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장님은 아나운서
(5) 이장님은 아나운서
  • 예윤희 기자
  • 승인 2020.03.30 18: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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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알림도 이장 업무의 한몫
방송 고장으로 우왕좌왕한 1주일
군청 2개과 관리로 어려움 있었는데, 앞으로 한 곳에서 관리한다는 기쁜 소식

“우리 이장님은 방송국 아나운서야!”

마을 할매들이 모여 앉아 나에게 듣기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마을 전체 방송을 위한 스피커 점검.  예윤희 기자
마을 전체 방송을 위한 스피커 점검. 예윤희 기자

지난 3월 19일 청도 지역에 강풍주의보가 내렸다.

면사무소에서 강풍에 대비한 비닐하우스 관리 등 메시지가 와서 방송을 하는 중에 중단이 되었다. 면사무소에 신고를 하니 안전건설과 소속 앰프 관리 기사가 왔다. 점검을 끝낸 기사가 자기들 기계는 괜찮다며 산림과 소속 앰프를 관리하는 업체에 연락을 해 보라고 한다. 다시 산림과 앰프를 관리하는 대구 업체에 고장 신고를 하고 담당 기사를 배정 받았다. 기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시키는 대로 예비 퓨즈를 갈았다. 그런데도 방송이 되지 않자 자기가 다음에 나와 본다고 했다.

 

군청 2개과에서 관리하는 앰프.  예윤희 기자
군청 2개과에서 관리하는 앰프. 예윤희 기자

며칠 뒤에 온 기사는 앰프 자체가 고장이므로 수리를 하거나 전체를 바꾸어야 되니 군청 산림과와 의논해 본다고 한다.

다시 재난과 앰프를 담당하는 기사에게 연락해 산림과 앰프 사정을 이야기했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와 본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뒤 기사 한 명을 데리고 와서 이리저리 맞추어 보다가 마을 앰프는 고장이 나서 못쓰니 자기 집에 있는 중고 앰프를 가지고 와서 설치해준다고 한다.

 

방송을 위해 임시로 설치한 앰프.  에윤희 기자
방송을 위해 임시로 설치한 앰프. 예윤희 기자

그런데 지금까지 각 가정으로 들어가던 방송은 안 된다고 한다. 이번 고장의 원인도 어느 가정으로 들어가는 선이 어스가 되어 그것을 찾아야 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경비가 많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우선 마을 전체 방송만 되도록 해서 해결을 보았다. 이래저래 8일 만에 해결이 되었다. 

더 반가운 소식은 지금까지 각종 재난과 비상 상황을 알려주는 재난 방송 관련 앰프와 산불 방지를 위한 산림과 앰프를 2개 과에서 따로 관리하던 것을 앞으로 한 곳에서 관리하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며칠 뒤 개발위원들이 모여 회의를 해서 마을 전체 방송을 하든지 경비가 많이 들더라도 전처럼 각 가정 방송으로 하든지 결정을 해야 한다.

 

집집마다 설치한 스피커.  예윤희 기자
집집마다 설치한 스피커. 예윤희 기자

이장의 여러 업무 중 각종 공지사항을 알리는 방송도 한몫을 차지한다.

면사무소 지시 공문 중 알려야 할 것들, 마을의 행사, 그 외에도 긴급한 사항은 수시로 방송을 해야 한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올 같은 해에는 아침저녁으로 방송을 해야 한다.

면에서는 방송안을 만들어 아침저녁으로 하루 2회씩 할 때마다 두 번씩 하라고 하는데, 매일 하기도 힘들고 해서 어르신들이 알아듣기 싶도록 천천히 또박또박 한 번씩만 한다. 한 번에 그 긴 방송안을 두 번씩 하면 연세 든 어르신들은 좋아하지만 젊은 주민들은 싫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만나는 할매마다 이번 이장은 방송이 똑똑해 아나운서가 하는 것 같다고 칭찬을 해주신다.

 

- 방송시간

전임 이장님은 아침 6시면 방송을 하곤 했는데 나는 긴급한 일이 아니면 아침 방송은 최대한 줄이기로 미리 방송을 했다. 하더라도 7시 30분경에 한다고 예고를 했다.

일하러 나가는 분들에게는 일찍 방송해 주면 좋지만 아침 기상 시간이 모두 다른데 너무 새벽에 하면 방해가 될 것 같아 천천히 하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저녁에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올 시각을 맞추어 방송을 주로 한다.

 

- 편리한 방송

예전에는 앰프 시설이 이장님 댁에 있어서 스위치를 올리고 마이크로 방송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군청에서 재난 예보를 하는 기계를 설치하면서 회관 옆 공터에 따로 방송실을 만들고 그때부터는 휴대폰으로 방송을 하는 것을 보았다.

나도 이장이 되고 처음에는 신청을 해도 안 되어 전임 이장님 폰으로 방송을 하다가 1월 15일부터는 내 폰으로 방송을 하고 있다. 멀리 떨어진 방송실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 집에서 폰으로 방송을 하니 여간 편리하지 않다. 경북의 어느 시의 경우에는 우리 마을처럼 폰으로 방송을 하면 마을 앰프에서 나가다가 지금은 폰으로 방송하면 시 전체 통제본부에 연결되어 마을 스피커로 나온다고 한다.

 

방송실 산림과 앰프가 새것으로 잘 해결되고 마을개발위원회에서 경비가 해결되어 전처럼 각 가정 방송이 되면 초보 이장에게 과분한 아나운서라는 명칭이 어울리도록, 어르신들이 잘 알아들으시도록 또박또박 잘 방송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