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를 찾아서⑯- 대구 남구시니어클럽 시장형 '아파트택배사업단'
노인일자리를 찾아서⑯- 대구 남구시니어클럽 시장형 '아파트택배사업단'
  • 도창종 기자
  • 승인 2022.06.20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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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안심, 만족 택배가 간다"... '어르신 택배'
평균 나이 70세 배달원들 '정성을 배달한다는 마음가짐'

지난 15일 오전 9시 30분 대구 달서구 월배 아이파크 2천 가구 대단지 아파트 주차장에는 우체국 택배차량 2대가 연이어 들어왔다. 젊은 택배기사는 택배차량 짐칸으로 가더니, 순식간에 크고 작은 화물을 내려놨다. 바닥에는 금세 한가득 택배 물량이 높이 쌓였다.

기자가 직접 세어본 것만 180여 개가 넘었다. 택배 물건을 기다리고 있던 어르신 택배원은 '일거리'를 싣고 온 우체국 택배 기사에게 "아침부터 고생했다, 조심해 다니시라"란 말 한마디를 잊지 않은 3명의 어르신 택배원은 이내 익숙한 듯 빠른 손놀림으로 택배를 분류한다.

"이건 202동! 309동, 304동 !"

송장에 적힌 주소를 불러주는 목소리에 어르신들 손놀림이 부산해졌다. 받은 물품을 각 가정에 전달하기 위해 분류 작업을 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이날 배송해야 할 택배는 1인당 63개 정도. 누런 서류봉투와 묵직한 박스 등 카트(cart)에 약 60개의 택배 상자를 실어 각 가정으로 향한다.

아파트택배 참여자 어르신이  가정으로 배달하기 위해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아파트택배 참여자 어르신이 가정으로 배달하기 위해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현재 점차 택배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노인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등장한 '아파트택배사업'이 택배업체와 고객들의 만족을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다. 세대수가 많은 대단지 아파트는 택배기사가 직접 배송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새로 짓는 아파트는 택배차량이 불편하고, 통행하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어 '아파트택배사업'은 이 같은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배송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

'아파트택배사업'은 택배차량이 아파트 단지 내 물건을 싣고 오면, 이를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각 가정에 직접 배달하는 것인데, 이 택배 사업이 과중한 업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택배기사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노인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로 안정적인 소득원을 제공하는 상생효과를 가지고 있다.

'아파트택배사업' 참여자들이 각 가정으로 택배를 전달 하고 있다.
'아파트택배사업' 참여자들이 각 가정으로 택배를 전달 하고 있다.

이 어르신들은 대구 남구시니어 클럽에서 운영하는 시장형일자리 '아파트택배사업' 참여자 들로, 현재 가정 배송과 반품 담당 은 어르신 12명이 근무하며, 대구 남구, 달서구 지역 아파트 10군데를 3명 1개조로 택배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출근해, 택배차에서 물건 하역, 각 아파트 단지별 분류작업, 개별 집까지 배달 작업에 하루 오전 9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일하며, 명절 등 물량이 많은 날에는 연장 근무도 한다.

또한 어르신들은 시니어클럽에서 안전교육을 받고, 택배 일을 오래해 나름 일을 하면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배송 순서, 크기대로 물건을 쌓아 올리는 요령부터, 각 가정별 고객 특성까지 숙지하고 일을 한다.

남구시니어클럽의 시장형 '아파트 택배사업'은 대구·경북지방 우정청과 3년 전부터 업무협약을 체결해 일을 하고 있는데, 크기에 관계없이 개당 660원을 받고 있다.

'아파트택배사업' 참여하면서 힘든 점이 없냐는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던 김춘길(64) 씨는 "아직 몸이 건강한 편이고 자식들의 부담도 덜어주고 싶어 이 일을 할 마음을 먹었다"면서 "남구시니어클럽에서 아파트택배사업에 대해 면담을 하고 택배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니 자신감도 생겼고, 꼭 오래오래 일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레(카트)로 물건 나르고 엘리베이터 이용하면서 싹 올라갔다 내려오니까 힘들지 않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카트를 한 손으로 끌 정도로 정정한 4년 차 이수형(74) 씨는 "노인 일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생활에 활력이 생긴다. 배송 자체가 운동이 되는 데다 매달 70~80만 원 정도 수입도 생기고, 지나가는 아파트 주민에게 농담할 만큼 여유도 생겼다. 이제는 나가라고 해도 못 나간다"라며 웃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집에서 쉬는 것도 1년이면 지루해지기 십상이죠,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노인 일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동료들과 가족처럼 계속 일을 해나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도 좋아한다. 이날 만난 아파트 주민 주부 A씨는 “친할아버지처럼 배달해 주시니, 젊은 택배 기사보다 더 안심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손영준 남구시니어클럽 시장형 일자리 담당 팀장은 “아파트 주민들은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물건을 받을 수 있어서 좋고, 택배 기사들은 늦은 시간까지 배달을 하지 않아도 되고, 어르신들은 일자리가 생겨서 여러모로 좋습니다"라고 어르신 배달의 장점을 말한다.

또한 “1인 가구가 점차 늘면서 혼자 사는 여성들이 많은데요,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 아닌 고정적으로 배달하는 어르신한테 물건을 받으니, 안심하고 택배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대구 남구시니어클럽(관장 김상희)은 사회복지법인 ‘함께하는마음재단’(대표이사 금고지도 스님)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함께하는마음재단’은 1997년부터 지역복지 사업을 펼쳐온 종합적 지역 사회복지법인이다. 대구 남구시니어클럽은 2002년 보건복지부 제9호 지역사회시니어클럽으로 지정돼, 어르신들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로 어르신들이 생산적이면서도 건강한 노후를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일자리를 개발, 제공하는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으로, 2019년 노인일자리사업 우수 기관 선정, 2020년 노인일자리 최우수 기관 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노인 일자리 모집은 매년 12월 남구시니어클럽 홈페이지에 공고한다.노인일자리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신청 기간 내 남구시니어클럽을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시장형 '아파트택배사업' 참여자 활동 조건은 주 5회(토, 일, 공휴일 휴무), 1일 3~4시간, 월 20회 정도 일하고 급료를 받는다.  남구시니어클럽 문의 053-471-8090

손 팀장은 "아파트택배 사업 모델은 고령화 사회의 노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들에게 더 나은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유가치창출 사업"이라며 "아파트택배사업 를 더욱 활성화시켜, 남구시니어클럽은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파트 택배사업'참여자들이 남구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담당 팀장과 함께  파이팅을 하고 있다.
'아파트택배사업'참여자들이 남구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담당 팀장과 함께 파이팅을 하고 있다.

​현재 대구 수성, 북구, 동구, 남구시니어클럽에서 시장형 노인일자리 '아파트택배사업'에 총 97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해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