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를 찾아서⑦ 지자체 공익활동형 ‘폐현수막 재활용’
노인 일자리를 찾아서⑦ 지자체 공익활동형 ‘폐현수막 재활용’
  • 도창종 기자
  • 승인 2021.09.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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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현수막, 이제 더 이상 골칫거리 아니에요”
청소용 공공 마대로 재활용, 새 쓸모 찾다

거리 곳곳에 걸린 수많은 홍보와 각종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홍보 수단인 현수막. 탁월한 가성비로 자랑하는 만큼 현수막은 가장 대중적인 홍보, 광고 수단으로 매년 수십만 장이 거리에 걸리고 있다. 이런 현수막은 우리에게 유익한 정보를 알려 주지만, 홍보, 행사가 끝난 후에 철거된 현수막의 처리는 또 다른 골칫거리로 남는다. 대부분의 현수막들은 오염됐거나, 세척 비용 문제로 재사용이 어렵다. 그래서 속칭 ‘고물상에서도 안 받는’ 물건으로 알려져 있다.

현수막의 제작은 저렴한 합섬과 잉크를 사용해 빠르게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폐현수막은 땅에 묻어도 자연 분해까지 최소 5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러한 적절하지 못한 방식으로 처리될 경우 환경을 오염할 우려가 있다. 전문 업체를 통해 소각될 경우 적잖은 비용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현재로선 연기를 정화할 수 있는 시설에서 소량씩 태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에, 각 지자체에서는 불법 현수막을 정비하며 수거한 폐현수막을 환경 정비용 전용 마대로 제작하고 있다. 헌옷 수거용, 연탄재 수거용, 가을철 낙엽 수거용 등 지역의 환경 정화 용도로 재활용하여, 자원 재활용의 생활화 실천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 현수막을 재활용하여 만든 마대는 기존의 공공용 비닐 쓰레기봉투 보다 찢어질 염려가 없어 이용 면에서도 용이하고, 자원 재활용에 대한 주민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구청, 행정복지센터 에서 수거한 '폐현수막'들이 일자리 작업장에 쌓여있다.
구청, 행정복지센터에서 수거한 '폐현수막'이 일자리 작업장에 쌓여있다.

폐현수막을 청소용 마대로 재탄생시켜 사용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먼저 1회 사용으로 버려지는 폐현수막의 재활용률을 높여 환경오염을 예방할 수 있다. 종량제 봉투 사용으로 인한 비용을 줄여 예산 절감에 도움이 된다. 또한 폐현수막 재활용으로 마대를 제작하는 노인일자리가 창출된다. 이렇게 폐현수막을 재활용하면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재활용(업사이클) 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에서 폐현수막 원단을 써서 지갑, 열쇠고리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수거한 '폐현수막' 을 참여자들이 분류, 마대를 만들고 있다.
'폐현수막 재활용' 참여자들이 폐현수막을 분리, 재단, 포대를 만들고 있다.
'폐현수막 재활용' 참여자들이 폐현수막을 분리하고, 재단하여, 포대로 만들고 있다.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에 4년 째 참여하고 있는 서외조(84) 어르신은 “길거리마다 넘쳐나는 폐현수막들이 노인들의 더딘 솜씨에도 불구하고, 재활용 포대로 변할 때면 일에 대한 기쁨을 느낀다. 더불어 폐현수막 쓰레기 대란을 막을 수 있다는 뜻 깊은 일에 참여하고, 쏠쏠한 용돈도 벌 수 있어 너무 기쁘고 좋다”며 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앞으로 폐현수막을 이용해 노인들이 만든 포대가 깨끗한 거리 환경을 가꾸는데도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단 참여자 김문찬(83) 어르신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 참여를 통해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지원하고, 자원 재활용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는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이 더욱 더 확대 운영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교통지도, 쓰레기 줍기 등 다른 공익형 일자리 작업과 비교해 ‘폐현수막 재활용’ 포대제작은 노인 일자리 창출, 업체의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 및 폐자원재활용 실천방안으로서의 3박자를 고루 만족하는 공익형일자리 사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구 사업장에는 10평 정도의 공간에서 3대의 재봉틀을 가지고, 포대 작업은 먼저 폐현수막 수거, 나무와 끈을 분리, 재단, 재봉 등으로 진행된다. 포대 크기를 소(30cm×50cm)와 중(50cm×85cm)으로 제작한다. 현재는 8명의 공익활동형 참여자들이 교대로 작업하고 있다. 실제로 마대제작은 재봉틀로 직선 박음질 기술만으로 충분한 작업으로 60~80대 노인 일자리로 적합하다.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 참여 노인들은 하루 3시간, 한 달 30시간을 일하며, 활동비를 받는다.

한편, 행정복지센터에서는 불법유통광고물 수거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수막 크기와 관계없이 장당 1,000원을 보상하며, 최대 1인 200장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지역 주민들도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단에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폐현수막 재활용'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 조건은 만 65세 이상의 기초연금수급자 중 근로 능력이 있는 분들이다. 남∙여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구비서류로는 참여 신청서, 주민등록등본, 기초연금수령확인서, 백신접종확인서가 필요하다. 단,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생계 급여를 받거나,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근로 등 다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은 신청할 수 없다. 대상자 모집은 매년 12월 초~1월 중에 각 구청 홈페이지, 현수막 등을 통해 공고한다. 

2018년도 대구 중구청에서는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장바구니를 12,000매 제작해, 중구 관내 슈퍼마켓에 배부했다. 일회용 비닐 봉투는 100년 동안 쓰레기로 남아 환경오염 문제를 심각하게 야기한다. 슈퍼마켓에 폐현수막 재활용 장바구니를 비치해, 장바구니를 소지하지 않은 고객들에게 무료 배부함으로써, 일회용 비닐 봉투 사용을 줄이는 행사를 실시했다.

당시 중구청은 "폐현수막을 활용해 친환경 제품의 마대를 제작함으로써 쓰레기 감량 및 친환경 녹색성장에 기여하고, 연간 마대구입 예산 600만 원 정도를 절약하였으며, 노인일자리 참여자 수를 늘리는데 사용할 수 있게 돼 1석 3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또한 수성구청에서는 2014년부터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으로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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