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를 찾아서⑪ 중구노인복지관 공익형 일자리 ‘전기충전소 지킴이'
노인일자리를 찾아서⑪ 중구노인복지관 공익형 일자리 ‘전기충전소 지킴이'
  • 도창종 기자
  • 승인 2021.12.13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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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이 있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함께하는마음재단이 운영하는
중구노인복지관의 즐거운 노후, 생산적 노후, 안정적 노후, 창조적 노후

12월 초 찬 바람이 부는 오전 10시경, 대구 중구 대봉2동 행정복지센터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에 직장인 ㄱ 씨가 전기차를 충전하려고 들어왔다. 그러자 두툼한 방한복에 청색 조끼를 입고 쓰레받기, 걸레, 집개, 빗자루를 든 두 명의 노인이 먼저 충전소 내 주차구역으로 안내한다. 그 다음에는 다른 차가 충전로를 가로막아 충전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충전 중’ 팻말을 설치한다. ㄱ 씨가 전기차를 충전하는 동안 충전소 주변 구석구석 버려진 휴지, 담배꽁초, 빈 담뱃갑, 플라스틱 생수통, 낙엽, 오물 등 잡다한 쓰레기들을 쓰레받기에 모아 비닐 포대에 담는다. 끝으로 충전기를 소독한다. 노인의 활동을 지켜본 ㄱ 씨는 "어르신들이 충전기를 깨끗하게 관리하고, 소독도 철저하게 해주신다. 그래서 전기차 충전하러 올 때마다 아주 고마운 마음이 들고, 기분이 대단히 좋다"라고 말하며 밝게 웃는다.

대구의 전기차 보급현황은 2014년 14대에서 2020년 6월까지 6,802대를 기록해 매년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구환경공단에 따르면 현재 대구지역 전기차 충전소는 198개소가 있다. 중구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 11개소 중에서 7개 충전소에 주변 정리, 시설관리, 정화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노인들이 있다. 덕분에 대구 중구 7개 충전소 주변이 청결하고, 정돈이 잘 되어 있다. 이외에 충전소 내 불법 주차 문제도 해결되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 충전소가 효율적으로 관리되는 것은 중구노인복지관 공익활동형 노인 일자리 사업 덕분이다. 중구노인복지관(관장 김창규)에서 공익형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전기충전소 지킴이를 운영하고 있다. 전기충전소 지킴이는 만 65세 이상으로 코로나19 감염증 백신 접종을 마친 5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기충전소 지킴이 참여자는 복지관으로부터 전기차 충전소 관리를 위한 안전교육, 겨울철 어르신 골절사고 예방교육, 코로나19 감염병 예방교육을 받는다. 또한, 전기차 충전소 주변 시설물 파손 여부, 전기차 충전기 케이블 고정 장치 손상 여부 등 확인, 충전기 화면 작동상태 확인, 충전소 주변 환경정리, 시설물 소독, 전기차 외 불법주차 차량 이동 계도 등에 관한 간단한 소양교육도 받는다. 전기충전소 지킴이 7개 충전소(남산2동, 남산3동, 남산4동, 대봉2동, 대신동, 동인동, 삼덕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오전과 오후에 각 2명씩 조를 이뤄 하루 3시간씩, 주 2~3회 근무한다.

중구노인복지관 '전기충전소 지킴이' 일자리 참여자 들이 충전소 주변을 청소,소독을 하고 있다.
중구노인복지관 '전기충전소 지킴이' 가 충전소 주변을 청소하고, 소독한다.
전기차 충전소를 찾은 시민이 차량에 전기를 충전 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를 찾은 시민이 차량에 전기를 충전하고 있다.

전기충전소 소화기를 점검하고 있던, 3년째 일자리 참여자 김점분(70) 씨는 "집에만 있을 때는 건강이 안 좋아 병원에 자주 다녔어요. 그런데 일을 하게 되니까, 건강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근무하니 무료함도 달랠 수 있어 좋습니다. 일자리 참여 수당이 넉넉하지는 않아도 생활에 보탬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참여해 근무하고 있는 장봉희(72)) 씨는 “집에 있다 보니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우울할 때가 많았어요. 일주일에 2~3번 출근해 충전소 주변 청소, 쓰레기 치우기 등으로 소일하니 운동도 됩니다. 또 밖에 나와 사람들도 만나니 사는 기분이 듭니다”라며 노인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하였다.

