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또 다른 나의 이름은?
(47) 또 다른 나의 이름은?
  • 조신호 기자
  • 승인 2020.02.10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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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춤을(Dances With Wolves, 1990》은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등 7개 부문에서 수상한 명작이다.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과 주연을 겸한 이 영화는 미국 남북전쟁 중 1863년, 테네시 주의 ‘성 데이비드 평원(St. David's Field)’ 전투에 참전했던 북군 소속 존 던바 중위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전투 중에 총상을 입고 야전병원에서 다리를 절단 당하려는 상황에 처했다. 간신히 탈출하여 혼자서 (죽으려고) 남군의 진영으로 말을 타고 달려가서 적군을 교란시켰다. 그 결과 북군의 사기를 크게 충전시키며 졸지에 전쟁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인디언이 출몰하는 서부 캔자스 주 외딴 개척지 ‘세지윅(sedgwick)” 요새로 자원해서 가게 되었다.

도착해 보니, 황량한 대지에 작은 집 한 채가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외롭게 후속 기병대를 기다렸으나, 아무 연락도 없었다. 던바 중위는 일지를 계속 기록해 나가면서, 전쟁의 혼란을 잠시 잊고 자연주의 철학자처럼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을 관찰하며 노동과 명상의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에게 유일한 벗이라고는 타고 온 말 한 필과 가끔 문 앞에 찾아와 경계의 눈빛으로 어슬렁거리는 늑대 한 마리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우족(Sioux)’ 인디언과 마주했다. 처음에는 적대적이었으나 수우족 제사장 ‘머리에 바람이 분다’와 점차 친해졌다. 특히 식량이 부족한 그들에게 버팔로의 출현을 알려주고 그 사냥에도 참여했다. 그러자 인디언들이 그를 ‘늑대와 춤을 춘다’ 라고 불렀다. 그는 어릴 때 난폭한 '포니족'에게 부모를 잃고 수우족 마을에서 성장한 백인 여인 ‘주먹 쥐고 일어선다’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던바 중위는 북군 장교가 아닌 ‘늑대와 춤을 춘다’라는 인디언으로 거듭 태어났고, 대자연의 미세한 변화와 아름답고 순수한 생명과의 교감을 통해 문명사회에서 느끼지 못했던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된다.

여기서 필자기 주목하는 점은 자연과 교감하는 삶이 반영된 수우족의 이름이다. 이 영화를 수우족 인디언의 시각으로 보면, ‘늑대로 춤을(Dances With Wolves)’이라는 영화 제목은 ‘늑대와 춤을 춘다’ 라고 번역해야 옳다. 그리고 ‘주먹 쥐고 일어서(Stands With A Fist)’는 ‘주먹 쥐고 일어선다’로 '머리에 부는 바람(Wind In His Hair)'은 ‘머리에 부는 바람이 분다’ 라고 해야 한다. 수우족의 일상생활을 보면, 그들의 이름은 명사형 어구가 아니라, 서술형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영화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라고 해서, 우리들의 방식으로 명사구로 ‘늑대와 춤을’ 이라고 하면, 정지 화면처럼 역동성이 없어진다. ‘늑대와 춤을 춘다’ 라는 문장에는 대자연 속에 활동하는 한 사람의 연속 동작으로 되살아난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이름은 여행 가방에 붙이는 꼬리표, 가나다 순으로 정리된 출석부 같은 단순한 구별 요소에 불과하다. ‘한 사람의 독특한 특징이 반영된 이름’이 아니다. ‘늑대와 춤을 춘다’와 ‘주먹을 쥐고 일어선다’ 라는 수우족들의 이름에는 그 사람의 행동을 역동적으로 나타내는 의미가 들어있다.

묘하게도 요즈음 우리 주변에 상호를 ‘명사’에서 ‘명사구’로, 나아가서 ‘문장’으로 작명하는 분들이 있다. ‘육수로 오래된 집’,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서 ‘이쁜 찐빵 놀란 만두하지’(분식집) ‘고칠래요 마출래요’(수선집), ‘밥을 짓는다.'(퓨전 한식집), ‘난초꽃 피다’(안과) 등이 그 실례이다. ‘난초꽃 피다’는 맑고 선명하고 시각적인 이미지에 향기를 불러오는 시적 감성으로 다가 온다. 수우족의 작명 방식으로 ‘내 삶의 독특함이 들어있는’ 또 다른 나의 자연 친화적인 이름은 무엇인가? 단순한 별명이 아니라, 자연 속에 살아있는 그런 이름을 짓고, 이름처럼 자연 친화적으로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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