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여름 생활] 동화사 템플 스테이
[슬기로운 여름 생활] 동화사 템플 스테이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3.06.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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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서 하룻밤, 고요하고 편안히 ‘나’를 찾다
꼿꼿한 자세로 명상, 풍경 소리에 마음까지 힐링
건강한 한 상 사찰음식 체험도
산사에서의 새벽이 마음 깊은 곳을 깨운다.
산사에서의 새벽이 마음 깊은 곳을 깨운다.

템플 스테이(temple stay)의 다른 말은 ‘산사체험’이다. 일반인들이 전통 사찰에 머물며 사찰의 일상생활을 체험하고 한국 불교의 수행 정신을 직접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기성세대가 절과 불교라는 고정관념에 머물러서 선뜻 내켜 하지 않는다면, 젊은 세대들은 하루를 편안하게 쉬는 정도로 생각한다. 산사를 찾는 사람도 다양해서 불교 신자 30%, 타 종교인 30%, 무교 30%로, 외국인도 많이 찾고 있다. 내국인은 절이라는 곳에서의 휴식과 불교를 몸으로 느껴보는 ‘성찰형’에 가깝다면, 외국인들은 한국 내의 불교문화와 학문 등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도 스님이 얘기한다.

팔공산 동화사는 통일신라시대의 절로 금산사, 법주사와 함께 법상종 3대 사찰이다. 지금은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의 본사다. 493년(소지왕 15)에 극달(極達)이 창건하여 ‘유가사’라 ‘불렀다. 832년(흥덕왕 7)에 이르러 심지 화상이 겨울임에도 오동나무꽃이 활짝 핀 것에 ‘동화사라 개칭하였다.

새벽예불은 오전 4시 40분경에 시작되었다. 대웅전 수미단 위로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불이 굽어보고 있다. 촛대마다 붉은 연꽃이 그려진 초가 어둠을 밝히고, 등 위로는 새벽예불을 알리는 범종의 웅장한 울림이 어둠 속으로 잔잔하게 퍼진다.

법고가 첫새벽을 연다. 스님 몇 분이 번갈아 고수로 나선다. 둥둥 당, 둥둥 당, 울림 속에서 묘한 편안함이 전해진다. 이어 목어(木魚)와 운판(雲版)이 차례로 운다. 네 번째인 범종은 33번의 울림을 갖는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계와 밖의 세계가 모두 28계로 나누어져 총 33개의 하늘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33번을 향해가는 범종 소리가 한결같다. 범준 스님은 범종이 울리는 10여 분간은 모든 지옥이 휴식을 취한다고 전한다. 따라서 지옥에서 고통받는 영가(靈駕)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한다.

법당에는 스님들의 “지심귀명례 서건동진 급아해동 역대전등 (至心歸命禮 西乾東震 及我海東 歷大傳燈)”을 차례로 읊는 至心歸命禮의 암송 소리가 향내 속에 잔잔히 울린다. 사이사이로 목탁이 세 번 또는 한 번에 걸쳐 운다. 그때마다 반 배, 오체투지가 거듭된다. 새벽예불을 처음 대하는 초보 불자는 곁눈질에 여념이 없다. 반 박자 늦은 행동에도 발목이 아프고 허리가 굽어지는 느낌이다.

명상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참가자의 모습.
명상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참가자의 모습.

참선당(參禪堂)에서는 이미 명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꼿꼿한 자세가 보기에도 숙연하다. 결가부좌 또는 가부좌를 튼 자세로 줄지어 앉았다. 범준 스님이 내준 화두는 ‘숨’을 통한 ‘쉼’과 ‘나’를 찾기다. 숨을 들여다보고 가만히 지켜보자! 들숨을 깊게 가슴 속으로 들이킨다. 머리끝으로 바짝 밀어서 올려다 발끝으로 스캔하듯 내린다. ‘숨’은 공기 속의 산소와 같아서 평소에는 느낌이 없다. 몸이 알아 하는 탓에 있는 듯 없는 듯하다. 하지만 ‘숨’이 없다면 ‘생명’도 없다. 다시 숨을 깊이 들이켠다. 절로 눈이 감긴다. 원통 대사는 눈을 감고서 좌선을 하는 사람을 흑산의 동굴에 빠진 죽은 사람의 좌선이라고 꾸짖는다. 번쩍 눈을 뜬다. 날숨을 천천히 내보내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힌다. “탁, 탁, 탁”하고 세 번에 걸친 죽비소리는 흐트러지는 정신을 다잡으라는 일침이다.

법정 스님은 법당 안의 부처는 인간이 만든 허상으로 진짜 부처님은 거리에 있다 하고, 성철 스님은 나를 만나려거든 법당에 들려 삼천 배를 올리라 했는데 어느 말씀이 옳습니까? 그 모두가 옳습니다. 정답이지요. 언뜻 보면 다른 듯해도 본래는 같지요. 말과 문장을 본다면 분명 다릅니다. 이는 말과 글의 표현일 뿐 그 실체는 같습니다. 본래를 파고든다면 한곳으로 귀결되겠지요. 나를 찾아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와 같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상아를 만져 코끼리의 실체라 우기고, 귀를 만지고는 코끼리의 실체라 우길 테지요. 그런 과정을 끊임없이 겪으며 본래 찾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문득 참선당 추녀 끝의 풍경이 ‘뎅그렁 뎅그렁’ 아침나절의 고요를 깬다.

서툴지만, 사찰음식 체험으로 차려진 한 상.
서툴지만, 사찰음식 체험으로 차려진 한 상.

23명의 참석자가 주방으로 모였다. 전통 사찰음식 체험 시간이다. 범준 스님은 오신채(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로 승려에게 섭취를 금하는 5가지 불교 음식)는 불장(佛藏)에는 없고 율장(律藏)에 있다고 한다. 메뉴는 마전, 가지나물비빔밥. 취나물녹두무침이다, 양념은 간장, 잣가루, 들기름, 유자청, 참기름, 소금 약간이다. 표고버섯을 다지는 칼질 소리가 요란하다.

회향식(回向式)을 끝으로 산사를 내려온다. 울울창창으로 섰던 소나무가 회색빛, 콘크리트 덩어리인 아파트 숲으로 변한다. 산사에서의 하룻밤의 기억은 온전히 ‘나’를 향해 가는 길임을. 그 기억을 품고, 도심 속으로도 들어선다.

팔공총림 동화사 템플 스테이는 인터넷 예약 https://donghwasa.templestay.com/

또는 전화 010 – 3534 –8079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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