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경북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을 가다
[우리 산하] 경북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을 가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1.01.0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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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이 눈부신 자작도(島) 죽파리 자작나무 숲

 

최상의 웰빙 공간 영양 죽파리자작나무 숲. 이승호 기자
최상의 웰빙 공간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 이승호 기자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신축년(辛丑年) 새해에는 '천상운집(千祥雲集)'이란 고사성어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상서로운 기운이 구름 같이 몰려오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아직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외출하기도 여행하기도 부담스럽다. 더구나 사람 만나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도 풀고 새로운 한해도 설계하고자 길을 떠나기로 했다. 인적이 드문 곳, 깊고 높은 산에만 있다는 자작나무 숲을 찾아 가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이 인기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거리가 너무 멀고 코로나19 정국에 타 도시를 가는 것도 자제해야 할 것 같아 포기하고, 먼곳 아닌 가까운 곳 경북 영양에 자작나무 숲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낮선 세상에 온 듯한 흰색의 향연 자작나무. 이승호 기자
낮선 세상에 온 듯한 흰색의 향연 자작나무. 이승호 기자

○영양(英陽)

영양은 수없이 많이 갔지만 자작나무 숲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영양은 서울보다 넓은 면적에 인구는 고작 1만 6,000명 정도이다. 울릉군을 제외하면 육지에서는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이다. 그 마저도 매년 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들어 군이 소멸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해와 달을 아울러 품은 일월산(日月山)의 고장이라 부르는 영양은 오지 중 오지이다. 전라도의 오지(奧地)를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이라 한다면, 경상도의 오지는 BYC(봉화, 영양, 청송)로 불린다. 그 BYC 중 한 곳인 영양은 고추와 사과를 많이 생산한다. 일월산, 검마산 등 높은 산과 맑은 반변천이 산고수청(山高水淸)의 고장을 만들었다. 수려한 자연 경관은 많은 시인을 배출 했다. 오일도의 감천마을, 음식디미방의 장계향 • 이문열의 두들마을, 조지훈의 주실마을이 대표적인 문학마을이다.

자작나무는 껍질이 종이 처럼 벗겨진다. 종이로도 사용되었다. 이승호 기자
자작나무는 껍질이 종이 처럼 벗겨진다. 종이로도 사용된다. 이승호 기자

○자작나무
자작나무는 껍질이 흰색이어서 백단(白椴)·백화(白樺)라고도 부른다. 하얀 나무껍질을 얇게 벗겨내서 불을 붙이면 기름 성분 때문에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잘 탄다고 해서 자작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나무껍질은 흰빛을 띠며 옆으로 얇게 종이처럼 벗겨진다. 그 옛날 종이 대용으로 쓰였으며 경주 천마총 말다래도 자작나무 껍질을 덧붙여서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심마니들은 산삼을 캐면 자작나무 껍질에 싸서 보관했다고 하며, 전통 혼례에서 화촉(華燭)을 밝힌다는 것은 자작나무(樺) 껍질로 만든 초로 불을 밝힌다는 뜻이라고 한다. 흰색의 나무껍질이 아름다워 가로수, 정원수, 꽃꽂이 재료로 사용한다. 작은 가지는 자줏빛을 띤 갈색이다. 나무껍질을 화피(樺皮)라 하며 약재로 사용한다. 자작나무의 수액은 화수액이라 하여 식용하거나 술로 만들어 먹는다. 목재는 질이 굳고 질겨서 건축재·세공재·기구·조각·목기·펄프 원료로 쓰인다. 팔만대장경의 목판도 일부는 이 나무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껍질이 자작나무와 비슷한 나무는 사스래나무와 거제수가 있다. 너무나 멋진 자작나무 숲이라 시를 쓰고 싶다.

자작나무
           /도종환 
자작나무처럼
나도 추운 데서 자랐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맑지만 창백한 모습이었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꽃은 제대로
피우지 못하면서
꿈의 키만 높게 키웠다

내가 자라던 곳에는 
어려서부터
바람이 차게 불고
나이 들어서도
눈보라 심했다
그러나 눈보라 북서풍 아니었다면
곧고 맑은 나무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몸짓을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외롭고 깊은 곳에 살면서도
혼자 있을 때보다
숲이 되어 있을 때
더 아름다운 나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깊고 깊은 계곡에 위치한 자작도(島)는 최상의 웰빙 공간이다. 이승호 기자
깊고 깊은 계곡에 위치한 자작도(島)는 최상의 웰빙 공간이다. 이승호 기자

○죽파리 자작나무 숲
대구에서 출발하여 중앙고속도로→상주영덕간고속도로를 지나 청송 신촌약수탕에서 내려서 최고 속도 60km 국도를 타고, 원전→입암→영양→일월면을 지나서 약 4km 지점인 덕봉마을에서 우회전, 자작나무 숲 주차장까지 약 8.1km의 멀고 험한 길이다. 약3시간 만에 입구에 도착했다. 인제 원대리 가는 길 못지않게 시간이 많이 걸린다.

덕봉마을에서 가는 길은 승용차 2대가 교행이 어려울 정도의 좁은 길이다. 지리적 방향은 일월면에서 반변천의 발원지가 있는 일월산 가기 일보전, 덕봉마을에서 동쪽으로 검마산(1,017m)과  백암산(1,003.7)이 만든 깊고 긴 계곡 즉 장파천을 따라가는 길이다. 가는 길에는 그 옛날 보부상들이 만들었다는 죽파, 장파마을을 만날 수 있다.

비포장 좁은 주차장에 주차 후 비포장 임도를 3.2km 걸어 들어가면 색다른 풍경의 '죽파리 자작나무 숲'이 보인다. 참 멀고도 깊고 깊은 곳이다. 그래서 영양군에서는 '자작도(島)' 즉 자작나무 섬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 이런 환상적인 곳도 있음에 놀랄 수밖에 없다. 남한에 있는 자작나무는 모두 인공조림이다.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도 1993년 부터 약 30년간 심었다. 39.6ha의 면적, 약 9만평이다. 검마산 허리를 온통 흰빛으로 물들인 모습이 경외롭다. 숲속에는 다양한 산책로를 조성해 놓았다. 이 숲은 산책도 하고 등산 할 수 있는 최상의 웰빙 공간이다. 온통 나무색 밖에 보이지 않은 겨울 산하에 눈보다 눈부신 순백의 숲 자작나무, 어떤 나무도 모방 할 수 없는 사시사철 순백색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 연유로 숲속의 여왕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에는 흰색의 향연이 벅찬 신비로움으로 다가온다. 힘들게 왔는 만큼 만족감은 크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은 살을 애는 매서운 날씨다. 언제 또 올까하는 생각에 뒤돌아 본 자작나무 숲에는 흰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몸돌에 십이지신상이 조각된 보물 제610호 현1동 삼층석탑. 이승호 기자
몸돌에 십이지신상이 조각된 보물 제610호 현1동 삼층석탑. 이승호 기자

tip:
•대형차는 진입이 어려우며,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숲으로 가는 길에는 보물 제610인 현1동 삼층석탑이 부서진 당간지주 곁에 쓸쓸히 서있다. 군위 지보사 탑처럼 몸돌에 십이지신상이 조각되어 있다. 
•삼층석탑 앞쪽 반변천 건너 언덕 위에는 규모가 제법 큰 현2동 모전5층석탑이 있다. 모전석탑은 우리나라에 흔하지 않은 탑이다.
•식사는 일월•수비면 소재지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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