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를 찾아서·⑳- 대구 중구시니어클럽 공익형 일자리 '우리동네 소독·방역사업단'
노인일자리를 찾아서·⑳- 대구 중구시니어클럽 공익형 일자리 '우리동네 소독·방역사업단'
  • 도창종 기자
  • 승인 2022.08.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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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방역! 우리가 책임진다”... 가중된 방역업무 노인일자리로 해소
‘우리동네 건강지킴이’ 아파트 소독·방역 활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소독·방역은 일상화됐다. 학교, 사무실, 극장, 도서관, 관공서, 복지관, 놀이시설, 지하철 등 어디나 손 소독제가 비치돼 있는 모습이 어느새 우리는 자연스러워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고, 발생한 장소에 방역 관계자들이 커다란 용기를 들고 다니며, 곳곳에 소독약을 뿌리는 TV 속 장면도 익숙하다. 엘리베이터 층수 버튼이나 버스, 지하철, 공용 출입문 손잡이 등에 항균 필름이 붙어 있는 모습도 여기저기서 흔히 눈에 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들어섰음을 실감한다.

김석련(80) 어르신은 일주일에 두세 번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일터로 간다. 그는 대구 중구에 있는 대단지 아파트를 다니며, 방역 및 소독하는 일을 한다.

여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24일 1천147가구 '대구 대신 센트럴자이' 아파트로 출근해,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아파트 내 어린이 놀이터 4군데를 다니며 소독·방역했다. 이 일을 한 지는 1년가량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대구 중구시니어클럽 공익형 노인일자리 '우리동네 소독·방역' 일자리가 생겨 일을 시작했다.

'우리동네 소독·방역사업단'은 지난 2021년 9월 대구 중구시니어클럽에서 공익형 노인일자리로 만들었다. 만 65세 이상 어르신 참여자들은 30명으로 각 조별로 4~5명씩, 대구 중구지역 아파트 11군데를 다니며,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 쉼터를 방역과 소독 일을 한다. 참여자들은 오전 8시 30분경 각 사업장으로 출근을 하면, 먼저 마스크를 쓰고, 체온을 재고, 손 소독제를 찾는다. 그리고 방문 일지도 빠짐없이 기입한다.

현재 방역당국은 소독제를 분사·분무하는 방식은 권장하지 않는다. 분무·분사 방식을 쓰면 표면에 소독제가 닿는 범위가 분명하지 않아 소독 효과가 오히려 떨어지고, 사람이 소독제나 물체 표면에 붙어있던 바이러스를 흡입할 위험도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분무 소독이 아니라, 표면을 닦아내는 방식의 소독법을 권장한다. 대구 중구시니어클럽 '우리동네 소독·방역사업단'은 친환경 살균소독제(프리나)를 천 타월이나 종이타월 등에 적신 뒤 시설 내 사람들의 손이 자주 닿는 물체의 표면을 반복적으로 깨끗하게 닦아 소독·방역한다.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 아파트 놀이기구를 꼼꼼하게 소독,방역을 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 아파트 놀이기구를 꼼꼼하게 소독,방역을 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아파트 주변 파리, 모기 등 위생 해충을 구제(驅除)하고, 벤치, 쉼터, 어린이 놀이시설 등 취약지역 찾아 집중적으로 사람이 밀집하는 곳으로 손이 닿는 부분을 꼼꼼하게 미세먼지와 바이러스 제거한다. 이와 함께 주민이 요청하면 언제 어디서나 소독을 하며, 방역 활동과 병행해 아파트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도 함으로써, 주거 환경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어르신들은 소독 방역 작업과 함께 주민들을 세균 및 바이러스에 대해 안심시키고, 아파트를 찾는 방문객들 의 불안감을 덜어내는 방역수칙 홍보활동도 하고 있다. 또 소독할 때 일회용 장갑과 보건용 마스크 등 개인 보호구를 착용하고, 소독을 마친 뒤에는 비누와 물로 손을 씻고, 개인위생도 철저히 지킨다.

일하는데 어려움이 없는가 하는 질문에, 참여자들은 혹시 놀이시설이 높아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의 방역은 약간 힘이 들고, 애를 먹는다고 말하고, 간혹 계단이 있으면 오르내리느라 힘들 때가 있다고 한다. 올 여름 폭염에 소독. 방역 작업을 마친 어르신들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다.

이에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방역 최일선에서 노력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주민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감사 인사를 전하거나, 시원한 물을 건넬 때면, 피곤과 고단함이 사라진다고 참여자 어르신들은 입을 모은다.

한편 노인일자리 수행기관 대구 중구시니어클럽은 참여자 어르신들에게 감염병 및 안전사고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방역 안전 수칙·준수 사항, 소독제 사용방법, 개인보호구 착용법, 현장 방문 시 발열 검사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손 소독제 배부, 일정 거리 두기 등 관련 수칙을 철저히 지킬 수 있도록 사전교육을 실시 후 사업장으로 근무하게 한다.

지금까지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노인일자리에 참여해 소독·방역 활동을 하고있는 천재영(66) 반장은 “꾸준히 방역·소독을 하니까 아파트 주민들이 안심하시는 것 같다"며 “이제 활동을 나가면 여기저기서 소독을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동네 소독·방역단은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무연(75) 씨는 "우리들이 '우리동네 소독· 방역'으로 수백 명의 아파트 주민들이 편안해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고생하시는 주민들에게 우리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큰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일을 하며 활동비는 많지 않지만, 생계에 보탬이 된다. 국민연금·기초연금에다 이걸 합하면, 부부 생계비로 적당하다”며 “주변 노인들이 부러워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원정인 중구시니어클럽 공익형 노인일자리 담당 사회복지사는 “요즈음의 질병은 워낙 전염성이 강해 나 혼자의 예방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생활주변의 전염병 발생이 우려되는 곳을 사전에 찾아 소독하고, 공중위생에 힘쓸 때만이 여름철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재)운경재단(이사장 곽동환) 대구 중구시니어클럽(관장 권병현)은 2001년 8월에 설립돼 노인복지법에 의한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으로 노인일자리사업을 시작했다. 2022년 현재 다양한 노인일자리를 창출해 시장형 5개, 사회서비스형 5개, 공익활동형 19개, 인력파견형, 취업알선형 등 29개사업단에 2천45명의 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주관하는 2019년에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 평가’에서 최우수상(보건복지부 장관)을 수상, 수행기관 평가 1그룹 A등급(보건복지부 장관상 최우수상 수상),시니어인턴십 평가 전국 1위(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상 수상), 2018년도에는 시니어 인턴십 부문에서 최우수상인 장관상을 수상하고, 시장형 사업단 부문과 인력파견형 사업단 부문에서도 각각 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우리동네소독·방역사업' 공익형 노인일자리 모집은 매년 12월에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참여자 활동 조건은 주 2~3회, 1일 3시간, 월10일 30시간, 11개월간 활동하며, 활동비를 받는다. 대구 중구시니어클럽 문의 053-422-1901 ~ 3

원정인 공익형 노인일자리 담당 사회복지사는 " ’우리동네 소독· 방역사업단’은 건강하고,국민의 안전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며 “전문교육을 받고 소양을 쌓은 방역전문가는 어디서나 필요한 인력이다. 방역 선두에 선 어르신 방역 전문가, 그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동네가 더 안전해질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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