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 창] 자존심과 자존감을 잘 다루려면
[인문의 창] 자존심과 자존감을 잘 다루려면
  • 장기성 기자
  • 승인 2023.09.14 13:38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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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의 시선은 ‘나의 밖’을 향해 있고, 자존감의 시선은 ‘내 안’을 향해 있다
자존감(自尊感)은 현재 자신의 상태에 대해 만족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열등감 등을 느끼지 않는 감정을 의미한다. 일상적 활용으로는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 정도로 사용된다. Pixabay
자존감(自尊感)은 현재 자신의 상태에 대해 만족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열등감 등을 느끼지 않는 감정을 의미한다. 일상적 활용으로는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 정도로 사용된다. Pixabay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한번쯤 자존심이 상하거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존심과 관련한 기억들은 대부분 긍정적이지 않거나 불유쾌한 감정들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자존심의 경험은 비단 개인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의 자존심, 학교의 자존심 등과 같이 개인이 속한 집단에까지 적용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이렇듯 자존심은 한국인의 삶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개념이자, 한국인의 심리적인 특성을 반영하는 유용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존심에 대한 연구들은 대부분 기존의 심리학 개념인 자존감과 구분되지 않은 상태로 혼용되고 있고, 더러는 자존감과 자존심(pride)이라는 용어를 한 텍스트 안에서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면 두 개념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평소에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으니 그게 그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두 개념은 근본적으로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매우 대립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국어사전에는 자존심을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기 품위를 높이는 마음이라 되어 있다. 반면에 자존감은 현재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있으며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 감정이라 정의하고 있다. 자존감이란 사실 자아존중감(self-esteem)의 약어이며, 제임스(W.James)가 1890년에 처음 정의하여 사용하게 된 심리적 개념이다.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 20세기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중 한 명으로, 일반적으로 오페라 최고의 디바, 프리마 돈나를 논할 때 우선적으로 떠올릴만한 인물이다. 빼어난 미모와 개인적 카리스마, 예술적 성취, 화려함과 비극이 뒤엉킨 인물이기도 하다. 위키피디아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 20세기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중 한 명으로, 일반적으로 오페라 최고의 디바, 프리마 돈나를 논할 때 우선적으로 떠올릴만한 인물이다. 빼어난 미모와 개인적 카리스마, 예술적 성취, 화려함과 비극이 뒤엉킨 인물이기도 하다. 위키피디아

먼저 자존심(自尊心)에 대해 한걸음 더 나아가 보자. 자존심은 자신의 내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주변과의 비교를 전제로 한다. 그러니 자존심은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나면 낮아지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만나면 우쭐해진다. 신년 초에 월급쟁이가 월급명세서를 펼쳤을 때 월급이 5% 인상되었다면 야릇한 행복감에 빠진다. 그러나 이웃회사 친구의 월급이 10% 인상된 것을 나중에 알고 나면 자신이 비참해지고 자존심이 상하게 된다. 행복감이 급속히 사라진다. 불헌 듯 자존심이 튀어나온 게다. 동료가 급여를 120만원 받고 내가 100만원 받는 경우보다, 내가 80만원 받고 동료가 60만원 받는 것에 더 우쭐해 하는 것이 자존심의 발로이다. 프리마 돈나, 마리아 칼라스는 자신이 속해 있던 오페라 극장에서 최고 보수를 받는 다른 가수보다 1달러를 더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렇다. 소프라노에 대한 미학적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은 전대미문의 명가수였던 칼라스도 1달러로 그의 자존심을 지키려했다. 그러니 자존심은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주변과의 비교를 통한 주관적인 판단에 온전히 의존한다.

반면에 자아존중감, 말하자면 자존감(自尊感)은 자기 자신이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을 말한다. 그러므로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자아정체성이 굳건히 확립된 사람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스스로를 존중하고, 다른 사람의 평판이 아닌 나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한다. 내가 주체이고 남들은 객체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깎아내리거나 험담을 할 때도 확고한 자아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존심이 상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확고한 자기 주관을 견지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자존심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온통 신경을 쓰며, 다른 사람의 평가기준에 맞추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니 자존심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눈을 의식하며 거기에 맞도록 행동하려한다. 따라서 삶이 늘 피곤할 수밖에 없다.

심리학자들은 자존심과 자존감의 결정적 차이는 ‘시선의 방향’에 있다고 말한다. 자존심의 시선은 ‘나의 밖’을 향해 있고, 자존감의 시선은 ‘내 안’을 향해 있는 게다. 즉 자존심은 ‘남들이 나를 보는 것’이라면, 자존감은 ‘나 스스로 나를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존심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하는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자존감은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기에 주변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 결정적 차이점으로 보인다.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중요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기에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누가 뭐라고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건 말건 내가 나를 잘 알고 있으므로 주체성이 흔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누군가가 나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개선방향을 조언해준다 하더라도 자존심이 상하기는커녕 너그럽게 인정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자존심은 높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이 나를 높게 평가해주기를 기대한다. 다른 사람의 평가를 통해 나의 존재가치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나의 결점을 지적해주고 개선 방향을 조언해주면, 몹시 기분이 나쁘고 자존심이 상해 그 사람을 멀리하게 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는 만큼 타인을 존중할 줄도 안다. 그러나 자존심만 높은 사람은 자기만 칭찬받고 존경받기를 원하며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다면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깎아내리려 한다.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까? 자존심을 내세우는 사람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인정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 급선무다.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긍정적 태도를 가지는 것도 자존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잘 하려면 무엇보다 자존심과 자존감을 보물처럼 잘 다루어야함을 직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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