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경남 함양 '상림의 겨울'
[우리 산하] 경남 함양 '상림의 겨울'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1.02.02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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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산책코스인 상림에 눈이 내린다.

눈 내리는 함양 상림을 찾다.

사계절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함양 상림에 축복 같은 눈이 내린다. 이승호 기자
사계절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함양 상림에 축복 같은 눈이 내린다. 이승호 기자

국내 최장 순창 채계산 출렁다리가 코로나19로 통제되었다가 재개방되었다기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국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찾아 떠나는 호흡이 잘 맞는 우리 일행은 대설주의보가 내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호기롭게 출발했다. 

대구 아침 날씨는 눈은 오지 않고 구름만 잔뜩 끼었다. 광대고속도(구, 88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가운데 거창을 지나자 눈이 날리기 시작한다. 함양이 가까이 다가오는 시점부터는 눈은 더 거세게 내린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린다. 도로도 온통 눈밭이다. 교통사고의 위험도 있어 채계산 출렁다리는 포기하고 '꿩 대신 닭이라고' 일정을 급히 바뀌어 함양 상림(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대덕동 246)으로 갔다. 눈발은 더욱 거세지고 차는 엉금엉금 기어서 함양 군청 앞에 있는 학사루에  도착했다.

최치원 기념관에서 바라본 함양 상림은 평화로워 보인다. 이승호 기자
최치원 기념관에서 바라본 함양 상림은 평화로워 보인다. 이승호 기자

○경남 함양
흔히 '뼈대 있는 고장'을 말할 때 '좌 안동 우 함양', '좌 퇴계 우 남명'(경상 좌도엔 안동의 퇴계 이황이 우도엔 함양의 남명 조식이 있다는 뜻)이다. 함양에는 일두 생가, 그를 모신 남계서원, 김일손을 모신 청계서원이 있다. 이 고장은 8담(潭) 8정(亭)이라 불리우는 화림동계곡의 누정(樓亭)이 있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곳으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지역이다.

단촐한 누각, 무오사화의 발단이된 학사루에도 눈이 내린다. 이승호 기자
단촐한 누각, 무오사화의 발단이된 학사루에도 눈이 내린다. 이승호 기자

○함양 학사루(學士樓)
이 누각은 관아에 딸린 건물로서 옆에 객사가 있었고 동쪽에는 제운루(齊雲樓), 서쪽에는 청상루(淸商樓), 남쪽에는 망악루(望嶽樓)가 있었다고 한다. 1380년(우왕 6) 왜구의 노략질에 의하여 관아와 함께 불타버렸으며, 1692년(숙종 18)에 중수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근대에 와서는 1910년경부터 함양국민학교 교사로 사용해 오다가 1963년부터는 군립도서관으로 쓰였으며, 1978년 겨울 현재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정면 5칸, 측면 2칸의 2층 팔작지붕건물이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90호이며, 2층 난간은 계자난간(鷄子欄干)을 두르고 있는 단촐한 누각이다. 

어느 때 지어졌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최초에는 최치원이 함양 태수 시절부터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김종직(金宗直)이 함양군수 재임시 학사루에 걸려 있던 유자광(柳子光)의 시를 철거시킨 것이 무오사화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역사적인 사건이 연루된 누각이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 속에 갖힌 학사루는 외롭게 홀로 서 있지만, 한편 포근하게 느껴진다.

○색 다른 모습의 함양상림
학사루에 이어서 도착한 상림에는 하늘의 축복인양 하염없이 눈이 내린다. 눈이 많이 오지 않는 대구에 살았기에 더 없이 반갑고 기쁘다. 어린 아이 처럼 눈밭에 취해본다. 천연의 숲 상림의 겨울은 어디에도 비견 할 수 없는 환상의 세상이다. 여기가 '닭 대신에 꿩이 아니라 봉황'이다.

이뿐이가? 봄에는 영산홍과 철쭉,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꽃무릇(석산)과 오색단풍의 숲속 오솔길이 운치를 더하는 함양상림이다. 그런 연유로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다. 3만6천여 평에 100여 종,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어 식물생태계의 보고(寶庫)이자 천연자연학습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으로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어 있다. 약 천년 전 함양 태수였던 최치원이 위천의 범람으로 넘치는 물줄기를 막기 위해 둑을 쌓고, 마을로 흐르는 물줄기를 돌리고 그 둑을 따라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숲 속 함하루, 척화비, 이은리석불, 문창후 최 선생 신도비, 상림 입구에는 쇄국결의를 널리 선양하기 위해 전국에 세운 비석 중의 하나인 흥선대원군의 척화비(서양 오랑캐가 침범하는데 싸우지 않는다면, 화해할 수밖에 없고, 화해를 주장한다는 것은 나라를 팔아먹자는 것이니 자손만대에 경고하노라)도 있다.

연암일기에 나오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든 물레방아. 이승호 기자
연암일기에 나오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든 물레방아. 이승호 기자

○박지원의 물레방아
상림의 깊숙한 곳에는 고향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정겨운 물레방아가 있다. 속설로는 그 당시 러브호텔이라는 부르는 물레방아는 농경문화 변화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1780년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 1737~1805)이 청나라 사신의 일행으로 그 곳에서 듣고 보고 쓴 열하일기(熱河日記)를 통해 처음 소개되었다. 이후 그는 함양군 안의 현감으로 부임하여 용추계곡 입구 안심마을에 국내 최초로 물레방아를 설치하면서 실용화되었다.

당시 명분을 중요시하는 봉건사회에서 연암은 이용후생(利用厚生),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현실 개혁의 실학사상을 실천하였는 선지자이다. 이런듯 함양 상림 숲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사계절 색다른 보습을 보여주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웰빙 산책코스이다.

연밭에 있는 돌다리도 운치를 더한다. 이승호 기자
연밭에 있는 돌다리도 운치를 더한다. 이승호 기자

tip:
•상림 옆에는 최치원 기념관과 드넓은 잔디밭, 소담한 정자, 기념관 뒷편 솔숲 속에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 최치원 역사공원이 있다.
•식사는 인접한 함양군청 소재지에 다양한 메뉴의 식당이 있다.
•학사루, 상림, 최치원 기념관은 입장료 및 주차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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