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를 찾아서㉞-대구 중구노인복지관 공익형 '시니어안전지원봉사'
노인일자리를 찾아서㉞-대구 중구노인복지관 공익형 '시니어안전지원봉사'
  • 도창종 기자
  • 승인 2023.09.1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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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이 편안한 삶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돈' ‘일자리’
"단순한 일이라도 이게 내 자부심이고 행복이에요"

지난 6일 오전 8시 30분 이른 아침 대구 중구에 있는 향교(鄕校) 앞 황색 점멸등만 있는 네거리에 노란색 조끼를 입고 청색 창이 긴 모자를 쓴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이들은 한 손에 교통안전 깃발을 들고, 횡단보도 앞에 섰다.

향교 견학 학생들, 출근길, 등굣길에 많은 사람들이 횡단보도 앞에 서자 '교통안전'이 적힌 노란 깃발을 한 어르신이 힘차게 내렸다. 그러자 도로를 달리던 차량들은 일제히 정지선 앞에 멈추고, 횡단보도 앞에 서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길을 걷는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이름도 모르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의 인사 한마디에 깃발을 든 어르신은 얼굴이 활짝 폈다. 어르신은 '차가 지나가도 좋다'라는 의미로 깃발을 쭉 올리자, 차, 오토바이가 안전하게 지나가고, 길을 건너던 사람, 등교하는 중학생 몇몇이 가볍게 감사함에 고개를 꾸벅 숙였다.

깃발을 든 어르신은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면서 "수고하십니다~~~감사합니다고 하면 그것만큼 보람찬 게 없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길을 건너던 사람들에겐 따뜻했던 깃발을 든 어르신들 눈빛은 굉음을 내고 달리는 오토바이, 쌩쌩 달리는 차 앞에서 금세 진지해졌다. 향교 앞에는 황색 점멸등만 있는 곳이라 등교, 향교 견학, 출근시간이 겹치는 1시간 동안은 '프로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어르신 말했다.

대구 중구노인복지관 공익형 노인일자리 참여자 어르신이 시민들이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가게 교통안전 깃발을 들고 있다.
대구 중구노인복지관 공익형 노인일자리 참여자 어르신이 시민들이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가게 교통안전 깃발을 들고 있다.

이 어르신들은 2019년부터 시작한 대구 중구노인복지관(관장 김창규) 공익형 ‘시니어안전봉사' 참여자들로 아침 출근길, 등굣길 시민들의 교통안전 지도를 책임지고 있다. 참여인원 총 38명으로 어르신들이 4인이 1팀, 대구 중구지역 백합어린이집 앞, 대구향교, 달성커뮤니티센터, 달성공원 역 등 4곳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참여자 어르신들은 교통안전 지원 현장에서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직무매뉴얼에 대해 중구노인 복지관에서 연간 9시간 자체 교육을 받고, 근무 자세와 무단횡단 금지, 보행안전 서다, 보다, 걷다 3원칙 등 보행자 안전에 대처하는 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 내용을 익혔다.

'시니어안전지원봉사' 노인일자리를 참여하면서 보람되는 일이 있는가, 질문에 어르신 참여자들은 한목소리로 “종종 자동차들이 수신호를 무시하거나 과속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법규를 어기는 사람들을 잡는 권한은 없지만, 한 달에 10일, 하루 3시간. 이렇게 나와 조심하라고 경각심을 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한다.

대구 중구노인복지관 공익형 노인일자리 참여자 어르신이 대구향교 앞에서 보행자 가 안전하게 길을 건너도록 교통안전 지도를 하고 있다.
대구 중구노인복지관 공익형 노인일자리 참여자 어르신이 대구향교 앞에서 보행자 가 안전하게 길을 건너도록 교통안전 지도를 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이사업에 참여했다는 김준묵(70) 팀장은 "적은 활동비이지만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무더위에 힘든 줄도 모르고 일하고 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싶지만, 월 30시간으로 근로시간이 제한된 탓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무료한 삶 속에서 활력을 찾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아침마다 횡단보도 앞에 선 것도 벌써 2년째라고 하는 김성식(76) 어르신은 "노인일자리는 '효자둥이'다. 이 일하면서 용돈도 벌고 건강도 더 좋아졌다. 만약 일자리를 줄여서 더 못하게 되면 병든 노인이 많아질 거다 또한 일해서 받는 활동비는 공익형 일자리 대상인 기초수급자들에게는 적은 돈이 아니다. 이 돈으로 가족들한테 손 안 벌리고 병원비도 하고, 막걸리도 한잔하면서 사람들과 웃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 어르신은 "내가 아침마다 더위에 교통안전을 하는 작은 일에 누군가는 안전하고, 편하게 이용하게 된다는 보람과 즐거움에, 마음이 건강해지니 몸도 같이 더 건강해지는 기분도 듭니다"고 말한다.

송강민 중구노인복지관 담당 사회복지사는 "무더운 여름철 날씨에 어르신들의 신체반응이 둔감해질 수 있는 때에 교통질서를 담당하는 어르신들께서 안전에 유의하여, 건강하고 안전하게 노인일자리 활동을 이어가실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 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보행자 교통사고 및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자부심으로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교통사고 방어 보행 3원칙은 자동차가 오는 방향을 보고, 한 발자국 뒤에 서서 좌우를 살핀 뒤,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야 보행자도 운전자도 서로 볼 수 있다. 안전한 보행방법과 보행 요령을 습득해 교통안전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교통안전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인일자리 모집은 매년 12월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고 싶은 어르신은 신청 기간 내에 중구노인복지관을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공익형 참여자 활동 조건은 주 2~3회, 1일 3시간, 월 30시간, 11개월 일하고 활동비를 받는다. 중구노인복지관 문의 053-257-2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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