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코로나19 때문에!
(4) 코로나19 때문에!
  • 예윤희 기자
  • 승인 2020.03.16 09:5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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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코로나19로 바쁜 나날의 연속
마스크, 손 세정제 배부 및 방송하고 소독하고
어서 물러나야 모두가 평안할 텐데

“우리 이장님은 일복이 많으시네요?”

폐쇄된 경로당 입구를 소독하는 마을 주민들.  예윤희 기자
폐쇄된 경로당 입구를 소독하는 마을 주민들. 예윤희 기자

 

지난 2월 18일 우리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난 후의 지난 한 달 간은 전쟁 상황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방송을 하고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배부하고, 포스터를 부착하고, 마을 방역을 실시하고, 면사무소 회의에 참석하고, 마을을 돌아보는 등 초보 이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예방수칙.  청도군 홍보물.
감염병 예방을 위한 예방수칙. 청도군 홍보물.

 

(1) 방송

면사무소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예방수칙을 아침, 저녁으로 매일 2회씩 방송하라고 한다. 지금까지 아침 방송은 기상 시각이 달라 가급적 줄이고 꼭 해야 하면 오전 8시에 했는데, 일터로 나가기 전인 7시로 당겨 매일 방송을 하고 있다. 저녁 방송은 일터에서 돌아오는 시각에 맞추어 오후 7시에 하고 있다. 면사무소 방송안은 할 때마다 2회씩 하라고 하는데 나는 천천히 또박또박 1회씩만 하고 있다.

방송 덕분인지 우리 마을에서는 손 씻기, 마스크 착용하기, 외출 안하기 등 예방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 편이다.

 

(2) 마스크 배부

지난 한 달간 청도에서는 세 차례에 모두 일곱 장의 마스크가 배부되었다. 처음 한 장씩을 돌리니 고마워하다가 그다음에 4장씩 그리고 며칠 전에는 65세 이상과 기초수급자, 장애인, 초등학생 등 지정인에게만 배부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집집마다 돌렸다. 마을은 걸어서 돌려도 1시간이면 되는데 독가촌 몇 집은 자동차를 타고 가야 한다. 서쪽으로 1km 정도 가면 있는 집에서는 1장을 가지고 가니 사둔 것이 있다고 안 와도 된다고 하는데 그래도 갖다준다고 했다. 동쪽으로 2km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사는 한 집은 된장 공장을 하는데 대구에 살아 전화를 해보고 사람이 있을 때 전해준다.

지금은 마스크가 오면 방송을 해서 나오는 분들에게는 전해주고 나오지 않는 가구에만 돌리니 시간이 적게 걸린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우리나라에 많이 확산하기 전인 1월 초에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많이 배부가 되어 최근에 나온 7장을 이장이 쓰라고 주는 분들도 있어서, 이것은 우리 마을에 살면서 형편상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몇몇 노인에게 전해 드렸다.

최근에는 5부제 구입으로 바뀌어 어르신들이 차도 없고 버스 편이 맞지 않아 내가 대신 구입해준 분도 몇 분이 있다.

 

(3) 손 세정제

 

대문에 달린 손 세정제를 이웃들이 같이 사용한다. 예윤희 기자
대문에 달린 손 세정제를 이웃들이 같이 사용한다. 예윤희 기자

 

처음에 한 개가 나와 경로당에 두고 사용을 했는데 경로당이 폐쇄되어 바깥에 두고 사용을 했다. 그러다가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나오고 10개가 더 나와 반장, 새마을지도자 등 마을 임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대문 입구에 두고 이웃 주민들과 나누어 사용하도록 했다. 반장 한 분은 대문에 줄로 매달아 놓으니 사용하기 편해 모두 그렇게 하도록 했다.

그후 14개가 더 나와 연세 순으로 돌리고 어린아이가 있는 2가구에 먼저 배정을 했다.

추가로 더 나오면 다음 가구에 돌리려고 한다.

 

(4) 마을방역

마을안길 방역. 예윤희 기자
마을안길 방역. 예윤희 기자
정지 입구 소독, 예윤희 기자
정자 입구 소독, 예윤희 기자

 

지난 한 달간 네 차례 방역을 실시했다. 청도군이 새마을 발상지라고 마을 방역도 새마을지도자를 중심으로 하자고 하는데 지도자 3명으로는 부족해 반장님 두 분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에는 새마을지도자 트럭으로 하고, 다음 두 번은 반장님 경운기로 소독을 했다. 트럭으로 할 때는 차를 타고 가면서 소독이 되는데 경운기로 할 때는 긴 줄을 펼쳤다 줄였다 해야 해서 나온 분들이 고생이 많았다.

세 번째부터는 소독약을 나누어 주고 집집마다 실내를 하도록 하고 마을 안 길만 경운기를 이용해 소독을 했다. 모두들 집안을 자기들이 소독하니 좋다고 해서 네 번째는 수고한 마을 임원들은 자기 일을 하게하고 방송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주민들에게 알려 도와달라고 했더니 열 분이나 나와 버스 승강장과 정자 등 회관 일대를 물걸레로 깨끗이 닦았다. 소독하는 날에는 면사무소에서 음료수, 생수 등 약간의 간식이 지원되었다.

버스 승강장도 소독. 에윤희 기자
버스 승강장도 소독. 에윤희 기자

 

 

(5) 그 외에

면사무소에서 나오는 각종 포스터를 마을 게시판에 붙이고, 저녁 시간에는 마을을 한 바퀴씩 돌아본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던 주민들이 대문 가까이에 서서 손을 들어 인사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전한다. “살다살다 이런 일이 있노?“ 하시는 어르신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바쁜 나날의 연속이지만 초보 이장의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물러나야 온 국민 모두가 불안에서 벗어나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예윤희 기자 yeay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