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어날 추억] (52) 정월 대보름의 풍속2
[꽃 피어날 추억] (52) 정월 대보름의 풍속2
  • 유병길 기자
  • 승인 2022.02.1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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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날에는 날리던 연에 액을 담아 날려 보냈고, 널뛰기를 하였다
저녁에 대보름달이 뜨면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고 쥐불놀이를 하였다
귀신날은 고무신을 엎어두고 잠을 잤다

 

연날리기 모습이다. 유병길 기자
연날리기 모습이다. 유병길 기자

겨울이되면 연을 날리기 시작하였다. 연날리기는 신라 김유신 장군이 연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여러 가지 모양의 연을 하늘 높이 띄우는 연날리기는 정초에 어린이와 어른들이 즐기는 놀이였다.

보름이 가까워지면 연싸움을 하였다. 연싸움은 연을 부딪치거나, 연줄을 서로 부딪쳐 줄이 끊어진 연이 날아가면 싸움은 끝이 났었다. 연 밑에서 서너 발 정도의 연줄에 밥풀을 바르고, 빻은 유리가루를 묻혀 말렸다. 연이 높이 올랐을 때 서로 연줄을 부딪치면 줄이 끊어졌다.

즐겁게 날리며 놀던 연을 보름날 올해의 나쁜 액을 담아서 날려 보내는 풍속도 있었다. 연줄에 가늘고 긴 솜방망이를 달고 불을 붙여 연을 높이 날렸는데, 솜방망이 불이 연줄에 닿으면 줄이 끊어져 연을 멀리 날려 보냈다.

널뛰기는 처녀들과 젊은 여성들이 즐겼던 놀이였다. 연자방아 옆 공터에서 긴 널판자(기름틀의 윗부분 판자. 길이 2.5m, 폭 40cm, 두깨 7cm정도)를 짚단을 묶어 가운데를 괴어 놓고, 양쪽 끝에 한 사람씩 올라서 번갈아 가며 발을 굴러 공중에 높이 솟아 뛰는 놀이다. 이쪽이 내려오며 ‘야!’ 소리치며 힘껏 밟으면, 저쪽은 튀어 오르며 ‘야!’ 소리치고, 저쪽이 내려와 밟으며 ‘야!’, 이쪽이 튀어 오르며 ‘야!’를 외쳤다. 오르고 내릴때 펄럭이는 치맛자락은 정말 보기가 좋았다. 양쪽 사람의 몸무게가 다르면 판 길이로 조절하였다. 처음 뛰며 무서워하는 사람은 양쪽에 서서 손을 잡아 주었다.

50년대 후반에는 우물 옆 공터에 널뛰기판을 설치하고 널뛰기하였다. 누가 널뛰기판을 옆으로 밀었는가? 무거운 널빤지가 옆으로 '획' 돌아가면서 옆에서 놀던 시지 할머니 작은 손녀의 다리를 쳐서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여 고생한 일도 있었다.

대보름달은 남보다 먼저 달을 보는 것이 길하다고 서로 다투어 높은 곳에 올라갔다. 달이 떠오르면 달을 보고 한 해의 소원을 빌었다. 할머니는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 놓고 두 손바닥을 비비며 절을 하며 소원을 빌었고, 아줌마들은 동네 뒤 언덕에 올라서 달 보고 절을 하며 소원을 빌었다.  총각들은 장가들기를, 처녀들은 시집가기를 산에 올라 달을 보며 기원했었다.

쥐 날에 논 밭두렁에 불을 놓아 쥐를 잡고 해충의 알을 죽이는 쥐불놀이를 하였다고 들었으나, 이때는 주로 대보름날 밤에 쥐불놀이를 하였고, 귀신날 낮에 논 밭두렁에 불을 놓으며 쥐불놀이를 하였다.

대보름달. 유병길 기자
대보름달. 유병길 기자

 

둥근 대보름달이 하늘 높이 떠오르면, 아이들은 냇가에서 달집을 태우며 건너 동네 아이들과 불싸움을 하였다. 볏짚을 길게 묶어 불을 붙여 하나씩 들기도 하고, 깡통 밑과 옆에 작은 구멍을 뚫고 입구에는 철사로 끈을 만들어 숯과 마른나무를 짧게 끊어 넣고 불을 붙여 빙빙 돌리면 둥근 불이 여러 개 생겼다. 건너 동네에 위협을 주기 위하여 돌리다가 건너편 동네 쪽으로 던지면 길게 불똥이 떨어지는 장관을 이룬다. 밤이 깊어가면 처녀 총각들이 모여 윷놀이하는 집에서만 간혹 웃음소리가 들릴 뿐 보름날의 동네는 고요와 적막 속으로 빠져들었다.

음력 정월 열엿새 날을 '귀신날'이라 하였다. '귀신날'에는 먼 길을 가지 않았고, 밤에 외출하지 않았다. 아저씨를 따라 화북면 평온리 뒷산에 노루 사냥을 갔었다. 바로 앞의 노루를 보고 엽총을 쐈으나, 불발되어 노루를 잡지 못하였다. 꿩을 보고 또 쐈으나 불발되었다. 주막에서 술을 마시며 아쉬워하였더니, 동네 어른들이 오늘이 '귀신날'이라 큰 사고 안 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하였다.

고무신
평소에 이렇게 두었던 고무신을 귀신날 밤에는 엎어 두었다. 유병길 기자

 

밤에 잠을 잘 때 고무신을 바로 두면 귀신이 신고 간다고 하였다. 고무신의 주인은 불길하거나 죽는다고 신을 엎어두거나, 방안에 들여놓고 잠을 잤다. 귀신이 집에 올까 봐 어린이들은 겁이 났었다.

월별 강우량 예측도 하였다. 30cm정도의 수수깡을 반으로 잘라서 한 조각에 콩 6개를 꼭꼭 박아 놓고 다시 한 조각을 덮고 실로 단단하게 묶어 14일 저녁에 물독 속에 넣었다가 보름날 새벽에 건져보았다. 수수깡 굵은 밑부분 첫 콩은 1~2월, 다음은 3~4월.... 콩이 많이 불은 달에 비가 많이 온다고 믿었다. 3번째 콩이 많이 불으면 5~6월 모내기 철에 비가 많이 와서 제때 모내기할 수 있을 것이라 좋아하던 풍속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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