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어날 추억] ㊿ 정월 대보름의 풍속 (1)
[꽃 피어날 추억] ㊿ 정월 대보름의 풍속 (1)
  • 유병길 기자
  • 승인 2022.02.04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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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은 명절이였다. 동제, 더위 팔기, 부스름깨기, 귀밝이술 먹기,
오곡밥, 쥐불놀이, 지신밟기, 달을 보며 한해의 행복을 기원하는 등 세시풍속이 있었다
대보름달
작년의 대보름달. 유병길 기자

1950년대 봉강리(경북 상주시 외서면)에서 겪었던 잊어가는 정월 대보름날의 풍속이다. 음력 정월달 십오일 즉 보름날은 달이 제일 크고 밝은 날이라고 대보름이라고 하였다.

시지 할머니 가족. 유병길 기자

시지댁인 할머니는 보름날 아침에 지켜야 할 일을 늘 말씀하셨다. 맨발로 밖에 나가면 발을 다친다고 버선이나 양발을 신고 나가라고 하셨고, 아침에 찬물을 먼저 마시면 들에 나가서 소낙비를 만난다고 못 마시게 하셨다.

손자를 일찍 깨워서 삽작(대문)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라고 하셨다. 남자가 먼저 들어와야 한 해 동안 좋은 일이 있단다. 전날 친구와 약속하였다. “너를 깨우려 네 집에 갈게, 너도 우리 집에 들어와” 보름날 아침에 친구 집에 가서 “옥아”부르니 “응” “내 더위 사라” 더위를 팔았다. “우리 집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더위 팔려 가자.” “그래” 둘이서 친구들 집에 들어가서 이름을 부르며 더위를 팔고 남자가 먼저 들어가 올해 좋은 일이 있도록 하였다. 더위를 샀다고 하여 여름에 더위를 먹는 것은 아닌데도 기분은 좋지 않았다. 잘 못 먹어 영양이 부족한 상태로 들에서 일을 많이 하다 지쳐서 기운이 없고, 밥맛이 없어 누워있으면 더위를 먹었다고 하였다. 익모초 생즙을 짜서 먹으면 좋아진다고 많이 먹었다.

동제
'동제' 지내는 모습. 다음 이미지 참고

정월 대보름날은 마을의 편안과 안녕을 위하여 마을 입구 동구 나무(동제를 지내는 고목) 밑에서 동네 제사를 지냈다. 보름날 동제를 지내는 동네는 일주일 전부터 동네 입구에 금줄(새끼줄)을 쳐 놓고 다른 동네 사람들은 못 들어오게 하였다. 일 년 전에 뽑힌 제주는 30일 전부터 부부가 한방에 잠을 못 자고 찬물로 목욕하며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였다. 보름날 새벽에 동구 나무 밑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동네의 안녕과 축복을 위하여 정성 들여 제사를 지냈다.

부스럼깨물기용 밤
부스럼깨물기용 밤. 유병길 기자

보름날 아침에 일어나면 어머니가 소쿠리에 밤, 호두, 볶은 콩을 담아 머리맡에 두었다. 입에 넣고 “부스럼 깨물자”를 외치며 깨물어 부스럼 깨물기를 하였다. 그때는 영양이 부족하고 항생제가 없어서 그랬는지 몸에 부스럼(종기)이 많이 났고 염증으로 곪을 때 많이 아팠다. 부스럼 깨물기를 하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적게 날 것으로 기대를 하였다.

아침밥 먹을 때 ‘귀밝이술’이라고 귀가 밝아 잘 듣고 일 잘하라고 술도 한 잔씩 하였다. 보청기가 없던 시절이라 그랬는지 어른들은 다 ‘귀밝이술’ 한 잔씩 하였다. 그때는 차가 없어서 음주운전이라는 말은 없었다.

찹쌀, 차좁쌀, 찰수수쌀, 검정콩, 팥(이상 오곡)에, 대추, 밤을 넣어 오곡 찰밥을 지어 아침에 먹었다. 반찬은 시래기국, 고사리무침, 김치. 삶은 피마자(아주까리)잎을 참기름에 무쳐서 오곡밥과 같이 먹었다.

디딜방아 다리
디딜방아 다리. 유병길 기자

보름 음식을 얻어먹으면 나쁜 액을 면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병을 달고 있는 귀한 아들을 둔 부모는 아들을 앞세워 그릇을 들고 성씨가 다른 다섯 집의 음식을 얻어서 디딜방아 다리에 걸터앉아서 먹었다.

개는 굶어야 집을 잘 지킨다고 저녁에 둥근 달이 떠올라야 밥을 주었다. “개 보름 쉬듯 한다”는 말이 있었다.

소는 한 해의 농사일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영양분이 많은 곡식을 아깝지 않게 많이 넣어 쇠죽을 끓여 주었다.

대부분 동네에서는 보름날에 전 동민이 모여 동네 회의를 하고 한 해 동안 동네를 위하여 수고할 이장(구장)을 새로 뽑았다. 마당에 멍석을 펴고 동민들이 편을 갈라 마당 윷놀이를 하였다. 어른들이 윷놀이할 때 남자 아이들은 제기차기, 자치기, 딱지치기하며 놀았고, 처녀들은 널뛰기를 하였다. 큰 솥에 무와 동태를 넣어 동태국을 끓여 막걸리 안주도 하고 점심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국물 한 그릇에 밥 한술을 놓아 점심으로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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