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여름 생활] 다시 써보는 농촌 일기
[슬기로운 여름 생활] 다시 써보는 농촌 일기
  • 유병길 기자
  • 승인 2023.06.29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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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강 팜스테이 내 체험학습 '두부 만들기'
혼합물 분리 과정 학습의 場
콩물로 두부 만들자...와! 감탄 연발
지게· 호미...농기구 전시실도
두부 만들기 체험에 나선 어린이들. 봉강 팜스테이 농장 제공
두부 만들기 체험에 나선 어린이들. 봉강 팜스테이 농장 제공

50여 년 객지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은 언제나 농촌 고향에 있었다. 내 마음의 고향이 그리웠다. 가족한테 휴가를 얻어 캠핑 장비를 챙겨 무작정 고향마을에 갔다. 연세가 많은 몇 분만 알고 젊은 사람들은 모른다. 먼 친척 조카가 감 농사를 하고 있어 찾아갔다. 곶감 건조장과 연결된 방을 내주었다.  봉강 팜스테이 농장을 처음 찾아가서, 김광식 농장장을 만나 팜스테이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봉강 팜스테이 농장은 2013년 농촌진흥청의 엄격한 품질인증 심사를 거쳐 교육농장으로 선정되었다. 보면서 배우고 만지면서 익히는 창의력과 인성 교육의 전당으로, 교실에서 배웠던 학습 내용을 현장 체험 학습을 통해 이해를 돕고 창의력발달에 도움이 되는 학습장”이라 얘기했다.

2015~17년에 미니사과 루비에스, 알프스오토메, 미니 부사 등을 3천여 평에 심었다.

루비에스는 수확시기가 8월 하순이고, 무게는 86g 정도. 알프스오토메는 9월 하순에 수확하고 25~50g 정도라고 한다.

특히 봉강 팜스테이 농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두부 만들기 체험 학습’은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 혼합물 분리 단원에 등재된 내용으로, 현장 체험 학습을 통해 직접 혼합물이 분리되는 과정과 두부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알 수 있다. 20명 이상 신청하여야 하고, 1인당 2만원이다

두부 만들기 체험

12시간 정도 콩을 물에 불려 놓았다가 콩을 넣으며 맷돌을 돌리면, 하얀 콩물이 나온다. 콩물을 솥에 넣어 끓여, 보자기에 넣고 눌러 흰 콩물을 받았다. 다 짜고 보자기에 남은 찌꺼기가 비지다. 콩물(단백질과 물의 혼합물)을 끓여 간수를 넣으니, 물과 단백질이 분리되며 단백질이 멍울멍울 응고되는 것을 보며 아이들이 감탄한다. 컵에 나누어 순두부 맛을 보았다. 순두부를 두부 틀에 넣고 뚜껑을 닫고 눌러 물기를 빼면 두부가 된다. 체험 시간은 2시간 정도다. 두부를 잘라서 작은 통에 담고 포장하여 선물로 주었다. 두부 만들기 체험이 끝나면 농기계 전시실 관람을 한다. 시간이 될 때는 트랙터를 타는 체험도 할 수 있다.

50년대 동네에는 두부를 만들어서 파는 두붓집이 있었다. 큰 맷돌에서 콩을 갈고 콩물을 가마솥에 넣고 끓여 자루에 넣고 짜고 가마솥에 넣고 다시 끓으면 간수를 넣었다. 단백질이 응고되면 순두부가 되었다. 나무로 된 사각 두부 틀에 보자기를 펴고 순두부를 퍼붓고 나무 뚜껑을 덮고 돌을 눌려 물기가 빠지면 두부가 되는 것을 보고 자랐다. 솥에서 순두부를 다 퍼내고 나면 솥 바닥에 누룽지가 눌어 있었다. 쇠 주걱으로 밀면 노랗게 된 누룽지가 일어났다. 누룽지 한 조각을 얻어먹으려고, 아이 어른들이 기다리다 얻어먹은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농기계 전시실에서 만난 옛 기억

봉강 팜스테이 농장에는 농기계 전시실이 있었다. 30여 평의 전시실에는 수많은 종류의 옛날 농기구가 전시되어 있어서 하나하나 볼 때마다 가슴이 떨렸다. 첫째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지게였다, 여인들의 등에 아기가 있었다면 남자들의 등에는 지게가 항상 붙어 있었다. 물건을 운반하는데 필수품이었다. 허락받고 지게를 져 보니 뒷산에서 나무를 해오던 일, 앞 논의 볏단을 지고 오던 일 등 옛날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50~60년대에는 6월에 초벌 논매기, 7월은 두벌 논매기로 무척 바쁜 시기였다. 호미로 논매기하다가, 50년대 후반 줄 모내기가 시작되면서 논매기 기계가 보급되었다. 가을 벼 수확시기에 낫으로 벼를 베어 족답식 탈곡기로 탈곡했다.

그때 농장을 견학 온 사람들이 전시실에 들어왔다. 한 어른이 농기구들을 일일이 만지며 힘들었던 옛날을 회상하며 “그때 어떻게 일하며 살았는지 꿈만 같다” 하며, 옛 기억을 더듬는다.

길옥균 대표가 진행하는 여왕벌 제거하고 벌통 관찰하기.
길옥균 대표가 진행하는 여왕벌 제거하고 벌통 관찰하기.

양봉농가에서 여왕벌 갈이 작업을

옛날의 여왕벌은 폐위될 때까지 영원한 권력을 누렸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여왕벌은 2년 차가 되면 산란율이 떨어져서 1년이 지난 여왕벌을 강제로 제거하는 왕 갈이 작업을 하여 새 여왕벌을 모신다. 여왕벌을 제거하면 불안감을 느낀 일벌들은 왕대를 많이 만들지만, 하나만 남기고 제거하고 왕유(로열젤리)를 먹이면 빠르게 성장한다. 13일 정도 되면 여왕벌로 부화한다. 부화 후 7일이면 교미를 하고 2~3일 후부터 산란을 시작한다. 20여 일 산란 공백 기간이 생기면 벌통이 비게 된다. 산란의 공백을 줄이려고 다른 곳에서 키운 새 여왕벌을 벌통에 넣으면 자기들이 키운 여왕벌이 아니라며 일벌들이 여왕벌을 물어 죽이게 된다.

자연 분봉 시에는 새 여왕벌이 태어나면 어미 여왕벌이 어느 정도 일벌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나뭇가지에 붙으면 주인이 벌통에 받아 분봉한다. 요즘 벌들이 사라지는 원인을 진드기 피해로 보고 있다. 진드기 해충 방제를 위하여 벌통 앞에 제초제를 살포하고 진드기 발생이 줄며, 벌의 개체 수는 늘었다.

3일 동안 도심을 벗어나 농촌 체험으로 여유를 즐겼다. 낮에는 덥지만, 밤에는 서늘하여 좋은데 불청객인 모기가 귀찮게 한다. 쑥을 베어다가 모깃불을 피워놓고 조카와 막걸릿잔을 기울인다. 어린 시절 멍석 가에 모깃불 피워놓고 감자를 구워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동생들과 같이 먹던 생각이 난다. 일은 힘들어도 마음이 넉넉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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