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를 찾아서⑱- 대구 남구시니어클럽 시장형 '이천추어탕'
노인일자리를 찾아서⑱- 대구 남구시니어클럽 시장형 '이천추어탕'
  • 도창종 기자
  • 승인 2022.07.19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할머니 어르신들이 맛을 내는 '이천추어탕' 군침이 절로~~~~
푹 끓인 뜨끈한 추어탕…밥 한 공기 금세 ‘뚝딱’

대구의 한낮 기온이 30도 넘는 날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피로와 기력저하를 느낀다. 나른하고 쉽게 피곤해지며, 입맛도 없고 밤에 푹 자지 못한다.

이럴 때 찾게 되는 것이 바로 보양식(保養食)이다. 평소에 몸 관리가 잘 안되었거나, 야외활동이 많았거나, 과로할 때 인체 내부에서는 양기의 부족 증상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예로부터 양기를 보하고, 차가워진 몸 안을 따뜻하게 하기 위한 보양식으로 삼계탕, 추어탕 등의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이열치열의 지혜를 전해왔다.

추어탕(鰍魚湯)의 '추(鰍)'는 미꾸라지 추다. 가을 추(秋)와는 다른 한자어이지만 한자 속에 포함돼 있고, 발음이 같은 탓에 가을 음식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꾸라지는 가을에 가장 많이 잡히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이 좋다.

미꾸라지는 우리 몸에 좋은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있는 건강식이다. 양질의 단백질이 주성분이며, 다른 동물성 식품에서는 보기 드물게 비타민A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A는 피부를 튼튼하게 보호하고, 세균의 저항력을 높여 주며, 호흡기의 점막도 튼튼하게 해준다.

미꾸라지에 든 지방의 형태는 불포화지방산으로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추어탕은 미꾸라지의 이로운 성분을 전부 섭취할 수 있는 조리법이다. 뼈채 갈아서 만들기 때문에 칼슘 섭취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골밀도가 낮아진 어르신들에게 좋다.

'이천추어탕' 가게 전경과 상호 로고​
'이천추어탕' 가게 전경과 상호 로고​

대구 남구에 2014년 3월 개업 당시부터 '고향집 어머니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소문난 식당이 하나 있다. '이천추어탕' 추어탕 전문 식당인데 이 식당은 대구 남구시니어클럽(관장 김상희)에서 관내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담당하고 있는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가게를 만들고 어르신들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

이 추어탕 집은 미꾸라지 ‘해감’을 통해 이물질을 모두 제거, 추어탕 끓이기, 상차림 음식 장만부터 홀 서빙, 계산까지 모두 만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맡고 있다. 메뉴는 추어탕과 해물파전, 된장찌개, 도토리묵 등 4가지. '이천추어탕'은 옛날 어머니의 손맛을 고스란히 재현 해내는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식당 이전(남구 희망로 34 1층)으로 찾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주민들이나 직장인들, 외지인들이 몰려와 점심 식사시간에는 자리를 잡지 못할 정도로 북적인다.

손님들이 많이 찾는 '이천추어탕'의 인기 비결의 재료 손질은 먼저 토종 국산 미꾸라지를 일단 수돗물에 넣어준다. 지하수 대신 수돗물을 이용하는 이유는 새 물을 만나면 반드시 미꾸리지가 배설하기 때문이다. 빠르면 하루, 늦으면 3일간 하루 3회 정도 물을 갈아준다.

그 후 망(網)에 담아 소금을 치는데 소금이 들어가면 삼투압(滲透壓) 차이로 인해 미꾸라지 속 진액이 밖으로 빠져나와 죽게 된다. 미꾸라지도 눈에 보이지 않는 비늘이 있어, 그것도 벗겨내고, 망 속 거품투성이 미꾸라지 겉 피부가 뽀송뽀송해질 때까지 씻어준다.

그 후 오전 6~7시에 국을 끓인다. 하루 딱 50인분만 끓이는데 주문 예약이 많이 들어오는 날은 더 많이 끓인다. 미꾸라지 삶는 데도 보통 1시간 이상 걸린다. 압력밥솥에서 푹 삶은 미꾸라지의 살과 뼈를 완전히 분리한다. 채를 통해 으깬 미꾸라지 살점 안으로 특제 된장을 풀어 넣는다. 작업해 놓은 적당한 수분과 깊은 단맛이 나는 청방 배추 시래기, 대파, 생강, 후추를 넣고 30여 분간 끓인 후, 뚝배기에 담아 손님상에 나가기 전(前) 한 번 더 끓여준다.

첫 국물 맛은 따뜻하면서도, 구수하고, 감칠맛이 어릴 때 시골의 도랑에서 잡아 온 미꾸라지로 갓 끓여 낸 바로 전형적인 경상도식 추어탕 맛이다.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상차림 은 국과 깍두기, 된장 고추무침, 멸치볶음, 겉절이, 부침개, 찧은 마늘, 썬 풋고추, 제피가루가 전부.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제공된다. 주문 즉시 무쳐내는 겉절이와 깍두기는 추어탕과 함께 입맛을 돋운다.

