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를 찾아서㉑- 대구 중구시니어클럽 공익형 일자리 '아동청소년안전지킴이'
노인일자리를 찾아서㉑- 대구 중구시니어클럽 공익형 일자리 '아동청소년안전지킴이'
  • 도창종 기자
  • 승인 2022.09.1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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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지킨다는 생각으로, 아동안전 파수꾼 역할'
어린이 교통 안전과 노인 일자리 문제 동시 해결...



아동과 청소년들은 미래 세대의 주역이다. '꿈나무' '새싹'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미래' '희망' 그 자체라고도 이야기들 한다. 눈이 초롱초롱한 아이들을 보면, 어른들은 책임감이 더 느껴지고, 배려심이 커진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안전하고, 잘 키우기 위해선 어른들 모두의 봉사와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대구 중구 삼덕동에 있는 삼덕 초등학교, 유치원의 등굣길은 유난히 바쁘고, 엄청 붐빈다. 재학생들이 약 500명이 넘는 데다 인근에 주택, 빌라,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까지 대로변에 몰려 있어 주변 교통량이 엄청 많다. 붐비는 등교 시간에 어린이들의 교통안전을 돌본다는 것은 매우 긴장되고,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다. 자동차, 자전거로 등교하는 학생들도 많은 상황에서 도보로 등교하는 어린이와 자동차, 자전거로 등교하는 어린이들이 차도로 나가지 않도록 보살피고, 학생의 안전까지 살펴야 한다. 교통법규와 규칙은 물론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규수(80) 어르신 은 일주일에 2~3일 오전 6시 30경 집을 나와 근처에 있는 삼덕 초등학교로 향한다. 그는 10년째 학교 앞에서 ‘아동청소년안전지킴이’ 일을 하고 있다 대구 중구시니어클럽을 통해 10년 전(前)에 얻은 공익형 노인일자리다. ‘아동청소년안전지킴이' 사업은 2009년도에 대구 중구시니어클럽에서 공익형 노인일자리로 만들었다.

총 근무자 176명으로 8~9명씩 2조로 나눠 근무하는데, 이들은 대구 중구지역 대구, 계성, 남산, 삼덕 초등학교 등 10곳의 학교에서 어린이 등굣길 교통안전과 안전 질서 유지를 책임지고 있다. 김 어르신은 학교 방학 기간은 물론 11개월간 주 2~3일 일한다. 업무시간은 오전 7시 30분 부터 10시 30분 까지지만, 늘 1시간쯤 먼저 출근해 근무복을 입고, 체온을 재고, 손소독을 한 후, 근무 일지도 빠짐없이 기입한다. 학생들이 등교 전 교문 앞, 빈 깡통, 플라스틱병, 휴지조각, 쓰레기를 줍는 등 학교 주변을 정리 정돈하고,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김 어르신은 “친손주보다 더 자주 보는 아이들이어서 내게는 각별하다" 고 말한다.



중구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 아침 일찍 삼덕 초등학교 앞에 나와 교통정리 및 안전지도 안내를 하고 있다.
중구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 아침 일찍 삼덕 초등학교 앞에 나와 교통정리 및 안전지도 안내를 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8시. 학교 등굣길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라며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조잘대며, 초등학생, 유치원생 들이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을 보고 줄줄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에 일자리 참여자 어르신들도 웃으며, "안녕하세요~~" 라고 화답(和答) 한다.

학교 관계자들, 선생님들은 노란 조끼를 입고 근무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잘 아는 듯 "안녕하세요"라고 손인사를 건넸다. 교문 옆에 들어선 여러 대 승용차에서는 수시로 학생들이 내리는데, 한 아이가 힘이 모자라 빨리 문을 열지 못하자, 참여자가 달려가 문을 열어 주기도 한다.

학생들 등교 시간에는 눈코 뜰 새 없지만, 참여자들은 일분 일초가 아쉽다. “오전 일하는 3시간이 하루 중 가장 보람되기도 하고, 긴장되는 시간”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초등학교 주변에서 노란 조끼를 입고 근무하는 ‘아동청소년안전지킴이’ 노인일자리 참여자 어르신들은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하교 할 수 있도록, 등·하교 시간대 학교 주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신호위반, 불법 주정차,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도 집중 단속과, 초등학교 주변 순찰을 하면서 어린 학생들을 보호한다. 그리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법규 위반은 범칙금이 배로 가중된다는 점도 홍보도 하며, 어린이 승·하차 확인 소홀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통학차량 운전자 의무 위반 행위도 지도하는 일을 한다.

