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을 위한 날이 많다. 또한 가정의 중요성과 함께 건강한 가정을 위해 1993년부터 UN총회에서도 5월 15일을 ‘세계 가정의 날’로 정했다. 그런데 가정을 구성하는 구심점은 당연히 효(孝)정신이다. 따라서 예로부터 효(孝)에 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지만 인생살이와 가장 닮은 하나를 든다면 반포지효(反哺之孝)를 들고 싶다.
반포지효는 고대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로, 알에서 깬 새끼가 자라서 어미에게 먹이를 되갚음 하는 까마귀의 행동을 빗대어 자식이 성장하여 부모를 봉양하고 효도하는 것에 비유된다. 까마귀는 알에서 새끼가 깨면 60일 동안 먹이를 물어다가 먹여가며 키우는데 그 까마귀가 자라면 힘에 부치는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아다가 주어 길러준 은혜에 보답한다. 이는 우리 인생살이와 너무 닮았다.
효(孝)는 부모와 자식 간의 깊은 유대와 함께 무한한 사랑과 책임감을 가진다. 따라서 개인의 도덕적, 윤리적 행동의 기준이 되며 가족 간의 연대감과 사회적 안정성을 증진하고 상호 의존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윤리 기준이다. 그래서 부모님의 생각과 필요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실질적으로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여 부모님을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이 진정한 자식의 도리요 효도이다. 이는 개인이 가족 내에서 그리고 나아가 사회에서 책임감 있는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로 반포지효의 정신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은 개인의 도덕적 성숙과 사회적 조화를 위한 필수적 도리이다.
그런데 사회가 산업화, 정보화되면서 농경 사회에 기초한 대가족의 가정 모습이 사라졌다. 핵가족으로 가족관계가 약화되고 혼족 문화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애완 동식물이 가족을 대신하는가 하면 흩어진 가족들의 만남도 1년에 1~2회 정도로 명절 때의 만남이 대표적이다. 서로 떨어져서 살게 되고 보니 ‘눈에서 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가족 간의 유대와 결속력이 약화되어,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가운 모습이 되어 버렸다. 가족 의식도 부부관계가 중심이 되는 핵가족관계로 부부간의 애정과 정서가 중요시되며 윗세대인 부모의 존재보다 자식이 소중하다. 개인주의와 여성의 사회활동은 가부장적 가정의 기본 틀을 바꾸었고 나이 중심 수직질서가 개인행복우선의 수평질서로, 가족은 있으나 가정이 사라졌다. 부모봉양도 가족이 아닌 국가 사회가 상당부분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노년세대는 부모에게 효도한 마지막세대요 자식에게 버림받는 첫 세대로 빈 둥지 가정을 지키며 경로당에서부터 요양시설을 거쳐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이제 가족이나 가정에 관한 생각도 바꿔야 할 때이다.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주인공으로 내가 있고 세상이 있는 것이니 세상만사 내가 중심에 있다. 그리고 부모의 자리는 보상을 바라지 않는 헌신적 사랑으로 모든 것을 수용해야 한다. 자식들이 소홀히 한다고 노여워 할 수도 없다. 자식들도 각기 자신을 위한 삶이 있음을 알아야한다. 이제 노년세대가 가족 위에 군림하며 부양받을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을 재조명해 볼 때다. 자녀의 삶과 부모의 삶이 엄연히 다름을 알고 부모 자식 간의 관계와 효(孝) 개념을 현 시대에 맞추는 새로운 의식의 변화와 자립정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