또 다른 참여자는 "저는 동료들과 충전소 주변 정리 정돈 및 충전기 이상 유무 등을 관리합니다. 내가 하는 작은 일로 누군가는 즐겁고 편리하게 이용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낌니다“ 라고 하고 환하게 웃는다.

 

중구노인복지관 전기충전소 지킴이 담당 사회복지사 김효진 씨는 공익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어르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어르신들을 위한 가장 큰 복지는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일하고 받는 활동비다. 그렇기는 하여도 어르신들에게는 젊은이들과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소일거리다. 돈만 있다고 해서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어르신들이 시간을 무기력하게 보내기보다는 일하면서 보람과 책임감을 느끼는 노인일자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중구노인복지관은 사회복지법인 함께하는마음재단(대표이사 금고지도 스님)에서 운영하고 있다. 함께하는마음재단은 부처님의 자비 사상을 바탕으로 노인복지, 자활복지, 지역복지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재단에서는 장애인·노인·청소년·아동 등 소외된 계층뿐만 아니라 모든 이가 행복한 삶을 열어 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복지 활동을 시행하고 있으며. 1997년부터 지역복지 사업을 펼쳐왔다. 현재 대구 남구종합사회복지관, 범물노인복지관, 중구노인복지관, 노인복지시설, 자활센터, 남구 시니어클럽, 수성구 시니어클럽, 다문화 사업 등 23개의 산하 시설을 운영하는 종합적 지역 사회복지법인이다.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기금 마련을 위해 1997년부터 해마다 하루 찻집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함께하는마음재단은 2017년 대구 중구청에서 시행한 노인복지 사업 수행능력 종합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아 중구노인복지관을 위탁 운영할 법인으로 선정됐다. 위탁 기간은 2018년 1월부터 5년 동안이다.

즐거운 노후, 생산적 노후, 안정적 노후, 창조적 노후가 사업 목표인 대구 중구노인복지관은 옛 중구 보건소 자리(태평로 45)에서 2018년 1월 1일에 개관, 지하 1층과 지상 6층 규모 건물로 1층에서 3층까지는 중구보건소, 4층에서 6층까지는 중구노인복지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

중구노인복지관에는 노인을 위한 다양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이 있고, 건강증진과 여가활동 증진을 위한 다양한 시설도 있다. 또한 중구노인복지관은 노인들을 위한 공익형 일자리 4개 사업, 사회서비스형 5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공익형 일자리 사업에 446명의 노인이 참여하고 있고,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에는 115명이 참여하고 있다. 복지관은 2020년 치매 극복의 날 유공자 정부포상에서 치매 극복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전기충전소 지킴이' 참여자와 복지관 사회복지사와 함께 파이팅을 하고있다.
'전기충전소 지킴이'와 복지관 사회복지사와 함께 파이팅하고 있다.
'전기충전소 지킴이' 참여자들이  전기차충전소 앞에서  파이팅을 하고있다.
'전기충전소 지킴이'가 전기차충전소 앞에서 파이팅하고 있다.

공익형 노인 일자리 모집은 매년 12월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참여 대상자는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로, 코로나19 감염증 백신을 접종받은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신청 기간 내에 중구노인복지관을 방문해 신청해야 한다. 참여자 활동 조건은 주 2~3회, 1일 3시간, 월 30시간, 11개월 일하고 활동비를 받는다. 중구노인복지관 문의 (053) 257-2577

사회복지사 김효진 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중구노인복지관은 겨울철 건강 및 안전사고 예방 교육 내용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반복‧강조하고 점검해 어르신 안전사고 예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민들도 추운 겨울에 일하시는 어르신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격려해 주면 좋겠다"

한편 대구시는 전기차 충전소 안에 일반 차량 주차를 막기 위해 바닥 도색, 현수막 게시, 안내표지판 설치 등 시설물을 보강해 일반 차량이 주차하지 않도록 홍보하고 있다. 그 결과 일반 차량의 주차는 많이 감소하였다. 그러나 일부 얌체 주차가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18년부터 환경친화적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충전시설의 충전 구역에 주차를 금지하고, 위반 시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외에 충전시설 및 충전 구역에 물건을 쌓거나 통행로를 가로막는 등 충전을 방해하는 행위에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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