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이장님은 사진사
(6) 이장님은 사진사
  • 예윤희 기자
  • 승인 2020.04.21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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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행사를 사진으로 면사무소에 보고해야 해 사진 찍을 일 많아
사진을 찍어 메시지로 보내지 못하는 고령 농부들 돕기도

 

복숭아꽃
복숭아꽃. 예윤희 기자
약을 치는 마을 어른들 사진 찍어 드리기. 예윤희 기자
약을 치는 마을 어른들 사진 찍어 드리기. 예윤희 기자

"이장님은 사진사입니다!"

지난 식목일 무렵 서리로 인한 냉해로 복숭아꽃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 무렵 청도군 이서면 우리 마을에서는 한창 개화 시기인데 그때 서리로 인한 냉해로 꽃들이 까맣게 타버렸다.

면사무소에서 냉해로 인한 피해 품목과 면적을 보고하면서 사진도 같이 보내라고 한다.

3월 말에는 복숭아잎 구멍병 예방을 위한 보르도액을 살포하는 사진을 찍어드리고, 이번에 냉해 피해를 입은 복숭아 밭에 가서 서리 피해를 입은 복숭아꽃을 사진으로 찍어 면사무소 담당 주무관에게 메시지로 보냈다. 그랬더니 밭주인 대성 아지매가 고맙다고 하면서 나더러 사진사라는 이름을 붙여주셨다.

피해를 입은 농부와 복숭아 밭에 가서 확인을 하고 피해 입은 나무를 찾아 사진을 찍어 면사무소 담당자에게 보내주어야 한다. 원래는 농가에서 직접 사진을 찍어 보내야 하지만 고령의 농부들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줄 모르거나, 찍을 줄 알아도 전달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내가 이장하기 전부터 마을의 사진을 찍어 메시지로 보내는 일을 도와드리다가 올해는 이장이 되어, 사진을 찍고 보내는 일도 이장 업무가 되고 말았다.

전임 이장님도 폰으로 사진을 찍고 메시지로 보내는 일을 나에게 부탁해 귀촌 이후 지금까지 으레 여러 사진들을 찍어 면사무소 담당 주무관에게 보내고 있다.

시골 마을에서 찍어야 하는 사진들은 설과 추석의 명절 때 마을 청소하는 사진, 해마다 있는 마을 숙원사업 진행 사진, 저수지 둑의 풀을 제거하는 사진, 재활용품 경진대회를 대비해 마을에서 재활용품을 모으는 사진, 슬레이트 철거와 빈집 철거 사진, 노인 자원봉사클럽 봉사하는 사진, 마을 경로당에서 강사들이 어르신들을 지도하는 모습의 사진 등 이런 사진 저런 일들로 사진을 찍을 일이 많다. 이런 사진들을 찍어주니 집안 종조부인 전임 이장님은 항상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마을 자체 방역 준비.  예윤희 기자
마을 자체 방역 준비. 예윤희 기자
마을 자체 방역을 마치고. 예윤희 기자
마을 자체 방역을 마치고. 예윤희 기자

 

일복 많은 이장이라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2월말부터 3월말까지 주2회 방역을 하고, 4월에는 매주 1회씩 마을 자체 방역을 실시하는데 이 장면도 모두 사진을 찍어 면사무소와 새마을회에 보내주고 있다.

사진 찍는 기술을 전문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1970년대에는 슬라이드 자료를 만든다고 교육청 암실에서 흑백 필림으로 사진을 찍어 인화를 하고 슬라이드 자료를 만드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친구들과 처음으로 산 카메라는 올림푸스 하프 사이즈였다. 필름 한 통으로 약 7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작은 카메라였다.

경북교원연수원에서 실시하는 사진 연수를 신청해 60시간 일반연수도 받았다.

이때는 해외에서 근무하다 귀국하는 동생이 니콘 FM2 수동 카메라를 선물로 사다 주어 이 카메라로 실습을 했었다. 사진작가급 교사들이 가지는 고급 카메라였다. 사진작가도 아닌 나는 그 카메라를 보물로 아꼈는데 세월이 바뀌어 지금은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 아까울 뿐이다.

내가 사용한 카메라들!!
내가 사용한 카메라들.  예윤희 기자

 

그후 디지털카메라를 별도로 구입해 사진을 찍다가 요즘은 휴대폰이 잘 나와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데 행사장에서 휴대폰으로 찍기가 송구할 때도 있다.   

칠순 기념으로 좋은 카메라 하나 구입해 사용하는 꿈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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