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를 찾아서 ㉜-대구 달서구 달서시니어클럽 시장형 '백세봉제‘
노인일자리를 찾아서 ㉜-대구 달서구 달서시니어클럽 시장형 '백세봉제‘
  • 도창종 기자
  • 승인 2023.07.1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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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팔팔해요~"재봉틀, 가위질도 '척척'
‘일하는 어르신, 든든한 백세시대’

지난 17일 오전 9시 30분 대구 달서구에 있는 감삼 제2경로당 2층 '백세봉제(縫製)' 작업장, 드르드르륵, 드르르... 봉제 작업장에서 여러 명의 어르신들이 재봉틀에 앉아 발목을 까닥 까닥 부지런히 움직이자, 재봉틀 모터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돌았다.

붉은색, 화려한 무늬가 있는 천들이 빠르게 오르내리는 반짝 빛이 나는 바늘을 지나가자, 따로 놀던 옷감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금세 주방용 앞치마, 가방의 모양새를 갖췄다. 작업을 하시는 어르신들은 이 일에 대해 오랜 경험이 있는 듯,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에어컨, 선풍기 바람이 부는 15평 정도 봉제 작업장은 여러 대의 재봉기와 형형색색 실패가 꽂힌 받침대가 놓여있고, 다른 한쪽에는 작업장에서 만든 제품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여기서 남녀 어르신들이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 있는 감삼경로당 2층 '백세봉제' 작업장에서 노인일자리 참여자 어르신이 재봉틀을 사용해 앞치마, 복조리파우치를 만들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 있는 감삼경로당 2층 '백세봉제' 작업장에서 노인일자리 참여자 어르신이 재봉틀을 사용해 앞치마, 복조리파우치를 만들고 있다.

'백세봉제'가 생긴 것은 2020년 2월.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담당하고 있는 대구달서시니어클럽이 시장형 사업의 일환으로 백세봉제 사업소(대구 달서구 감삼 1길96}를 만들고, 대구 달서구청 시니어 인큐베이터(incubator)사업으로 3천만 원을 지원받아 창업한 노인일자리 사업단이다. 창업 자금으로 최신 공업용 재봉틀 8대, 오버로크(overlock) 2대 장비, 자수 미싱기 1대, 스팀다리미도 갖췄다. 오전에 이곳에서 근무하는 7명 의 남녀 어르신은 환갑을 훌쩍 넘긴 전직 미싱, 봉제사, 옷 수선전문가 들로

노인일자리에 근무를 하고 있는데, 평균 나이만 65세 이상. 봉제기술 경력도 최소30~40년 이상 이다. 재봉틀 박음질, 손바느질 작업이 한창인 이곳은 과거 봉제공장, 작업장 등에서 누구도 넘보기 어려웠던 솜씨와 능력을 뽐냈던 어르신들의 새 일터.

요즘은 주문이 많아 복조리 파우치 와 에코백, 앞치마, 데일리(Dailey) 소품 등 각종 봉제 상품을 만드는데 추가 고용이 필요할 정도로 일감이 밀려들 정도로 인기가 있다.

'백세봉제'에서 노하우(knowhow)를 겸비한 어르신들이 직접 재봉틀을 이용해 생산하는 핸드 메이드(handmade) 소품과 제품들은 들은 파우치 ,에코백, 토시, 앞치마 등 총 13 종이며 가격대는 1천800 원부터 2만3천 원까지 다양하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가격이 저렴하고, 실용적인 파우치 제품들이라고 한 어르신은 엄지척한다. 또한 단체 맞춤형 주문 `제작도 가능하다.

노인일자리 참여자 어르신들이 스팀다리미로 옷감을 다리고, 오바로구 미싱기로 옷 박음질을 하고있다.
노인일자리 참여자 어르신들이 스팀다리미로 옷감을 다리고, 오바로구 미싱기로 옷 박음질을 하고있다.

'백세봉제' 의 근무시간은 하루 4시간, 월 10~12일 근무한다. 오전 9시부터, 12시30분까지, 오후는 1시부터 5시30분까지 조별로 나누어 일한다. 참여자는 총 52명이다.

'백세봉제'에 근무하고 있는 어르신들은 늦은 나이에 일할 수 있어 좋고, 더 많은 일감과 제품판매가 더욱 더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이야기 한다.

사업단에서 근무한지 2년 된다는 곽수곤(82) 조장은 “출근해서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다”면서 “손주들에게 용돈 주는 즐거움도 있고, 일하다 보니 우울함도 사라졌다, 그리고 기술만 있으면 나이가 많아도 숙련공들이 얼마든 할 수 있는 게 이 일의 장점”이라고 한다

사업단이 출범할 때부터 줄곧 일하고 있다는 김경숙(65) 어르신은 모든 것이 만족한다고 했다. "일해서 받은 급료는 긴요(緊要)하게 쓰죠. 정말 효자 돈이죠. 용돈으로 사용하고, 친구들 만나 밥 먹고, 공과금을 낼 때도 있고요~~~능력을 인정받고 산다는 것이 행복하다"라고 한다.

재봉틀을 돌리다, 잠시 멈추고 한 어르신은 "일하며 바쁘게 사니 건강이 좋아져, 병원 가는 횟수가 줄었다고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라고 했다.

황효정 달서시니어클럽 시장형 담당 사회복지사는 "대구는 섬유산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섬유공장에서 재직한 경험이 있거나 소규모 봉제작업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재봉, 재단 기술을 보유한 참여자 확보가 유리한 이점이 있다. 그리고 사업단 수익은 참여자 복리후생, 원단 및 부자재비 운영비, 홍보·마케팅비 등으로 쓰이고,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데 사용된다. 또한 저의 달서시니어클럽은 어르신들의 역량에 맞춰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양질의 노인적합형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여름철에 어르신들의 건강과 안전이 중요하므로, 건강수칙을 반드시 지켜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백세봉제' 시장형 노인일자리사업은 만 60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대상자 모집은 매년 12월에 하며, 봉제기술, 수선집, 양복점 근무 경력자는 우대한다. 근무시간은 하루 4시간, 월 10~12일일하며, 근무기간은 12개월(연중 사업)이다.

문의 053-626-8310

한편 '백세봉제' 사업단 어르신들이 2020년 10월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등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응원의 마음을 담아 마스크를 한 땀 한 땀 정성껏 직접 제작해 만든 필터 장착이 가능한 수제마스크와 목걸이용 스트랩(strap)이 한 세트로 구성된 800개를 달서구에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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