참여자들은 대구 중구시니어 클럽에서 실제 일터인 스쿨존이나, 학교 주변 등 교통안전 지원 현장에서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직무매뉴얼에 대해  자체 연수교육을 받고, 근무 자세와 어린이 안전에 대처하는 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 내용을 익혔다. 또한 '아동청소년안전지킴이'가 될 수 있는 만 65세이상이면 나이 제한은 없으나, 대신 청력(聽力), 악력(握力), 앉았다 일어나기 등 간단한 체력검사를 거쳐야 하며, 면접 평가에서는 '아동청소년 안전지킴이' 활동에 대한 이해도, 학교 근무의 적합성, 활동에 대한 열의 등을 평가해 선발한다. 또한 선발된다 하더라도, 학교 측에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며, 중구시니어 클럽에서는 아동학대 예방, 및 성희롱 예방과 관련해 필수적으로 소양교육을 한다.

올해 처음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강병호(70) 어르신은 "사실 난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없다. 나와 아내랑 둘이 사는 데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라며 "그런데 노인으로 힘든 일도 아니고, 집에서 놀면서, 무료하게 TV나 보고 있는 것보다,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를 들으면, 삶이 즐겁고 젊어지는 느낌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참여자 김혜림(76) 어르신은 "하루에 2~3시간씩 학교 앞 스쿨 존 내 어린이 교통 안전 지도와 차량 경적 및 과속 차량 계도를 하면 돼 크게 힘이 들지 않는다"며 "하는 일에 비하면 한 달 활동비의 수입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안전이란 두 글자 속에 내 손주처럼 보살피고, 집으로 퇴근하시는 것이 행복한 하루"라고 환한 미소를 짓는다.

강수지(76) 조장은 “노인 일자리 '아동청소년안전지킴이'를 하면서 어린이들의 안전한 학교등교 을 위한 자부심과 어린이들을 만나면 밝게 인사해 줘 뿌듯함이 드는데, 더 열심히 오래 오래 활동해 어린이들의 안전을 지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기령 중구시니어 클럽 노인 일자리 담당 사회복지사는 "어린이 안전은 어르신들의 계몽, 지도 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운전자분 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학생들 등· 하교 시간에는 바쁘시겠지만, 스쿨존 내(內) 불법 주정차 금지, 법규 위반 행위 를 하지 마시고, 제한속도 30km 이하를 꼭 지켜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고 당부했다.

(재)운경재단(이사장 곽동환) 대구 중구시니어클럽(관장 권병현)은 2001년 8월에 설립돼 노인복지법에 의한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으로 노인일자리사업을 시작했다. 2022년 현재 다양한 노인일자리를 창출해 시장형 5개, 사회서비스형 5개, 공익활동형 19개, 인력파견형, 취업알선형 등 29개 사업단에 2천45명의 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주관하는 2019년에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 평가’에서 최우수상(보건복지부 장관)을 수상, 수행기관 평가 1그룹 A등급(보건복지부 장관상 최우수상 수상), 시니어 인턴십 평가 전국 1위(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상 수상), 2018년도 에는 시니어 인턴십 부문에서 최우수 상인 장관상을 수상하고, 시장형 사업단 부문과 인력파견형 사업단 부문에서도 각각 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아동청소년안전지킴이' 공익형 노인일자리 모집은 매년 12월에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참여자 활동 조건은 주 2~3회, 1일 3시간, 월 10일 30시간, 11개월간 활동하며, 활동비를 받는다. 대구 중구시니어클럽 문의 053-422-1901~3

인터뷰를 마치자 박기령 담당 사회복지사 팀장은 "나의 할아버지이자 할머니일지도 모르는 학교 앞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아동청소년안전지킴이' 어르신들을 본다면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따뜻한 인사 한마디를 건네는 것은 어떨까요. 따뜻한 말 한마디에 어르신들은 더욱 보람을 느끼시고, 학생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진짜 어르신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라고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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