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느끼다] 김춘수의 '꽃'
[시를 느끼다] 김춘수의 '꽃'
  • 권정숙 기자
  • 승인 2021.11.15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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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 전집 [2004년 ㈜ 현대문학]

출처: 픽사베이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詩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 애송하는 시 중에 하나다. 꽃이라 함은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사물 자체 그 꽃이었을까. 의미 있는 아름다운 대상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인의 시가 서정시의 갈래 중 무의미 시이기 때문이다. 하여 그 꽃은 무슨 꽃일까 하는 논쟁은 정말 무의미하다고 본다.

우리는 모두 누구에겐가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까지 낯설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무의미한 관계였다가 서로의 이름을 알고 다정히 불러주었을 때 서로에게 다가가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먼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 그가 나의 의미가 되었을 때 나도 그에게 이름이 불리어지고 그의 의미가 될 수 있으리라. 서로의 빛깔과 향기를 나누어 가지며 동화되어 가는 과정이 의미 있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서로에게 스며들어 하나가 되어가는 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이름을 다정히 불러주었던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게 불리어졌던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서로의 이름을 의미 있게 정겹게 불러줄 수 있는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름이 주어진다. 아니 요즘은 태어나기도 전에 태명부터 주어져 부모에게 먼저 불리어지고 가까운 사람에게도 불리어진다. 이름은 그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기에 이름을 짓는데 심사숙고를 하고 있다.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라는 책이 있다고 들었다. 그것은 아마도 오행에 맞춰 이름을 지으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굳이 오행을 따지지 않더라도 이름을 가볍게 지어서는 안 될 것이다.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함께할 소중한 이름이다. 그리고 이름은 그 사람을 상징하는 아주 중요한 표시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사랑하는 것에 더 이상 무슨 구구한 설명이 필요할까마는 우리는 사람이기에 사람에게서 가장 많은 상처도 받지만 말할 수 없는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최고의 평안은 사람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서로 의미 있는 관계가 되어 아름답게 서로의 이름은 다정히 불러주면서 사랑하고 아껴주며 살아간다면 보다나은 삶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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