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를 찾아서㉖-대구 서구시니어클럽 시장형 ‘UP사이클센터일터’
노인일자리를 찾아서㉖-대구 서구시니어클럽 시장형 ‘UP사이클센터일터’
  • 도창종 기자
  • 승인 2023.05.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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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품, 재활용 뛰어넘어 ‘명품 제품’ 만드는 UP사이클
어르신의 은빛 손길에 멋진 제품으로 재탄생

대구서구시니어클럽(관장 김성수)은 시장형 노인일자리 연계 사업으로 ‘UP사이클센터일터’(대구시 서구 국채 보상로 38길)를 운영하고 있다.

'UP사이클센터일터'는 한국업사이클센터의 브랜드 ‘더 나누기’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업사이클 소재 가공 및 선별 과정에 참여하고, 협력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즉, 재활용(recycle)은 버려지는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고 업사이클(up-cycle)은 재활용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upgrade’와 ‘recycle’이 합쳐진, 그 뜻 그대로다.

버려진 자원에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만드는 것. 그런데 하나가 더 생겼다. 바로 ‘새 활용’이다. 새 활용은 다름 아닌 'UP사이클'의 우리말 버전이다.

말 그대로 ‘새 활용’은 새롭게 활용한다는 뜻이다. 업사이클을 우리말로 순화한 것이니 재활용 혹은 업사이클링의 의미가 다 담겨있는데, 좋은 것은 물질적인 새로운 활용 즉, ‘물질을 새롭게 함’뿐 아니라 개념적인 새 활용, 그러니까 ‘새로 사용함’의 의미까지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대구 서구시니어클럽 'UP사이클일터' 작업장 전경 과 현판 (오른쪽 하단)
대구 서구시니어클럽 'UP사이클일터' 작업장 전경과 현판 

'UP사이클센터일터'가 생긴 것은 2018년.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담당하고 있는 대구서구시니어클럽이 시장형 사업의 일환으로 36㎡(10여 평) 사업소를 만들고, 재봉틀 12대, 오버로크(overlock) 재봉틀 2대 장비도 갖췄다. 이곳에 근무하는 남녀 어르신은 환갑을 훌쩍 넘긴 전직 미싱, 재봉 재단사, 옷 수선전문가 14명이 노인일자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 평균 나이만 70세 이상.

기술 경력도 최소 30~50년 이상이다. 젊은 시절 ‘기술이 너무 좋다, 재봉, 옷 수선 실력이 뛰어나다’는 말을 꽤나 많이 들었던 베테랑 기술자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은퇴를 해야 했다. "은퇴 후에도 일하고 싶다”라고 늘 생각해 왔다는 어르신들을 실기와 면접을 거쳐, 'UP사이클센터일터' 작업장으로 고용하면서 시작됐다.

5년이 넘은 'UP사이클센터일터'는 솜씨 있는 기술자 어르신들이 꼼꼼하고 ,잘한다는 소문이 지역 업체에 알려지면서 의뢰하는 일감이 점차 늘고 있다.

어르신들은 출근해 손소독,체온 체크 , 안전교육 후 근무를 하는데 활동시간 은 오전 9시부터 12시 까지, 주 4일 일하며, 급료를 받는다. 현재 'UP사이클센터일터'에서 외부업체로부터 재활용품을 받아 생산하는 제품들은 목도리. 앞치마 등 여러 제품들이다.

작업장 에서 노인일자리 참여자 어르신들이 재봉틀 작업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작업장 에서 노인일자리 참여자 어르신들이 재봉틀 작업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일을 하면서 어떤 보람을 느끼는가 하는 질문에 "돈도 돈이지만 '내가 만든 재활용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유용하게 쓰인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 나이에 일할 수 있어 좋고, 더 많은 일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어르신들은 입을 모은다.

5년째 근무 중인 우종훈 반장 (81)은 “내 힘으로 가지고 있는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다른 사람이 요긴하게 사용한다는 사실이 참 보람 있다”며 “노인들은 잘 써주지 않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으로도 너무 좋다”고 했다.

류정혜(77) 어르신은 "일을 하기 전에는 일상이 무료하고, 무력감에 시달렸어요. 지금은 소속감이 있으니까 활력이 생기고, 정신과 육체가 모두 건강해요. 수입은 용돈벌이 정도지만, 기술이 있으니, 직장도 있고, 동료도 있잖아요.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한다.

또 다른 어르신은 "나는 재봉틀 돌릴 때가 행복하고, 아마 앞으로도 제일 행복할 것"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못 할 날이 올 텐데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말하고,

"노인일자리를 통해 건강도 챙기고,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올 수 있어 얻는 것이 참 많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재봉틀을 돌리겠다"라고 다짐한다.

여명현 서구시니어클럽 수석 사회복지사는 "외부업체에서 제품도 좋고, 꼼꼼하게 일을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주문 의뢰를 하겠다며 종종 전화로 문의해 오고 있다"며 “앞으로 계속 'UP사이클센터일터' 홍보와 제품에 대한 디자인을 보강해 기업체의 수주(受注)를 점차 늘려 수익을 창출해 어르신들 복지에 사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지금 작업장에는 7명의 어르신이 일을하고 계시지만, 대구 서구에 있는 재활용 친환경 제품을 수작업으로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 '할리케이'에서 나머지 어르신들이 파견 근무를 하고 계신다"고 귀띔한다.

‘UP사이클센터일터’ 시장형 노인일자리사업은 미싱사, 재봉, 옷수선 기술을 보유한 만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참여자는 매년 12월에 모집한다.

근무시간은 매주 4일, 하루 3시간 근무하며, 급료를 받는다. 대구서구시니어클럽 문의(053) 563-1025

여명현 담당 수석사회복지사는 "다른 노인 일자리 작업과 비교해 'UP사이클 일터' 는 노인 일자리 창출, 업체의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 및 폐자원재활용 실천 방안으로서의 3박자를 고루 만족하는 시장형일자리 사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누군가 기쁨과 만족을 얻는다는 자신감은 어르신 세대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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