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느끼다] 윤동주의 '서시'
[시를 느끼다] 윤동주의 '서시'
  • 권정숙 기자
  • 승인 2022.08.30 09:5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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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과 초판본 시집 (윤동주 기념사업회}
윤동주 시인과 초판본 시집 (윤동주 기념사업회}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 [2004년 민예원]

 

윤동주 시인은 1917년 북간도에서 출생하여 1945년 향년 27세의 젊은 나이에 일본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고 말았다. 너무나 짧은 생애지만 길이 남을 명시를 많이 남겨 우리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윤동주 시인이라면 너무나 유명해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김소월과 더불어 우리나라 서정시의 커다란 양대 산맥이 아닐까 생각 한다. 더군다나 이 詩는 윤동주의 생애와 시의 전모를 단적으로 암시해 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라 한다.

윤동주 시인은 한마디로 말해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가 무슨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침묵의 부끄러움을 알았던 사람이었다. 불의에 항거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묵을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참는 것이라고 자기변명을 하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포기해 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윤동주 시인은 일본에서 재판 받을 때 결코 침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침략의 부당성을 질타했고 조선 독립에 대한 열망과 대책을 열정적으로 토로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끄러워하던 소극적인 시인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저항하는 독립투사의 이미지가 선명히 다가온다.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이 詩 첫 구절이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갈망하고 있다. 누가 부끄럽게 살고 싶으랴 마는 부끄러움의 기준이 다른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과하고 넘어 갈 일도 시인은 돋보기도 모자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비교하고 분석하여 자신을 성토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야말로 시인은 티 없고 흠 없이 살고 싶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뭇잎 사이에 부는 바람에도 괴로워했으니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이 구절에선 그의 선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모든 죽어가는 것은 생명 있는 모든 존재를 말함이 아니던가. 존재의 존귀함을 안다는 것은 얼마니 대단한 일인가. 어쩌면 그는 생명이 없는 무생물까지 나름대로 생명의 의미를 부여해 사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이 구절에서 그는 자기가 가야할 길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글로 애국 애족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누구나 자기가 가야할 길을 가고 싶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알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하겠다. 그리고 가야 할 길을 정해 그에 맞게 노력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 연은 한 줄의 행이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고 적고 있다. 태초부터 바람은 불었고 별도 있었으리라. 그렇다면 별과 바람이 존재하는 날까지 별이 바람에 스치우리라. 여기에서는 역사의 반복으로 읽힌다. 수없이 반복되는 역사 앞에 인간의 짧은 생애의 무력함과 덧없음을 노래하고 있다. 잠시 잠깐 지나가는 삶이지만 삶이 다하는 날까지 잘 살라고 말해 주는 듯하다. 삶은 짧지만 역사는 유구하니 결코 역사 앞에 죄인이 되는 오점은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일러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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