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 창]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말한 이유
[인문의 창]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말한 이유
  • 장기성 기자
  • 승인 2022.04.27 10: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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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신념이야말로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보다, 한 권만 읽은 사람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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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란 책의 주인공인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빌려 ‘신은 죽었다’라고 했다. 이 한마디로 전 세계와 기독교는 발칵 뒤집혔다. 1966년 3월 8일자 미국 시사 주간지 <Time>지의 표지이다. 위키백과.

누구나 니체(Nietzsche,1844-1900)의 이름을 들으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떠올린다. 이 책에는 니체의 핵심 사상이 모두 들어 있으며, 100년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니체의 대표작(1883년 출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니체의 사상을 정복해보려고 이 책을 펼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대한 철학자 니체의 대표작이라는 데서 오는 기대와 달리, 이 책은 논리와 추론으로 구성된 철학책이라기보다는 주인공 ‘차라투스트라’의 이야기를 담은 문학작품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바로 그 낯설고 독특한 구성에서 비롯된다. 니체는 이 책의 주인공인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빌려 ‘신은 죽었다’라고 했다. 이 한마디로 전 세계와 기독교는 발칵 뒤집혔다. “종교는 노예들이 만든 우상이다”라는 말로 신의 죽음을 확인 사살했다. 그래서 그를 ‘망치를 든 철학자’라는 별명도 있다. 그는 급기야 신은 인간이 만든 절대 욕망이고 욕망이 빚어낸 하나의 우상이라 정의한다.

‘무조건적인 믿음’은 낯선 것과 이질적인 것을 배척하기 십상인데, 사람들은 이걸 ‘신앙’란 이름으로 받아들인다. 니체는 오히려 이런 걸 ‘의심’할 때,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니체는 합리성과 근대성에 뿌리 내린 유럽문명을 해체하고, 지금껏 이끌어왔던 ‘神話(myth)로부터 理性(logos)’에로의 이행을 거부하고, 거꾸로 ‘이성으로부터 신화’에로의 길을 걸을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니체의 유럽문명 해체작업에 있어 중심적인 장치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神의 죽음’을 들 수 있다.

기독교는 유럽문명을 지배해왔으며 인간의 삶은 기독교적 가치관에 의해서 구속될 수밖에 없었다. 니체는 기독교에 의해 이끌어진 인간의 삶에 대해서 “기독교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극단적인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기독교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만 품어도 그것을 죄로 규정한다. 그러니 인간은 理性을 버리고 기적(奇蹟)을 통해 신앙 속으로 내던져져야만 했다”라고 말한다. 철학자 하이데거(M. Heidegger)도 ‘신의 죽음’에 대해서 “기독교는 초감각적인 영역만이 참된 세계라고 간주한다. 새로운 세계관, 새로운 가치관을 구축하려면 이 초감각적인 신이 지배하는 세계를 해체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초감각은 인간 삶의 영역이 아니라 오직 신의 영적 세계이다.

니체
니체는 실존주의 철학을 선도한 독일의 철학자이자 시인이다. 자신의 저서인 <여명>, <환희의 지식>,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에서 “신은 죽었다”라고 주장한다. 1906년 니체를 그린 Munch의 작품이다. 위키백과.

니체는 신의 죽음 이후에 인류에게 엄습하는 ‘가장 두려운 손님’으로 ‘허무주의’의 도래를 예고하면서 ‘허무주의가 벌써 문밖에 서있다’라고 했다. 신의 죽음을 선포한 후 우리 삶의 이상(理想)이며 의지할 곳이던, 신은 자취를 감추게 되고 신이 있던 자리에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허무’가 찾아올 것이라 했다. 니체는 이런 상실감을 통한 허무주의가 찾아와야만 전통해체 작업이 가능하다고 봤다. 왜냐하면 ‘허무’는 모든 걸 일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들뢰즈(G.Deleuze)는 ‘허무주의’에서 허무는 비존재(非存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무가치(無價値)를 의미한다고 했고, 허무는 존재의 본질에 속하며 이것은 단순히 공허한 무(無)가 아니라 힘 있는 부정(否定)이라고 했다. 허무가 마냥 공허와 무의미는 아니란 말이다.

그럼 인간은 허무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니체는 허무주의를 통해서 한편으론 전통문명이 해체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가치관과 세계관이 구축될 수 있음을 단언한다. 이 허무주의는 가치를 완전히 거부하는 염세주의(厭世主義)와는 구분되어야 함을 덧붙이고 있다.

민음사
니체는 '초인'이란 필요한 일을 견디어 나아갈 뿐 아니라, 그 고난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했다. 장희창 역, 민음사, 2004.

그럼 아무나 이 허무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까?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신이 죽은 뒤에 허무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 초인(超人)의 등장을 설파하고 있다. 초인은 기존의 가치체계를 해체하고 신에 의한 구속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킬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여기서 말하는 독일어로 ‘초인’(Übermensch)은 ‘초능력자’(Superman)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인간’(Overman)을 뜻한다.

니체는 “하나의 거대한 기둥이 무너지고 천 개의 융기가 돋아난다.”라고도 했다. 말하자면 신이 사라지면 인간의 참 모습이 되살아난다는 주장이다. 신이 죽은 세상은 단절되고 고립된 세상이 아니라, 우리의 참된 삶이 전개되는 ‘지금여기’의 세계를 예견했다. 니체에 따르면 이러한 세계가 바로 차라투스트라가 말하는 ‘大地(Erde, Earth)의 세계’이다. 대지는 인간이 발을 딛고 서있는 ‘지금여기’의 세계이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삶의 가치들을 발견될 수 있는 세계이다.

니체는 ‘강한 신념이야말로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라고 했다. 시대정신은 그 시대의 핵심적 가치라고 할 수 있지만,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하는 것은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의심’할 때라고 말한다. <끝>

니체에 관한 여담이다. 물론 이것은 니체를 희화한 인터넷에서 유영하는 농담성 글이다.

"신은 죽었다" <니체>

"니체 넌 죽었다" <神>

"니네 둘 다 죽었다" <청소부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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