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를 찾아서㉔ -대구 서구시니어클럽 시장형 ‘카페 카리타스 서구점’
노인일자리를 찾아서㉔ -대구 서구시니어클럽 시장형 ‘카페 카리타스 서구점’
  • 도창종 기자
  • 승인 2023.02.27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르신들이 일하는 카페가 있다’…성공 요인은 ‘손맛’
정다운 인사 곁들여 따뜻한 차 한잔 “감동이예요”

                           "어서 오십시오“  “주문하신 카페라테 나왔습니다"

대구 시립 서부도서관 건물 내 1층, 아담하게 꾸며진 카페, 유니폼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어르신 네 분이 원두를 직접 갈아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이어 커피에 스티밍(steaming)한 우유를 올리고는 카페라테를 주문한 테이크아웃 (takeout) 손님에게 조심스럽게 내어준다.

대구 시립 서부도서관 전경
대구 시립 서부도서관 전경
대구 시립 서부도서관 1층에 있는 '카페 카리타스' 서부점
대구 시립 서부도서관 1층에 있는 '카페 카리타스' 서부점

연륜이 녹아있는 손맛으로 차분하게 내린 커피 잔을 고객에게 건네는 어르신 바리스타가 정답다. '맛있게 드십시오'라고 친절하고, 밝게 고객을 응대한다. 이때 오랫동안 음식을 만들어 온 손맛이 빛을 발한다.

젊은이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카페에 어르신 바리스타와 그들이 만든 커피 맛에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라틴어로 사랑 뜻하는 ‘카페카리타스(cafe caritas) 서구점’이다.

5평 정도 면적의 카페는 어르신들이 즐겁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내부 인테리어에 꼼꼼히 신경을 썼다. 전문 카페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해 최신 유행을 반영하면서도 흰색으로 밝고, 은은한 분위기로 연출했고, 매장 구조도 음료를 픽업(pickup)하기 좋게 되어 있어, 도서관을 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구 서구시니어클럽 시장형 ‘카페카리타스 서구점’은 2023년 2월1일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도 일할 곳이 없던 어르신들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대구 서구청으로부터 특성화 사업비를 지원받아 시립 서부도서관 1층에 오픈했다.

현재 카페에는 만 60세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진 16명의 전문 어르신 바리스타들이 일을 하고 있다.

‘카페카리타스 서구점’ 에서 바리스타 어르신들이 커피와 음료를 만들고 있다.
‘카페카리타스 서구점’ 에서 바리스타 어르신들이 커피와 음료를 만들고 있다.

‘카페카리타스 서구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바닐라 라테, 카페모카 등과 각종 스무디, 에이드 등 30여 종류의 차와 시즌 메뉴도 즐길 수 있다. 커피는 질 좋은 원두 100%를 사용해, 아메리카노를 비롯한 카페라테, 모카라테 등 커피를 제조할 수 있게끔 ’마시그래이‘에서 원재료를 받아 사용한다.

가격 또한 저렴해 2천~4천 원 정도로 즐길 수 있다. 수익금은 재료비를 포함한 카페 운영 경비로 사용된다.

카페에서 고객들에게 인기 있는 음료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여기 커피 가격은 저렴하지만, 원두를 좋은 걸 써서 다른 카페 4천~5천 원짜리 커피 못지않다. 인기 메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와 바닐라 라테”라고 한 어르신은 엄지 척 한다.

‘카페카리타스 서구점’은 현재 16명의 어르신들이 3~4명씩 A. B 팀으로 나눠 일을 하고 있다. 참여자 어르신들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바리스타 전문 양성교육(직원 간 협동, 고객서비스, 청결한 점포, 친절 고객맞이 등) 업무‧실무 교육을 2주간 받았다.

2개 팀이 매주 하루 3~4시간씩 번갈아가며,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를 하고, 월요일‧일요일은 카페를 운영하지 않는다. 바리스타들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토요일은 오전10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한다.

고객의 주문에 맞춰 커피를 내는 솜씨가 베테랑 바리스타 못지않아, 어려움은 없는가 하며, 질문에 배미숙(65) 어르신은 “물론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업무 교육을 받는 동안 생소한 메뉴와 복잡한 레시피(recipe)를 외우느라 고생했다. 요즘도 가끔 주문이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며 웃는다.

김도리(71) 어르신은 "카페카리타스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이 나와 비슷한 또래인데, 모두 패기 있는 젊은 청춘 같은 자신감들을 가지고 있다"며 "'나 역시도 '카페카리타스'에서 아내, 엄마가 아닌 '바리스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다른 어르신은 "이곳에서 일하는 바리스타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기본이고, 실기 테스트 등 깐깐한 선발 과정을 통과한 덕분인지 지금까지 고객들의 불만족은 한 건도 없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시립 서구 도서관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카페 인기 비결은 뭘까?

박철우 서구시니어클럽 카페 담당 사회복지사는 “올해 어르신 바리스타 16명을 선발하는데, 인기가 많아 다른 노인일자리 보다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한 편이었다. 그리고 처음에는커피,음료 메뉴와 카드 단말기(POS·포스) 조작이 너무 어려워 손에 익지 않아 난감해 하셨지만, 이제는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시는 것을 보면서 어르신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대구 서구시니어클럽에서는 2023년 현재 공익형 17개 사업 (참여자 1천677명), 시장형 12개 사업 (참여자 181명), 사회서비스형 8개 사업(참여자 606명) 3개 영역에서 총 37개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어르신은 총 2천464명이다.

또한 서구시니어클럽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2019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 평가'에서 최우수 기관, 2020년 수행기관 평가대회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2021년도 치매예방 및 유공기관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表彰) 을 받았다.

‘카페카리타스 서구점’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은 바리스타 자격증 소지자 만 60세 이상의 어르신 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참여자는 매년 12월에 모집한다. 근무시간은 하루 3시간, 월 30시간 근무하며, 급료를 받는다. 서구시니 클럽 문의 (053) 563-1025

인터뷰를 마치며 박철우 담당 사회복지사는 “도서관 방문객과 손님들에게 저렴한 가격과 가족 같은 분위기, 기존 카페와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 도서관 방문객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또한 서구 시니어클럽에서는 바리스타로 일자리를 원하는 어르신에게 2호점, 3호점을 계속 발굴해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