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느끼다] 문정희의 '러브호텔'
[시를 느끼다] 문정희의 '러브호텔'
  • 권정숙 기자
  • 승인 2022.06.15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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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호텔
러브호텔

러브호텔 // 문정희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다

나는 그 호텔에 자주 드나든다

상대를 묻지 말기를 바란다

수시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내 몸 안에 교회가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 씩 교회에 들어가 기도한다

가끔 울 때도 있다

내 몸 안에 시인이 있다

늘 시를 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아주 드물다

오늘, 강연에서 한 유명 교수가 말했다

최근 이 나라에 가장 많은 것 세 가지가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라고

나는 온몸이 후들거렸다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 가장 많은 곳은

바로 내 몸 안이었으니까

러브호텔에는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교회와 시인들 속에 진정한 꿈과 노래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는 것은

참 쓸쓸한 일이다

오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며

나는 오늘도 러브호텔로 들어간다

 

지금 장미를 따라 [2009년 (주) 웅진씽크빅]

 

문정희 시인의 시는 믿고 보는 시다. 그가 여고 때 등단하여 반세기가 훌쩍 넘게 작가생활을 했다는 긴 역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시가 말해주고 있다. 쉬우면서도 간결하고 은유적 메타포가 넘치기 때문이다.

이 러브호텔이란 시를 봐도 그렇다. 첫 행이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사람 속에 호텔이 있을까마는 그렇게 말하는 건 은유적 표현이다. 아마도 그것은 러브호텔의 부정적인 죄성을 말하는 것이리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으로 남모르는 죄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남의 것을 탐하거나 시기, 질투, 음욕까지 무수한 죄를 지으면서 살아가기에 그렇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그것도 상대를 묻지 말라고 한다. 수시로 상대가 바뀐다함은 때에 따라 죄의 종류와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리라.

내 몸 안에 교회가 있다함도 같은 맥락이리라.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로 가 참회의 기도를 하며 울기도 했으니까. 우리 안에 항상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다. 내 안에 있는 선과 악은 언제나 치열한 전투를 하고 있다. 선이 이기면 선한 행동을 하게 되고 악이 이기면 그야말로 악인이 된다. 그러므로 선이 이길 수 있게 선의 편에 서야한다.

내 몸 안에 시인도 있다고 말한다. 늘 시를 쓰지만 맘에 드는 것은 아주 드물다고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맘에 드는 시를 썼을 때 그 희열감은 마음에 들지 않는 시를 썼을 때 느끼는 좌절감 내지 절망감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으니까 시인들은 시를 쓰나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는 희로애락의 감성이 있기에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문제일 뿐 모두가 잠재적인 시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하여 우리 몸 안에는 러브호텔도 있고 교회도, 시인도 있나보다. 그런데 어느 강연에서 교수가 말하길 이 나라에 제일 많은 게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라 한다. 그 말을 듣고 온 몸이 후들거렸다 한다.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 가장 많은 곳은 바로 자기 몸이었으니까. 그 교수의 강연이 바로 자기를 질타하는 목소리로 들린 건 아닐까.

러브호텔에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교회와 시인에게 진정한 꿈과 노래가 있을까. 자괴감에 빠져있는 시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면서 시인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그런 딜레마에 속에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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