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여름 생활] 시니어 위한 여름 여행
[슬기로운 여름 생활] 시니어 위한 여름 여행
  • 시니어每日
  • 승인 2023.06.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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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탈출, 마음 충전

대구경북의 여름은 유독 힘들다. 전국에서 손꼽힐 만큼 심한 폭염 때문이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무더위에 사람들은 지친다. 푹푹 찌는 여름을 어떻게 보낼지가 아주 중요한 숙제다. 해답은 언제나 ‘떠나는 것’이다. ‘더위 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했다. 맞서지 않고 잘 피해야 한다. 그래서 피서(避暑)라고 했다. 건강한 여름 나기를 위해 여행을 떠나자.

안동 하회마을 찾은 관광객들. 매일신문DB
안동 하회마을 찾은 관광객들. 매일신문DB

피서(避暑), 그 오랜 역사

예부터 ‘매서’(賣暑)라는 풍습이 있었다. 일명 ‘더위 팔이’다.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이 되면 남에게 더위를 파는 것이다. 대보름날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러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라”고 외친다. 이름을 부른 사람은 더위를 팔고, 대답한 사람은 더위를 사는 셈이다. 추운 날씨의 정초부터 더위를 팔 만큼 여름철 건강관리는 중요했다.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더위로 인해 몸을 해치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주술적인 방법까지 동원한 것이다.

여름에는 무더위에 식욕이 떨어져 기력이 약해지고 병에 걸리기 쉽다. 그래서 옛날부터 더위를 피하는 ‘피서’(避暑)의 중요성이 컸다. 슬기로운 여름 나기가 건강한 시니어 생활을 만드는데 관건이다.

옛 사람들은 더위에 맞서지 않고 피했다. ‘세 번의 항복’이라는 뜻의 삼복(三伏)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더위가 덜한 곳을 찾아 피난 가듯 여행을 떠났다. 조선의 왕들은 멀리 가지 않았다. 궁 밖으로 나갈 경우 경호 병력과 수행 관리 등 행차를 꾸려야 했기 때문이다. 여름철 먼 거리로 떠나는 피서는 신하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 된다. 그래서 궁에서 삼복더위를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전쟁 이후인 1950~1960년대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로 떠났다. 여름이면 나무 그늘 아래나 물이 흐르는 계곡을 찾았다. 특히 계곡은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고, 물이 흘러 더위를 피하기 좋은 장소였다. 1970년대에는 ‘바캉스’라는 말이 유행했다. 인구가 늘면서 피서지마다 인파가 몰렸다. 바가지 물가와 쓰레기로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았다. 198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더불어 건전한 휴가문화가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7월은 여행의 절정

오늘날에도 피서는 계속되고 있다. 한여름인 7, 8월이면 여행객이 몰린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북도 방문객은 모두 1억7천734만3천260명이었다. 월별로 보면 7월이 1천906만265명(10.7%)으로 가장 많았고, 8월이 1천799만580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해 7월은 전년(1천407만8천588명)보다 35.4%나 증가한 수치를 나타냈다.

경북을 찾은 외지인 거주지 중 대구가 38.7%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경기(12.6%)와 서울(8.7%) 등 수도권 거주자가 많았다. 또 부산(8.4%), 울산(7.8%), 경남(7.1%) 등 부·울·경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경북을 찾았다.

대구 역시 지난해 방문객 9천877만2천936명 중 가장 많은 1천179만1천269명(11.9%)이 7월에 집중됐다. 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2021년 7월(728만6천870명)보다 61.8%나 증가한 것이다. 점차 여행 수요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야말로 7월은 여행의 계절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고, 더위를 피해 건강을 챙긴다. 산사에서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역사가 깊은 고택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랜다. 녹음이 짙은 자연의 품에 안기거나, 숲의 공기를 마시며 힐링할 수도 있다.

역사·자연·레저를 곳곳에서

지역의 여행지에는 어떤 곳들이 있을까? 유료 입장객 수 기준으로, 경북의 인기 관광지 50곳 중 가장 많은 7곳이 경주에 있다. 경주에는 동궁과 월지, 양동마을, 동궁원, 경주월드, 대릉원, 불국사, 석굴암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이어 안동·울진·문경·청도에도 5곳씩 손꼽혔다. 안동에는 도산서원, 봉정사, 하회마을, 학가산온천 등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들이 많다.

아울러 ▷울진(덕구온천, 성류굴, 엑스포공원, 왕피천케이블카, 죽변해안스카이레일) ▷문경(단산모노레일과 문경레저타운, 문경새재오픈세트장, 문경온천, 에코월드) ▷청도(운문사, 운문산자연휴양림, 청도레일바이크, 청도소싸움경기장, 청도프로방스) 등지에선 자연과 레저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영주 부석사, 포항 보경사, 김천 직지사 등 산속 고찰(古刹)이 있고,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상주 성주봉자연휴양림에선 빼어난 자연과 다채로운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대구에선 도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이월드와 스파밸리, 스파크랜드, 팔공산 케이블카, 국립대구과학관, 대구미술관 등 레저와 문화·전시 관련 시설들이 포진해 있다. 서문시장과 수성못, 동촌유원지 등 카페와 식당 등 먹을거리가 풍부한 곳들도 ‘여행의 맛’을 더욱더 돋운다.

서광호 기자 kozm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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