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언어적 거리두기(language distancing)
(60) 언어적 거리두기(language distancing)
  • 조신호 기자
  • 승인 2020.05.12 1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어적 거리두기는 넉넉한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동양화처럼 살려는 노력이다.
pixabay
pixabay

 

2020년 봄, 한반도 남쪽에 살고 있는 동시대(同時代)인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경험했다. 이를 통해서, 팬데믹(pandemic)의 바이러스 전쟁에서 방역 모범적인 국가가 되었다. 이를 통해서, 우리 사회는 한 단계 성장하는 경험과 새로운 성찰과 실천이라는 과제를 얻게 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언어적 거리두기’(language distancing)’ 운동이다.

이 운동의 필요성은 코로나 전쟁 도중에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대구 경북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한창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서울에서 어떤 사람이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정치적으로 편향된 막말로 비난을 하자, 온라인상에 망국적인 댓글이 난무한 적이 있었다.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정신 순화를 위한 언어적 거리두기가 동시에 시행되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촌극(寸劇)이었다.

언어적 거리두기는 첫째로, ‘경청과 공감’이라는 정신 순화 운동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대체로 언행(言行)이 급하다. 빨리빨리 국민들에게 부족한 덕목이 ‘경청과 공감’이다. 상대편의 말과 글을 잘 듣고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며 상대편을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빠르게 내 입장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많다. 공감하지 않으니 칭찬도 격려도 감사하는 마음도 없다. 그리고 나와 조금만 ‘다르면 틀렸다.’고, 심지어는 악(惡) 단정해 버린다. 그러니,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춘다.’ 라는 평범한 진리도 없다.

특히 이념적, 지역적으로 다를 경우, 모든 것을 나의 이념과 입장으로 듣고, 이해하고 공격적인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런 경향은 국회 청문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걸 생중계하면서 모든 시청자들에게 강화 학습 효과를 높이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서, 우리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언어적 거리두기 실천이 필요하다. 경청과 공감은 상대편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것이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의 의무이며,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道)임을 의미한다. 나의 말 한 마디가 상대편에게, 나아가서 우리 사회에 평화와 기쁨의 행복바이러스를 심는 언어를 정화가 언어적 거리두기이다.

둘째로, 언어적 거리두기에 중요한 것은 말과 글의 대홍수를 초래하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이라는 첨단 매개체와 거리두기, 즉 '말과 글의 절제'이다. 현대인들의 필수품, 휴대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젊은이들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심리적인 혼돈 상태에 이른다고 하니, 거의 중독 수준에 달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은 물론 7, 80대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남녀노소가 날마다 카톡과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유용한 정보와 자료가 많아서 편리하고 도움이 되는 동시에, 우리들의 일상생활을 병들게 하는 독소가 많은 포함되어있다.

그야 말로,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대홍수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SNS는 온라인상에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 이를 통해서 관심사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구축해주는 역할을 한다. 유튜브는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는 유용한 매체 통로(tube)이며 막강한 개인 방송 매체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들을 통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동시 다발적으로 언어의 홍수 사태, 그 과도성이다.

그 편리함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사실을 왜곡한 가짜 뉴스, 출처 불명의 조잡한 글, 사진, 동영상들이 수시로 오고가고 있다. 최근에 폭탄 돌리기 식의 저질 동영상들이 마구잡이로 오고가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에 제발 그런 가짜 자료를 보내지 말라고 몇몇 지인들에게 정중히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악성 언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아무 소용이 없다. 오늘도 출처 불명의 저질 동영상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이런 ‘언어 쓰레기’가 온라인 현관 앞에 넘쳐나면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더우기 듣기도 거북한 범죄로 법정 구속에 이르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현대인들은 일상적인 대화(오프라인)에 무제한 증폭된 가상세계(온라인) 언어 폭주에 살고 있다. 부지불식간에 ‘언어의 대홍수’에 내 자신이 떠내려 가고 있다. 그 탁류 속에 여러 가지 바이러스, 즉 악성 언어 세균들이 가득하다. ‘언어 바이러스는 몸은 살아있으나 정신은 죽은 사람으로 만드는 무서운 감염을 일으킨다.’ 그래서 ‘언어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언어적 거리두기는 넉넉한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동양화처럼 살려는 노력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몸과 마음이 모두 살아있는 사람으로 건강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