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한글 최초의 조리서, 음식디미방 '영양 두들마을'
[우리 산하] 한글 최초의 조리서, 음식디미방 '영양 두들마을'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12.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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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군자 장계향의 두들마을

한글 최초의 조리서, 음식디미방 '영양 두들마을'

산간 오지 30여채의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재령 이씨의 집성촌 두들마을. 이승호 기자
산간 오지 30여 채의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재령 이씨의 집성촌 두들마을. 이승호 기자

2020년도 몇일 남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욱 엄격해졌다. 갈 곳도 마땅치 않다. 한해를 돌아보고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 문향의 고장 영양을 찾았다.

화매천 둔덕에 있는 두들마을. 이승호 기자
화매천 둔덕에 있는 두들마을. 이승호 기자

○두들마을
경상북도 영양은 산 높고 골이 깊어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 환경의 영향으로 이 고장은 유명한 문학인을 배출했다.  대표적인 사람은 주실마을의 조지훈, 감천마을의 오일도와 함께 두들마을의 이문열을 꼽을 수 있다. 이름만 들어도 싱그러운 용어인 '두들마을'은 오지 중 오지이다. 크게 많이 알려진 마을이 아니었으나 최근에는 장계향이 쓴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으로 유명세를 타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북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 이곳 두들마을은 반변천의 지류인 송하천과 화매천 두개의 천(川)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다. '언덕 위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며, 1640년 석계 이시명 선생이 병자호란을 피해서 들어와 개척한 이후, 그의 후손인 재령 이씨들이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왔다. 조선시대 1899년에는 이곳에 국립 병원격인 광제원이 있었다 하여, '원두들, 원리'라 부르기도 한다.

마을에는 석계 선생이 살았던 석계고택과 석계 선생이 학생들을 가르쳤던 석천서당을 포함하여 전통가옥 30여 채를 비롯하여 한글 최초의 조리서 '음식디미방'을 쓴 정부인(남편이 정2품, 종2품) 장씨를 기리는 안동 장씨 유적비, 이문열의 광산문학연구소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화려하고 큰 규모의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이 설립되어 있다.

마을 앞에 흐르는 화매천 바위 절벽에는 석계 선생의 넷째 아들인 이숭일이 새겨 놓은 동대, 서대, 낙기대, 세심대 등 글씨도 보이는 정감가는 마을이다. 정부로부터 1994년에 문화마을로 지정되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 코로나19 3차 대 유행으로  관광객이 뚝 끊혔다고 한다고 편의점 주인은 말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여중군자 정부인 장계향의 유적비. 이승호 기자
마을 입구에 있는 여중군자 정부인 장계향의 유적비. 이승호 기자

○장계향
장계향(張桂香)이 쓴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은 '좋은 음식 맛을 내는책'이라는 뜻을 담은 조리서이다. '디'는 '지(知)의 고어이다. 장계향은 1598년 안동 금계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안동 장씨인 장흥효이다. 열아홉에 아버지의 제자인 재령 이씨인 석계 이시명(石溪 李詩明, 1590~1674)과 결혼했다. 자녀 10명을 훌륭히 키워 냈으며, 시•글•그림도 능(能)했다고 한다. 강인함과 온유함을 지닌 성품으로 자녀들을 훌륭히 키웠으며, 어려운 이웃과 의지 할 데 없는 사람들을 남 모르게 도와 맹자나 장자의 어머니 같은 현명한 분이라 하여 여중군자(女中君子)라 부른다.

당시 조선시대는 유교가 지배하는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학문적 자유나 사회활동이 많은 제약을 받는 시절이다. 그런 연유로 여성문인들은 신사임당, 허난설헌, 황진이, 매창 등이 있으나 많지 않다. 여류문인 중에도 신사임당과 장계향은 그래도 집안 환경이 상류층이었지만, 당시 여성이 문학작품 활동을 했다는 사실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음식디미방의 요리법을 따라서 만든 담백하고 정갈한 요리. 이승호 기자
음식디미방의 요리법을 따라서 만든 담백하고 정갈한 요리. 이승호 기자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음식디미방은 400여년 전에 한글로 쓴 현존하는 최고(最古), 한글 최초의 조리서이다. 책 이름은 음식디미방, 또 다른 이름은 규곤시의방(閨壼是義方)이다. 이 책은 앞뒤 표지 2장을 포함하여 전체가 30장으로 된 필사본이며 다른 등사본이 발견되지 않은 유일본이다. 이 책은 17세기 중엽의 음식문화, 음식 조리 방법, 보관법 등을 알 수 있다.


음식디미방 이전에도 조선시대에는 음식에 관한 책은 있었지만, 모두 한문으로 쓰였으며,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에 그 친 반면, 음식디미방은 예로부터 전해오거나 장씨 부인이 스스로 개발한 음식 등, 양반가에서 먹는 각종 특별한 음식들의 조리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가루음식과 떡 종류의 조리법 및 어육류, 각종 술 담그기 등 모두 146개 종류의 음식 조리법과 보관하고 만드는 방법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우수함은 다양한 음식들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맛깔스러운 낱말을 써서 재미나게 표현한 점이라고 하며,
17세기 국어, 당시 경상북도 사투리 연구에도 아주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이 마을을 찾기를 기대하면서 쓸쓸한 발길을 돌렸다.

음식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화려한 외관의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 이승호 기자
음식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화려한 외관의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 이승호 기자

 

tip: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 음식만들기체험, 전통주 만들기체험, 다도체험, 한옥체험도 할 수 있다.
*예약 및 문의 054)680-6444 http://www.yyg.go.kr/jghcenter
•식사는 석보면•입암면 소재지 혹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신촌약수터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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