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어날 추억] (53) 진달래꽃(참꽃) 이야기
[꽃 피어날 추억] (53) 진달래꽃(참꽃) 이야기
  • 유병길 기자
  • 승인 2022.02.18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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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참꽃)은 어린시절(1950~60년대)의 추억의 꽃이다
활짝핀 진달래꽃(참꽃). 유병길 기자

1950~60년대 봉강리(경북 상주시 외서면) 새마의 뒷산에 진달래꽃(참꽃)이 많이 피었다. 산에 소나무 참나무 등 큰 나무가 많으면 진달래 나무 같은 관목들은 잘 보이지 않지만, 뒷산에는 큰 나무가 없었기 때문에 봄만 되면 온통 뒷산은 진달래꽃으로 붉게 물든 꽃동산이었다. 땔감이 부족하여 키가 큰 나무가 없다 보니 관목인 진달래와 산딸기나무가 산을 덮고 있었다. 그래서 진달래꽃 필 때는 붉은 산이 되었고 배가 고픈 아이들은 꽃을 한 줌씩 따서 입에 넣고 씹어 먹으며 배고픔을 달랬고, 중앙의 긴 암술을 잘라서 친구와 암술을 걸고 당겨서 끊어지면 지는 놀이를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꽃이다.

학교 갔다가 집에 올 때는 배가 많이 고팠다. 친구들과 방구머리에 책 보따리 풀어놓고 산으로 올라가서 색깔이 곱고 싱싱한 꽃을 한주먹 따서 먹었다. 꽃이 많이 핀 가지를 꺾어 한 송이 한 송이 송이를 입으로 따 먹기도 하였다. 꽃잎이 입술에 부딪힐 때와 터질 듯이 볼록한 봉오리를 입술로 물고 빨아들일 때 촉감은 좋았다. 입술이 푸르죽죽하도록 많은 꽃잎과 뽀뽀를 하면 배가 불렀다. 꽃잎을 따서 집에 가져오면 밀가루에 버무려 참꽃 전도 부쳐 먹었고,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동그랗게 전을 부칠 때 중앙에 꽃을 놓아 화전도 부쳐 먹었다. 항아리에 꽃과 설탕을 넣고 소주를 부어 참꽃 술을 만들어 어른들은 신경통에 좋다고 먹었다. 그때는 미국의 원조품인 분유를 학교에서 일 년에 몇 번 나누어 주었다. 한두 되씩 보자기에 받아서 집에 가져오다가 어디에 부딪히면 분유 가루가 술술 나왔다.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고, 가루를 입에 넣어 침으로 녹여서 먹기도 하고 반죽하여 밥 위에 쪄서 먹으며 배고픔을 달랬다.

진달래꽃(참꽃)의 봉오리. 유병길 기자

뒷산에 나무가 없다 보니 동네 어른들과 할아버지는 소를 몰고 산골인 너점 한밭까지 나무를 하러 가셨다. 뒷산의 참꽃은 다 졌지만, 울룩불룩한 꽃봉오리와 활짝 핀 참꽃을 소 등에 실은 나무 단에 꽂아 오셨다. 병에 꽂기도 하지만 활짝 핀 꽃은 동생들과 같이 꽃잎을 따 먹었다. 나무하려 가실때는 대나무로 엮어 만든 도시락에 밥을 담아 가셨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봄 뒷산에 오리나무를 사방사업으로 심었다. 점심을 준비하여 괭이를 메고 돈 벌려 다니면서 산에 자라고 있는 삽주(창출 백출) 시호를 캐어 왔다. 참꽃으로 오전과 오후 참을 먹기도 하였다. 진달래꽃 피는 봄은 방구머리에 초등학교 6년의 추억이 남아 있고, 중학교 3년 동안 남적 고갯길에도 추억이 남아 있다.

신경통 약으로 참꽃술을 담기 위하여 상주읍에 살고 있는 위중이, 여동생과 같이 흰 자루를 들고 부흥산에 꽃을 따러 갔었다. 모서지역에서 볼 수 없었던 진달래가 만발하여 붉게 물들인 산을 보며, 감탄하던 천진난만한 그때의 모습은 아름다운 추억이다. 진달래꽃 한 자루로 술을 담아 드셨는데, 진달래술 효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전보다는 많이 좋아지셨다.

민족의 영산인 비슬산에서 ‘비슬산 참꽃 축제’를 하였다. 부녀회, 생활개선회에서 기금 마련을 위하여 떡메치기로 인절미를 만들고, 참꽃을 따다가 화전을 부치고, 찹쌀 동동주를 만들고, 국수를 삶아 팔았고, 참꽃 술을 담가 시음을 하였다. 전국에서 참석한 수많은 사람들이 비슬산 정상 참꽃 군락지에 올라 아름다운 참꽃 속에 묻혀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비슬산(1,083m) 참꽃 개화 시기와 참꽃 축제 일정을 맞춘다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어떤 해는 꽃이 피지 않았고, 어떤 해는 꽃이 거의 진 후에 축제를 할 때도 있었다. 산 정상의 기온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지방화 시대가 문을 열면서 단체장들이 자기 얼굴을 알리는 수단으로 너무나 많은 축제를 개최하여 좋은 점이 있는 반면, 많은 세금을 축내고 있는 형편이었다.

비슬산에서 참꽃을 바라보는 관광객들도 어릴 때와 지난날의 옛 기억들을 더듬어 가슴속에 진달래꽃의 추억도 꽃피워 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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