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투표’ 바디랭귀지
(55) ‘투표’ 바디랭귀지
  • 조신호 기자
  • 승인 2020.04.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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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월 5일에 종료하려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간 연장하기로 했다. 코로나19의 집단감염이 중단되지 않고, 신규 확진자 수가 뚜렷하게 감소하지 않는 등 여전히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밝혔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제 21대 국회의원 총선이 4월 15일로 점점 다가오고 있다.
투표의 투(投) 자는 문맥에 따라서 ‘①던지다. ②뛰어들다. 가담하다. 합치다. ③의탁(지)하다. ④주다. 받아들이다. ⑤임하다. 이르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투(投)의 공통성, 즉 의미 원형(原型, prototype)은 ‘사물이나 사람의 위치 이동’이다.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가 기표한 용지를 지정 된 함(函) 속에 넣는(합치는) 위치 이동 행동이 투표이다. 
그런데 언어학적으로 보면, 투표는 일종의 신체어, 바디랭귀지(body language)이다. 바디랭귀지는 ‘음성 언어 또는 문자 언어에 의하지 않고 몸짓이나 손짓, 표정 등 신체의 동작으로 의사나 감정을 표현, 전달하는 행위’이므로 그러하다. 말과 글이 아니라,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어 의사 표시하는 특이한 바디행귀지이다. 그리고, 투표 바디랭귀지는 악수, 손짓, 미소 등의 일반적인 것과 다른 점이 있다.
첫째로, 투표 바디랭귀지는 개별적인 행위이지만 유권자라는 다수의 화자(話者)와 입후보자들을 포함한 전 국민이라는 불특정 다수의 청자(廳者) 사이에 간접적인 관계로 형성된다. 그리고 투표에는 악수처럼 현장에서 즉시 의미가 전달되는 일대일의 바디행귀지와는 다른 변수가 포함되어 있다.   
둘째로, 투표 바디랭귀지의 간접성에는 공간 이동과 시간 지연이 개입되어 있다. 투표는  마감 후, 개표 장소로 이동, 개표가 끝날 때까지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그리고 투표는 개별적인 의사 표시인데도 구역별 집단적인 결과로 판명된다. 그러므로 내가 쏜 화살이 과녁에 적중할 지 빗나갈 지 알 수 없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 없는 미지수 상황에 개입하는 것이 투표라는 바디랭귀지이다. 
셋째로, 투표 바디랭귀지는 사적인 행동이면서 공적인 결과와 영향력을 가진다. 개표 과정에 각 정당의 참관인들이 감시하지만, 집계 과정에서 조작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재개표 소동이 일어나고, 소송까지 가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의사 표시가 집단화되는 과정에 부정 선거로 낙인찍히는 소동에서 전 국민의 공적인 관심으로 확대된다. 그리고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이다.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된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준연동형 비례제라는 계산이 포함된 복잡한 제도가 시행된다. 유권자가 지지하는 국회의원 한 사람을 찍고, 지지하는 정당도 선택한다. 개표 결과 지역구 의원의 당락은 알 수 있지만, 정당 지지 결과 누가 비례대표 의원으로 선출될 지 좀 더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다. 준연동형 비례제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안개 속에 들어가는 것 같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분명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방법이다. 이 방법은 투표가 화자(話者)와 청자(廳者)의 간접적인 관계로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특이성을 적절하게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의사 표시 결과가 장소 이동, 그리고 시간 지연이라는 특수한 변수가 개입되는 점을 이용하여 그 유동성을 최대한 적용한 제도라고 생각된다. 분야별 전문가를 국회에 입성시킨다는 비례대표 제도를 제대로 살려내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지, 아니면 각 정당의 욕심 채우기에 머물게 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하면, 4·15 총선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27일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 의사를 밝힌 정당은 총 38개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는 51.9㎝로 될 것이다. 그러므로 비례대표 선거 개표는 기존의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할 수 없어서 수작업을 해야 할 입장이다. 2002년 이후 18년 만에 수개표라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이러 하니, 투표도 개표도 혼란이다. 이 혼란이 또 다른 혼란을 가져와서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되기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치가들이 선거법을 개정할 때 그 목적을 오직 조국의 발전에 두어야 한다. 그들이 당리당략에 눈이 어두워질수록 조국의 앞날이 어두워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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