주방에서 추어탕 끓이기와 손님들에게  제공할 상차림이 한창이다. 원(圓)안은  미꾸라지 사진
주방에서 추어탕 끓이기와 손님들에게 제공할 상차림이 한창이다. 원(圓)안은 미꾸라지 사진

부침개는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부쳐서 나오는데, 시골스러우면서도 정갈한 반찬들이 마치 친할머니 밥상인 듯 푸근하다. 또한 노인일자리 사업장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이천추어탕’도 착한 가격업소다. 대표 메뉴인 추어탕은 8,000원으로 주변 식당 평균 가격보다 저렴하다. 그나마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수년간 약간 인상한 가격이다.

추어탕과 된장찌개, 파전, 도토리묵과 손님 상차림​
추어탕과 된장찌개, 파전, 도토리묵과 손님 상차림​

'이천추어탕'은 매일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오후 4시에 영업을 끝낸다. 어르신들은 오픈 두 시간 전인 오전 7~8시에 식당에 출근해 하루 일을 시작한다. 12명이 6인 2개 조로 운영되고, 조별로 2일씩 식당을 담당하며, 하루 5시간(오전 9시~오후 2시 30분, 오전 10시 30분~오후 4시) 한 달 10일 일하며, 반장은 하루 8시간 10일 일한다.

'이천추어탕'의 깊은 어머니 손맛을 이끌고 있는 10년 차 이석태 (76) 반장은 “미꾸라지를 삶아서 옛날 방식으로 일일이 채에 걸러서 만들기 때문에 기계로 갈아내는 추어탕보다 부드럽고, 깊은 감칠맛을 낸다"며 “좋은 재료와 정성, 손맛이 들어가기 때문에 손님들이 옛 맛을 기억해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고 말한다.

최복남(71) 씨는 “우리 식구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니 손님들이 모두 믿고 오시는 것 같다"며 “소박한 음식을 이웃과 나눠먹던 옛 시절을 생각하며, 내가 만든 음식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말했다.

홀 서빙, 카운터 담당 민태영(63) 씨는 "60대라도 아직 팔팔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 월급을 받는 것도 좋지만, 가장 큰 기쁨은 내가 아직도 젊지 않은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며 "손님에게 내는 상차림 하나,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주방에서 일하는 다른 참여자는 "집에 무료하게 있는 것보다, 자고 일어나 일하러 갈 수 있는 곳이 있어 좋다. 몸은 힘들어도 즐겁게 일하다 보면 일주일이 금방 간다. 그리고 연말에는 많지 않지만 성과급도 받을 때가 있다"고 귀띔한다.

'이천추어탕'을 즐겨 찾는다는 손님A 씨는 “시골에서 자라면서 가난한 살림에 마을 개천에서 잡은 미꾸라지로 어머니가 끓여주신 추어탕을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게 난다” 며 “그 맛 그대로 끓여내는 '이천추어탕'을 종종 찾는다"고 말했다.

이유현 남구시니어클럽 시장형 노인일자리 담당 사회복지사는 "이천추어탕은 젊은이들도 많이 찾지만, 50대 이상부터 어르신들의 보양식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고향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추어탕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대구 남구시니어클럽(관장 김상희)은 사회복지법인 ‘함께하는마음재단’(대표이사 금고지도 스님)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함께하는마음재단’은 1997년부터 지역복지 사업을 펼쳐온 종합적 지역 사회복지법인이다.

대구 남구시니어클럽은 2002년 보건복지부 제9호 지역사회시니어클럽으로 지정돼, 어르신들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로 어르신들이 생산적이면서도 건강한 노후를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일자리를 개발, 제공하는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으로, 2019년 노인일자리사업 우수 기관 선정, 2020년 노인일자리 최우수 기관 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노인 일자리 모집은 매년 12월 남구시니어클럽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시장형 노인일자리 에 참여하고 싶은 만 60세 이상 어르신은 신청 기간 내 남구시니어클럽을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시장형 '이천추어탕' 참여자 활동 조건은 1일 5시간, 월 10회 (토, 일, 공휴일 휴무), 일하고 급료를 받는다. 남구시니어클럽 문의 053-471-8090

 

시장형 노인일자리 담당 사회복지사 이유현 씨는 "이천추어탕 에서 근무하는 어르신들은 음식점에서, 오랫동안 음식을 만들어 오신 분들이다. 어르신들의 근면함과 성실함, 손맛 은 최대 장점"이라고 말하고,"추어탕은 동물성과 식물성 영양소가 결합된 완전 영양식이다. 무엇보다 뼈째 갈아내고, 푹 고아 식감이 부들부들하기에 어르신들이 감기몸살에 걸리거나, 입맛이 없고 기력이 빠질 때, 꼭 '이천추어탕'을 한 그릇 추천 드린다"라고 홍보도 잊지 않는다.

한편 '이천추어탕'에는 추어탕 포장 판매 4인분 15,000원, 2인 커플 한 상, 4인 가족 한 상 등 가성비가 훌륭해 보이는 다양한 선택 메뉴도 있다.

'이천추어탕'노인일자리 참여자들과 노인일자리 담당 사회복지사와 함께 파이팅을 하고 있다.
'이천추어탕'노인일자리 참여자들과 노인일자리 담당 사회복지사와 함께 파이팅을 하고 있다.

 

그래픽=도창종 기자
그래픽. 도창종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