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반 제초제 '탁크' 사용을 시작으로 초기, 중기, 비선택성 제초제가
개발되어 힘들게 논을 매는 잡초와 전쟁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1950년~60년대 봉강리(경북 상주시 외서면)에서는 물못자리, 밭못자리, 모심은 논에 나는 잡초를 뽑는 것은 모두 사람의 손으로 하였다. 모을 심은 후 넓은 논에서 풀을 매려면 힘이 들고 품삯도 많이 들기 때문에 노동력과 품삯을 줄이기 위하여 모판에서 두세 번 철저하게 피를 뽑았다.
봉강리에서 손 모내기를 처음 시작하여 끝이 나려면 한 달 정도 걸렸다. 제때 하늘에서 비가 내려주면 일찍 끝이 났지만, 가뭄이 계속될 때는 오래 걸렸다. 일찍 모를 심은 논은 논을 매는 시기를 놓쳐서 피가 많이 나는 일도 있었다. 초벌 논매기는 모낸 후 15~20일경에, 두벌 논매기는 초벌 후 10~15일경에 품앗이로 하였다. 부잣집은 15~20여 명이 보통 농가는 5~10명이 옆으로 늘어서서 앞으로 나가며 호미로 풀을 뽑았다. 두벌 논매기 때는 벼잎에 눈이 찔리는 사고도 있었다. 아이들이 물놀이할 때 쓰는 수경을 쓰기도 하였다. 호미로 논을 매면서 북을 치면서 “우 후후” 선창을 하면 모두가 “우 후후” 흥겹게 소리치던 소리가 지금도 은은히 들리는 것 같다.
논매기 노래로 즐겨 부르든 상주 민요인 ‘공갈 못의 노래’다
“상-주 함-창 공갈- 못 -에 연밥-- 따-는 저 처-녀 야, 연밥--줄-밥- 내 따-줄--께 이내--품-에 잠자-주 소, 잠 자--기-는-- 어렵-잖--소- 연밥--따-기 늦어-가 요”
배가 고픈 아이들은 아버지, 할아버지가 논매려고 간 집 앞에 서성이었다. 주인아주머니가 머리에 이고 가는 점심밥 광주리를 따라나섰다. 그때 얻어먹는 밥 한 그릇, 노릇노릇 구운 고등어 한 토막을 받으면 뼈 채로 씹어 먹었던 그 맛, 정말 행복했었다. 집 집마다 논매기하는 날은 고등어를 사다가 구워서 주는 일이 관례같이 되었다.
점심 먹을 때 막걸리 몇 잔, 오후 참으로 몇 잔을 마시고 나면 술 취한 사람은 노래를 부르며 그냥 따라가는 일꾼들도 있었다.
60년대 줄 모내기가 시작되면서 논을 매는 기계가 보급되었다. 놀 골에 기계를 놓고 손잡이를 잡고 앞으로 죽~죽~ 밀고 나가면, 바람개비 같은 쇠바퀴가 흙을 파면서 풀까지 뽑아 주었다. 호미로 풀을 뽑을 때보다는 허리도 아프지 않고 쉬웠다. 벼 포기 옆의 피는 뽑을 수가 없었다. 벼 이삭이 팰 때 피가 많은 논은 다래끼를 매고 논에 다니면서 피 이삭을 뽑아야 했다.
60년대 후반에 논 제초제 ‘탁크’(광고지: 풀매기여 안녕!)가 샌산되어 70년대 초에 사용하게 되었다. 300평에 3kg짜리 한 봉을 뿌려 효과가 있을까 믿지 않았다. 상주 농고를 졸업하고 많은 농사를 짓고 있던 정준광 씨가 봉강리에서 처음 2봉을 600평에 뿌렸다. 처음 논에 뿌리니 부서진 국수가 물속에 떨어진 것 같이 희게 보였다. 하루가 지나자 녹아서 없어졌다. 논물이 서서히 줄어들면 논바닥 표면에 제초제막이 생긴단다. 피 등 잡초가 막을 뚫고 올라와도 광합성 작용을 못하여 죽는단다. 피 등 일년생 잡초에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올방개 가래 등 여러해살이 잡초는 효과가 없고, 논물이 잘 빠지는 모래 논에도 효과가 없었다. 피에 효과가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사람들부터 ‘탁크’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품절된 상품.)
후반에는 논밭 겸용인 마세트 입제, 유제가 공급되면서 제초제에 의한 잡초 방제가 시작되었다. 몇 년 후 다년생 잡초를 죽이는 중기 제초제, 모든 식물을 전멸시킬 수 있는 비선택성 제초제까지 공급되었다. 못자리에, 모심은 논에는 전용 제초제를, 논두렁에는 비선택성 제초제(모든 잡초 농작물을 죽이는 제초제)를 뿌려 노동력을 절감하고 잡초 방제에 큰 효과가 있었다.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계회사의 성장에 이어 살충 살균제, 제초제를 생산하는 농약 회사도 성장하면서 노동력이 줄어든 쉬운 농사를 짓게 되었다.
요즘은 초기 제초제(일년생 잡초를 죽이는 약)를 트랙터로 써레질할 때 뿌린다. 모를 심고 15~20일 후에 중기 제초제(다년생 잡초를 죽이는 약)를 뿌리는 체계처리를 한다. 잡초의 종류에 알맞은 제초제 선택이 방제 효과 높이는데 중요하다. 손으로 논매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간혹 제초제를 뿌리는 시기를 놓쳐 잡초가 많이 났을 때는 2.4-D를 모래에 묻혀 이삭패기 35~45일 전까지 뿌려서 방제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은 양면성이 있어 효과가 좋은 제초제도 잘못 사용하면 한 해 농사를 망치는 사례도 많았다. 비선택성 제초제인 그라목손을 뿌린 분무기를 씻지 않고 묘판에 살충제 뿌렸는데 남은 제초제가 묘를 죽었다. 비선택성 제초제를 전착제(농약이 작물에 잘 붙어 효과를 발휘하도록 살포액에 썩어서 쓰는 약제)로 오인하여 물 한 말당 조금씩 넣어 한창 이삭이 패는 시기에 목도열병 약을 뿌리다 벼를 다 죽이는 피해가 있었다. 제초제는 잡초를 죽이는 효과가 있는 만큼 벼도 7~10여 일 자라지 못하는 몸살을 겪는다. 적기에 풀의 종류에 맞는 적정 제초제를 사용하여 쉬운 농사를 짓도록 하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