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를 찾아서 ㉗-대구 서구시니어클럽 시장형 '시니어문서파쇄사업단'
노인일자리를 찾아서 ㉗-대구 서구시니어클럽 시장형 '시니어문서파쇄사업단'
  • 도창종 기자
  • 승인 2023.05.08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도 살리고 용돈도 벌고" 70세 넘는 어르신들 수거·파쇄조 2개 조로 나눠 근무
노인일자리 참여 보람 "건강 허락하는 날까지 일하고 싶다"

최근 공기업과 대기업, 중소기업, 학교, 은행, 병원을 막론하고 개인 정보 유출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즉각 파쇄하지 않고 방치해두었던 것이 관리 소홀로 스미싱(smishing) 등 제2차 피해로 이어질 우려를 낳은 것이다.

중요한 기업문서 및 개인정보를 허술하게 취급해 원치 않는 정보가 유출됐다가는 기업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기업 경영활동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으며, 개인정보보법 강화로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유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하루에도 수 십장 혹은 수백 장의 문서가 출력되는 정부기관과 학교, 은행, 기업, 병원 등에서 매번 문서를 자체적으로 파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전문 업체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구시 서구 북비산로49길 에 있는 시니어문서 파쇄 사업장 전경
대구시 서구 북비산로49길 에 있는 시니어문서 파쇄 사업장 전경

대구서구시니어클럽(관장 김성수)이 운영하는 노인일자리 '시니어문서파쇄사업단' 59㎡(18평) 사업장(대구시 서구 북비산로49길)에서는 시니어클럽에서 철저한 보안 교육을 마친 70세 이상 지역 6명의 어르신들이 학교, 병원, 관공서, 은행 ,기업체에서 의뢰받은 문서를 파쇄(破碎)하는 일을 한다.

지난 3일 오전 10시 문서파쇄 작업장에서는 여러 업체에서 수거해온 서류 뭉치와 폐지를 초대형 문서파쇄기에 넣자, 순식간에 종이가 잘려 파쇄기 밑으로 떨어져 수북이 쌓였다. 이곳에 근무하는 어르신은 6명. 모두 남자 어르신들이다.

서구시니어클럽에서 시장형' 시니어문서파쇄사업단'이 생긴 것은 2009년. 대구 서구 지역 내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담당하고 있는 대구서구시니어클럽이 '시장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사업소를 만들고. 지역 어르신들을 고용하면서 시작됐다. 14년이 넘은 '시니어문서파쇄사업단'은 이제는 어르신들이 일을 꼼꼼하고, 야무지게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안심하고 문서파쇄를 의뢰하는 관공서와, 기업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파쇄할 각종문서들이  파쇄 작업장에 쌓여 있다.
파쇄할 각종문서들이 파쇄 작업장에 쌓여 있다.

노인일자리 '시니어문서파쇄사업'이란 개인정보 수록 문서나 보존기간이 만료된 문서 등을 보안 요원이 방문해 문서를 수거한 후 정보의 재생이 불가능토록 안전하게 파기해 주는 서비스인데, '시니어문서파쇄사업단'은 문서를 거둬오는 '수거조'와 문서를 파쇄 하는 '파쇄조' 등 2개조로 나눠 일한다.

문서파쇄 절차는 먼저 문서수거 차량이 기업체에 방문해, 파쇄 문서를 수거하고, CCTV가 설치된 보안 작업장으로, 입고 후, 분류작업(철심이나 비닐, 스프링(spring) 등 제거)을 거친 뒤, 문서는 그날 파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안전하고, 완벽하게 파쇄기로 파쇄 작업을 한다. 파쇄 후에는 파쇄장면이 담긴 CCTV 영상과 보안각서, 파쇄 증명서 등을 받아볼 수 있다.

그 후 파쇄된 종이들은 모아 재활용업체로 보내진다. 현재 작업장에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서 지원받아 구입한 초대형 파쇄기 1대와 소형 파쇄기 1대가 있다.

'시니어문서파쇄사업단'은 무엇보다 문서 운반부터 시작해 분리, 파쇄작업을 한 번에 해주면서 관공서와 기업들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주고 있다. 문서 파쇄 이후 파쇄된

문서들은 압축과정을 통해 용해(溶解)까지 진행돼 재활용함으로써 보안은 물론 환경문제까지 해결하고 있다.

여성 어르신들은 작업장에 없는가 하는 질문에 한 어르신은 폐지를 정리하다 "여성 도 할 수는 있지만 무거운 포대를 차량에 옮기고, 포대와 박스를 내리고 하는 등 힘든 일도 있어 여성들이 지원을 안 하는 것뿐"이라고 답이 왔다.

'시니어문서파쇄사업단' 의 근무시간은 오전9시 부터 12시까지 일을 하고 급료를 받는다.

문서파쇄 서비스 이용료는 문서파쇄료 1kg당 220원, 300kg 미만 시 출장비 2만2천 원을 받으며, 한 달 평균 물량 처리는 대략 10~15톤 정도다.

파쇄지 수거 차량과 작업장내 보안을 위해 설치 되어있는 CCTV
파쇄지 수거 차량과 작업장내 보안을 위해 설치 되어있는 CCTV
초대형 파쇄기로 문서를 파쇄 하고 있는 참여자 어르신
초대형 파쇄기로 문서를 파쇄 하고 있는 참여자 어르신
파쇄한 종이를 참여자 어르신들이 포대에 담고 있다.
파쇄한 종이를 참여자 어르신들이 포대에 담고 있다.

작업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늦은 나이에 일할 수 있어 너무 좋다 했다.

반장을 맡고 있는 김종율 어르신은(76) "일하는 재미도 있고 돈도 벌고, 또 보람도 있다. 동료들과 일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가끔 일 끝내고, 동료들과 막걸리 한 잔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보내고 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운수업에 종사하다 퇴직 후 수거차량 운전 10년 됐다는 이중기(76) 어르신은 "여기서 일하는 노인들은 내 일 네 일 따지지 않고 서로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이며, 배려하는 작업장 분위기가 너무 좋다"면서 "가끔 무거운 종이박스 드는 일과 분류하는 작업이 조금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즐겁게 일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 어르신은 "출근하는 것이 즐겁고, 작업장 환경도 좋고, 힘이 들 때도 있지만 보람도 있어 좋다. 그리고 건강에도 좋다, 앞으로 일거리가 많았으면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여명현 담당 선임사회복지사는 "즉시 파쇄로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고, 공정을 녹화한 동영상을 증빙자료로 기업체에 제공해 줘 고객과의 신뢰가 무엇보다 탄탄하다. 그리고 회사의 비용 절감, 업무 효율성도 증대됨은 물론 종이 소각으로 인한 공기오염 방지 및 자원 재활용 바람이 보다 멀리 퍼져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시니어문서파쇄사업' 시장형 노인일자리사업은 만 60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대상자 모집은 매년 12월에 한다.

'시니어문서파쇄사업' 근무시간은 하루 오전 3시간 근무하며, 급료를 받는다. 서구시니어클럽 문의 (053) 563-1025

여명현 담당 선임사회복지사 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향후 계획을 묻자 “기존의 폐기 문서 처리 과정에도 관련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보안 문제가 종종 생겼는데, 보안 문제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노인 적합형 일자리, 자원 재활용을 통한 경제효과도 거두게 됐다”라며 "노인일자리와 환경을 살리는 방안이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