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여름 생활] 경주 교동마을 '석등있는집'
[슬기로운 여름 생활] 경주 교동마을 '석등있는집'
  • 정나겸 기자
  • 승인 2023.06.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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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앉으면 석탑·석등
대감실 누우면 월정교
전통한옥 체험 ‘석등있는집’
애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고택 체험에 나선 프랑스인 Marjorie carr 가족.
애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고택 체험에 나선 프랑스인 Marjorie carr 가족.

경주 최부잣집으로 불리는 교동 최씨가(家)가 300여 년간 만석꾼으로 부를 대물림하여 올 수 있었던 것은 문중의 가훈 속에 비결이 있다. ‘벼슬은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찾아오는 손님의 접대를 소홀히 하지 마라!’, ‘재산은 만석 이상은 가지지 마라!’,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마라!’, ‘최씨 가문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주변 100리 내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물건을 아껴 쓰고 이웃에 나누어 주라!’,

자손들은 이 같은 선조의 유훈에 따라 나눔의 미덕으로 이웃사랑과 상부상조를 강조하며, 사람 사는 도리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최씨 문중의 정취를 느끼며 들어서는 경주 교동마을 어귀 ‘석등있는집’(경상북도 경주시 교촌안길 15-3)은 오래된 한옥으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겸해 운용하고 있다. ‘석등있는집’은 200여 년의 세월이 깃든 우리나라 전통한옥으로, 마치 신라 천 년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것 같다.

이곳은 최가네 전통 간식 약과와 유과를 대를 이어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별채가 있고, 사랑채와 안채, 아래채는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숙박 시설이다. 고택 마당에서 수확한 작물로 직접 만든 모과차 탱자차 매실차 등을 비롯한 각종 수제차와 전통식혜, 방앗간미숫가루, 누룽지팥빙수 등의 메뉴가 눈길을 끈다. 한쪽에는 스카프, 모자, 찻잔, 한과 등도 판매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석등’이다. 고택 안쪽에는 경북 문화재자료(제10호)인 석등이 정원의 중심을 지키고 있어 고졸미(古拙美)를 뽐낸다.

체크인(Check-In) 시에는 이숙희(63) 대표가 안내하며 설명한다. 천년이 넘는 시간을 밝혀온 석등과 석탑이 함께하는 곳, 교동 석등있는집은 신라 시대 궁궐, 절을 받치고 있던 돌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신라 시대 조성된 석등은 십이지신상이 하단 대석 사면을 둘러 새겨져 있다, 석등 외에도 세월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오래된 석조물들이 천 년의 세월을 넘어 우리에게 수많은 얘기를 전하고 있다.

마루에 앉아 석탑과 석등, 나무가 있는 오래된 정원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된다.
마루에 앉아 석탑과 석등, 나무가 있는 오래된 정원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된다.

여기는 20세기 후반에 박목월, 서정주, 김동리 등 경주 일대 시인과 소설가 등 문화인들이 즐겨 찾던 문화의 장으로, 당대 예술가들이 함께 술잔을 권하며 얘기를 나누던 옛 문인들의 사랑방이던 곳이기도 하다. 정원에서 만난 400여 년 된 모과나무와 산수유 그리고 200여 년 된 탱자나무는 그들이 나누던 문학과 사랑, 우정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젊었을 적에는 조심스럽고 왠지 가까이하기에는 두려워 근처에 얼씬도 할 수 없었노라고, 이 대표는 그 시절을 회상한다.

경주만의 예스러움이 묻어나는 고택, 석등있는집은 문화와 유적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정원이 아름답고 쾌적하다. 오래된 고택임에도 정갈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다. 고택이 주는 감성과 자연적인 느낌, 경주만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마루에 앉아 창을 열고 석등이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한옥 특성상 방음에 대해서 우려스럽다며 귀띔, 하지만 주인장의 염려보다는 조용한 편이었다. 손으로 쓸어가는 온돌방의 아랫목도 생각보다 따뜻했으며, 화장실은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덕분에 냉·온수 모두 만족스럽다. 욕실 전반에 걸쳐서도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여서 칫솔, 치약, 샴푸, 바디워시, 컨디셔너, 헤어드라이어 같은 세면도구는 기본으로 수건도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다. 온돌방의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부모님을 모시고 온다면 최상의 여행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시원한 생수 한 잔이 여행객의 갈증을 달래 준다. 아파트와 침대 생활에 익숙한 우리에게 전통 한옥에서의 하룻밤이 조금 불편하고 낯설 수도 있겠지만, 어린 날 외할머니 집을 찾는 것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고즈넉한 분위기, 월정교 가까운 거리에 있어 밤이면 물 흐르는 소리가 낭만적으로 아늑한 잠결로 인도한다. 나아가 인근 경주의 역사를 따라, 황리단길, 첨성대, 동궁과 월지 등을 걸어 다니기 좋은 위치여서 도보여행을 겸한 역사체험코스로도 안성맞춤인 것 같다.

퇴실하는 이용객에게는 무료 음료를 제공한다. 경주의 넉넉한 인심만으로도 향기로운데, 탱자차의 진한 향이 입 안을 맴돌며 은은한 여운을 남긴다. 슬기로운 여름 생활을 위해 고택 한옥을 체험해 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집이다.

‘석등있는 집’에 도착하면 이숙희 대표가 집안 곳곳을 안내한다.
‘석등있는 집’에 도착하면 이숙희 대표가 집안 곳곳을 안내한다.

체크인은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가능하며 숙소 앞에는 전용 주차장이 있어 주차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또 Wifi는 큰 숙소의 특성상 여러 개가 있으며 비밀번호 없는 가장 빠른 것으로 사용하면 된다. 월정교가 눈앞에 바라다보이고 전망 좋은 방으로는 ‘대감실’을 추천한다. 방 하나에 최대 4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로 신청하면 되고 문자 메시지로 문의하면 친절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예약 문의는 010-4452-6063(최재광)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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