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를 찾아서⑮- 대구 성서노인종합복지관 공익형 '폐의약품수거사업단'
노인일자리를 찾아서⑮- 대구 성서노인종합복지관 공익형 '폐의약품수거사업단'
  • 도창종 기자
  • 승인 2022.05.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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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속에 오래 넣어 둔 폐의약품은 백해무익
시민, 일반 쓰레기로 배출 일쑤... 환경오염,생태계 교란 등 우려

A 씨는 얼마 전 청소를 하면서 집안 구석 구석에 있던 각종 처방약과 건강기능식품들을 발견했다. 평소 몸이 허약해 잦은 질병으로 병원을 자주 찾은 A 씨가 그때마다 먹고 남은 약들이었다. 나중에 아플 때 먹을까 생각했지만 오래된 약들로 청소하는 김에 다 버려야겠다는 생각인데, 많은 처방약과 건강기능식품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폐의약품'은 일반 가정 및 그 밖의 장소에서 유효기간 경과, 변질, 부패 등으로 인해 사용할 수 없는 의약품을 말하는데, 폐의약품은 '생활유해폐기물'로 분류돼 별도의 전용 수거함을 통해 수거한 후 반드시 소각하도록 하고 있어,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아파트 폐약품 수거가 그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냄새가 나고 액체 약물이 터져 보관상태가 엉망인 '폐의약품'은 가정에서도 골치다. 가정마다 폐의약품의 양도 일정하지 않고, 정기적인 수거일이 정해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먹다 남은 약을 화장실 변기나 싱크대 등에 버리거나, 땅에 묻을 경우 '폐의약품'이 강, 토양 등으로 흘러들어가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에 폐의약품에 대한 홍보와 친환경에 필요한 올바른 폐의약품 수거, 분리배출 및 처리 과정, 수거 시 주의사항 등 안전교육을 받고, 폐의약품 수거하는 어르신들이 있다.

'폐의약품수거사업단’이 그들이다. 이 어르신들은 대구 성서노인종합복지관 공익형 노인일자리 참여자들로 이들은 가정에서 보관 중이지만, 유효기간이 지나 사용할 수 없는 약품,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품이지만 증세가 호전돼 더 이상 복용하지 않는 약품, 유통기한이 지난 건강보조기능식품 등을 주민들이 아파트에 비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배출한 폐의약품 을 수거, 알약, 가루약, 연고, 물약 등을 분류한 후 복지관에 전달, 안전하게 지자체에서 소각 처리하도록 하는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참여자들이 폐의약품들을 알약, 연고, 물약 등을 분류하고 있다.
참여자들이 폐의약품들을 알약, 연고, 물약 등을 분류하고 있다.

'폐의약품수거사업단' 참여자들은 60명인데, 10명씩 1조를 이뤄 복지관 인근 신당동, 이곡동, 용산동 일대 아파트 30여 곳을 다니며 활동한다.

한 달 폐의약품 수거량은 70~100kg 정도, 활동 시간은 1월~5월은 오후 1~4시, 6월~11월은 오전 9~12시까지다.

참여자들에게 일하면서 보람이 있다면 무엇인가 하고 물었다.

방성훈(68) 팀장은 "가정에 장기간 방치해 둔 약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무분별한 폐의약품 배출로 인한 환경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처음 폐의약품 분리수거함을 설치해놨을 때에 비해, 이용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순자(81) 씨는 "폐의약품 수거, 친환경지킴이로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한다. 폐의약품 배출에 주민 모두가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했다.

우상문(86) 씨는 “주민들이 폐의약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몰라 묵은 약들을 집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며 “별도 수거함이 없어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경우도 잦다, 약을 버리실 때 전용 수거함을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파트에 사는 주민 B 씨는 "이제는 아파트에 폐의약품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알고, 수거함으로 가져오시는 주민들이 점차 많아졌고, 어르신들도 못 먹는 약이라면서 수거함에 가져오시곤 하는데 참 고맙다"고 말했다.

​신중근 성서노인종합복지관 공익형 노인일자리 담당 사회복지사는 "적은 양이라도 약품 성분은 자연환경에 심각한 오염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거나 유통기한이 경과한 의약품은 반드시 아파트 지정된 수거함에 버려, 참여자 어르신들이 수거 후 행정복지센터, 구청에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고 부탁한다.

지난 2015년 5월 대구 달서구 선원로 203(용산동)에 개관한 성서노인종합복지관(관장 조재경)은 사회복지법인 상록수재단(대표 김후남)이 달서구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어르신, 활기찬 노후 문화 창달로 어르신이 살기 좋은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복지관을 만들자'라는 구호 아래 건강한 노인문화 구현, 창조 실버세대 구현, 더불어 함께하는 공동체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성서노인종합복지관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일을 하고자 희망하는 노인들에게 일자리 창출 및 소득을 제공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 및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복지관에는 공익형 노인일자리 '폐의약품수거사업단' 외 6개 사업단에서 450명의 노인들이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공익형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11개월 동안 일할 수 있다. 모집은 매년 12월 초에 현수막, 홈페이지에 공고하며, 1일 3시간, 주 2~3회, 월 10회 총 30시간 일을 하며, 활동비를 받는다. 성서노인종합복지관 문의 053-721-8081~3

한편 대구시는 현재 보건소, 약국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폐의약품 분리배출을 2021년 8월부터 행정복지센터를 통해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분리배출 대상은 복용 기한이 지나거나 변질, 부패 등으로 인해 복용할 수 없는 약 등이다. '폐의약품'은 10여 년 전부터 약국·보건소를 통해 배출하도록 했지만 배출 불편,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2018년을 정점으로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시는 지역 141개 행정복지센터로 배출 장소를 확대해 무분별한 배출로 인한 환경 오염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폐의약품수거사업단'  참여자들이 폐의약품 수거하기 전 각오를 다지고 있다
'폐의약품수거사업단' 참여자들이 폐의약품 수거하기 전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성서노인종합복지관 공익일자리 '폐의약품수거사업단' 참여자들이 사회복지사와  파이팅을 하고 있다.
성서노인종합복지관 공익일자리 '폐의약품수거사업단' 참여자들이 사회복지사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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