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김두엽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장서 산책] 김두엽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1.05.17 10:0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의 '모지스 할머니'
김두엽 할머니가 그리는 삶의 행복과 희망!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은 일제 강점기였던 1928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김두엽 할머니의 언니가 시집가기 전, 언니와 함께 책 공장에 다니다가 나중에는 단추 공장에 다녔다. 한국인이었던 단추공장의 사장님 아들이 출퇴근 때면 할머니를 자전거 뒷자리에 태워 공장과 집을 오갔다. 할머니는 당연히 그 사람과 결혼을 하리라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가족과 함께 귀국하면서 그 사람과 헤어지게 되고, 나이 스무 살때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결혼했다. 우리말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해 시집살이를 하면서 8남매를 낳아서 길렀다.

애정은 커녕 자신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는 남편과의 결혼 생활, 끝없이 이어지는 가난과 싸우며 평생 안 해본 일 없이 고생만 하다가 80세가 넘어서야 노동에서 벗어났다. 할머니는 70세가 넘어서 한글을 배웠고, 83세 때인 어느 날 종이에 그린 사과 그림을 칭찬하는 막내아들의 말을 듣고 나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두고 아들과 대화하는 게 좋아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

2016년 9월, <89세 할머니와 아들의 아름다운 동행> 전시회가 광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고, 2019년 7월에는 할머니의 삶이 <인간극장>에 방영되었다. 2020년 막내 며느리를 보게 되었고, 2021년 4월 1일, 할머니와 막내아들의 그림 전시장인 <갤러리 엠(M)>이 문을 열었다.

94세의 김두엽 화가는 오늘도 아들이 만들어준 작은 나무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다 힘이 들 땐 잠시 고개를 들어 창밖으로 하늘, 나무, 꽃, 산, 마당에서 놀고 있는 칠복이와 뿡뿡이를 보는 게 일상이다.

김두엽 화가의 그림은 꽃 그림이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는 집과 일상 생활을 그린 그림이다. 종이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가로 36cm, 세로 26cm 정도의 작은 그림이 대부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눈물이 나는 것은 작년에 92세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서다. 붉은 색 계통의 화려한 꽃을 좋아하신 어머니, 평생 농사짓고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김두엽 할머니의 꽃 그림을 정말 좋아하셨을 것이다.

다음은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서평단 모집 때 내가 쓴 댓글이다.

"아내가 60대 중반부터 한국채색화를 그리기 시작하여 3년이 지났습니다. 김두엽 할머니보다 20년 일찍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고부터 우울증이 사라지고 무척 행복해 합니다. 김두엽 할머니의 그림은 과감한 색 조합이 화사하고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색감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김두엽 할머니의 화사한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리운 고향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아내와 함께 김두엽 할머니의 따뜻한 삶에 대한 시선을 엿보고 싶습니다. 서평단 신청합니다."

책을 받고 나서 아내가 먼저 읽고 내가 읽었다. 그리고 내 블로그에 아내의 그림 전시를 위한 갤러리를 만들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