형식으로 온전한 형태를 유지한 아주 귀중한 문화재이다. 비포장도로인 전나무숲길(선제길)을 따라 북쪽으로 관음암을 지나 5㎞가량 올라가면 길 왼쪽에 오대산사고터(五臺山史庫址: 사적 제37호)가 있다. 후반기(임진왜란 기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춘추관 사고, 정족산 사고, 적상산 사고, 태백산 사고와 함께 5대 사고 중 한 곳이다.

세조와의 일화가 았는 상원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신라시대 동종이 있다. 이승호 기자
세조와의 일화가 았는 상원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신라시대 동종이 있다. 이승호 기자

상원사 옆 서대 수정암에는 한강의 발원지라고 하는 네모난 돌우물 우통수(于筒水)가 있다.  이 물의 효험은 조선 세조와 문수동자의 이야기에서 살펴볼 수 있다. 세조가 이 계곡에서 목욕을 할 때 한 동자가 나타나서 몸을 씻겨주었다. 그 동자에게 세조가 ‘어디 가서는 임금의 옥체를 씻겼다고 말하지 마라’고 하자 동자도 ‘어디 가서 절대 문수보살 봤다고 말하지 마시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고 한다. 상원사 가는 길 입구에는 그 때 세조가 계곡에서 피부병 을 씻을 때 의관을 걸어두었다는 비석처럼 생긴 관대걸이가 있다. 그런 연유로 상원사는 부처님이 아닌 문수보살을 모시고 있다.  몇 해 전 그 문수동자 좌상 복장유물이 나왔는데 피고름 묻는 명주적삼이다. 학계는 세조의 옷이라 했고 월정사 성보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또 한 가지 전해오는 설화는 고양이 상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세조가 상원사에 당도하자 고양이가 울면서 용포를 물며 임금을 붙잡았다. 이상하게 여겨 절을 살피라 명했고 법당 수미단 아래 자객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화를 면한 임금은 고양이 몫으로  5백섬지기 땅을 하사하였다고 전한다. 이를 묘전(猫田), 모답(猫畓)이라 한다. 법당 입구 왼편에 돌로 조각된 고양이 상(像)이 있다.

상원사는 월정사에서 안쪽으로 비포장도로 8㎞ 되는 곳에 있으며, 6·25전쟁 때 오대산에서 불타지 않은 유일한 절이다. 이 절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인 국보 제36호인 상원사동종(上院寺銅鐘)과 보물 제140호인 오대산상원사중창권선문(五臺山上院寺重創勸善文) 등이 있다. 상원사동종은 경주의 성덕대왕신종과 더불어 2개 밖에 남지 않은 신라의 범종이라고 한다.

전나무가 많은 오대산은 천년의 전나무숲길이 유명하다. 이승호 기자
전나무가 많은 오대산은 천년의 전나무 숲길이 유명하다. 이승호 기자

등산코스는 상원사입구→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북대사(미륵암)→상원사의 12.4km이다. 비로봉에서 상왕봉 가는 능선길 밑에는 조릿대와 이름 모르는 잡초들이 푸른 융단처럼 껄려 있고, 위에는 사스래나무, 참나무, 주목 등 큰 나무들이 2층으로 숲을 이루고 있다. 힘들지도 않은 환상의 능선길이다. 마지막 북대사에서 상원사 탐방지원센터까지 내리막 길 5.1km 구간은 그늘 한 점 없는 비포장 임도이다. 덥고 발바닥도 아프고 진이 다 빠지는 길이다. 또 다른 코스는 동피골-동대산-두로봉-상왕봉-비로봉-상원사-월정사(17.8km, 소요시간 약 10시간) 등산로가 있다.

주위 가볼 만한 곳

•방아다리약수는 조선 숙종 때 발견된 탄산약수터로 철 이온이 섞여 있고 속병에 좋다고 한다.

•연곡천계곡(連谷川溪谷) 또는 무릉계곡(武陵溪谷)이라고 하는 청학동소금강은 노인봉에서 발원하는 연곡천의 지류인 청학천에 의해 형성된 12㎞의 계곡으로 1970년 우리나라 명승 제1호로 지정될 정도로 경치가 뛰어난 곳이다.

tip:

•월정사 입장료는 성인 5천원, 승용차 주차료 5천원이다.

•월정사 입구에 먹거리 동네 즉 '오대산먹거리마을'을 새롭게 조성해 놓았다. 대형 주차장도 있다. 황태구이정식•산채정식•산채비빔밥•버섯잡채·감자부침 등이 있다.

•깨끗한 실내, 정갈한 음식, 푸짐한 반찬, 친절한 서비스에 인정 넘치는 주인이 운영하는 동대산식당(033 332-6910)이 인기 있다. 황태정식 1인분 2만3천원, 산채정식 1인분 1만8천원이다.

•참된 나를 찾아 떠나는 천년 숲길, 선재길은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비포장도로를 끼고 월정사계곡을 따라 9km 구간에 조성된 숲길이다. 선재는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 나오는 동자 이름이다. 선지식을 찾아 돌아다니던 젊은 구도자가 걸었던 길에서 명명했다고 한다. 나를 돌아 보며 걷기에 가장 적합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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